[삼성생명 지분 매각]신한금융은 무엇을 노렸나삼성그룹 대상 영업 확대 기대…오너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2-01-28 08:14:14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번 지분 거래는 규모 자체는 작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신한금융그룹이 삼성그룹과 전략적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향후 신한금융의 영토 확장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신한금융이 ICS 펀드를 인수하게 될 삼성생명 지분율은 1% 안팎 규모다. 거래가 성사돼도 삼성생명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전혀 변동이 없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자산이 크게 늘어나거나 당장 수익이 증대될 수 있는 여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의미는 달라진다. 특히 이번 지분 거래가 오너일가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필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홍라희 전 리움 관장 등 오너일가 지분을 신한금융이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열렸다.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금산분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76%를 소유한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산분리 이슈를 해소하는 다양한 시나리가 거론되는 가운데 오너일가가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오너일가가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긴다면 금산분리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향후 오너일가 지분 매각이 본격화된다면 신한금융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발 더 앞서게 된다.
국내 금융지주사 입장에서 삼성생명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은행 중심으로 설립된 금융지주사들은 숙명적으로 비은행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은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인수라는 막연한 미래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딜이 현재 신한금융 영업활동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이번 지분 거래를 계기로 삼성그릅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관계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이란 거대한 조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금융거래를 선점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득이다. 공정위 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에 소속된 계열사는 총 59곳이다. 2020년 기준 전체회사 자산총액(일반자산) 875조9350억원, 매출 333조831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 삼성생명 지분 거래에 참여하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모두 주력 사업에서 삼성그룹과 거래를 넓힐 준비가 돼 있다.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퇴직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삼성그룹과의 기업금융 거래에서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삼성의 주거래 은행은 우리은행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기업금융 거래를 따낸 곳은 하나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삼성그룹과 거래 규모가 작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신용대출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당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이 부회장은 총 약 5000억원 규모 신용대출을 추진했다. 주요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 등 기업금융 담당자들이 삼성그룹과 접촉했다. 신한은행도 기업금융그룹 차원에서 삼성그룹에 접촉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딜을 빼앗겼다.
신한금융투자도 삼성그룹과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부문이 많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 시장의 큰손이다. 신한금투는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대표 주관사 경쟁에서 열위에 있다. 더불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 업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입장에서도 삼성그룹을 상대로 한 퇴직연금 시장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그룹에 소속된 근로자 수는 수십만명을 헤아린다. 이들을 상대로 한 퇴직연금 시장만 해도 수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11만4373명이다. 삼성SDS 1만2076명, 삼성SDI 1만1352명, 삼성전기 1만1830명, 삼성중공업 9576명, 삼성물산 8827명, 에스원 6862명, 삼성엔지니어링 5295명 등 주요 계열사에 직접고용된 임직원만 해도 20만명에 유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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