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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LG' TV 자존심대결, 야성 드러낸 박형세 부사장 [LG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⑤마케팅 대가, '8K부터 올레드사건까지' 직설 발언

손현지 기자공개 2022-04-11 14:15:45

[편집자주]

구광모 체제 이후 LG전자가 숨겨진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전명가(名家) 타이틀 대신 '모터스 LG'로 거듭나기 위한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적자를 지속하던 스마트폰, 태양광패널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전장과 로봇 등 신사업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뉴LG' 비전을 품고 빠르게 변화하는 LG전자의 핵심 경영진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7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전의 왕'으로 불리는 TV업계, 이곳에서 삼성과 LG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양사 자존심 싸움은 50년도 넘게 이어져왔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상대 기술보다 우위에 있는 듯한 발언을 서슴치않았다.

매번 선방을 날린 건 삼성이었다. LG는 공격보다는 방어 태세를 취했다. 상대의 지적에 대한 해명을 일삼는 '소극적 자세'를 취한 탓에 일부 소비자들과 온라인상에선 LG 가전이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구축됐을 정도다.

그런 LG전자가 달라졌다. 박형세 HE사업본부 부사장(사진)이 TV수장을 맡은 뒤론 선제공격이 잦아졌다. 삼성 기술력 부진에 대한 지적은 거침없었고 국제 무대에서의 날 선 신경전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마케팅의 대가, 전세계에 OLED 1등 기술력 알리다

박 부사장은 해외파다. 정통 LG 출신이면서도 미국에서 첫 커리어를 쌓은 특이 케이스다. 1994년 옛 금성사 모니터 OEM 미주팀을 통해 LG전자와 인연을 맺었다. 입사후 20년 가까이 북미시장에서 TV 마케팅에 전념했다.

북미지역은 TV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다.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 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장이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수요가 몰리는 시기엔 너도나도 판촉전 벌이기에 바빴다.

박 부사장은 2004년부터 북미TV그룹장(부장)으로서 LG전자의 위상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과 공동프로모션을 기획하거나 인터넷쇼핑몰이나 홈페이지에 입점해 파격 할인 전략을 펼치는 등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가장 큰 북미TV 시장에서 쌓은 마케팅 경험은 '마케팅의 대가'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박 부사장의 마케팅 진면모가 부각된 건 2012년께부터다. 상무로 승진하면서 IT마케팅담당직을 맡던 때다. 박 부사장은 LG전자의 IPS모니터 우수성을 전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식을 고민하던 중 영상을 하나 제작했다. 엘리베이터 탑승자들에게 바닥에 설치된 LG IPS 모니터 9개를 통해 바닥이 무너지는 영상과 음향을 보여주고 깜짝 놀라는 상황을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담았다.

1분 50초 짧은 영상이었지만 임팩트는 컸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로 퍼져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공중파 TV 뉴스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바이럴마케팅' 전략이 완전히 통한 셈이다. 이후에도 그는 '보안카메라에 걸린 똑똑한 도둑' 등 이목을 끄는 광고로 글로벌 광고제를 휩쓸었다. 하이브리드 PC탭북, 일체형PC라인업 등 LG전자의 IT기기 기술력을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LG의 자랑이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세계로 알린 일등공신으로도 꼽힌다. 2016년 TV 해외영업을 담당하며 아이슬란드, 헝가리, 영국,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참신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헝가리 국립오페라하우스에는 77인치 대형 OLED 스크린을 통해 뮤지컬을 상영시켰으며, 아이슬란드에서도 오로라 등 풍경을 고화질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국과 중남미 등에서도 축구팬들을 공략할 수 있는 로드쇼를 열었다.

◇'2라운드' 승기는 LG에게로…'할 말은 한다'

박 부사장과 삼성전자의 한종희 부회장은 TV업계 숙명의 라이벌로 꼽힌다. 이들은 LG와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날 선 신경전을 펼쳐왔다. 그 중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이 있다. 일명 '8K사건'으로 불리는 '2019 가전전시회 IFA' 자리에서의 일이다.

박 부사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삼성의 QLED 8K TV는 진정한 8K TV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4K TV에 가깝다"며 공개적으로 삼성을 저격했다. 박 부사장이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을 맡은 후 첫 국제 무대이기도 했다.

작심한 듯 숫자를 통해 삼성을 비판했다. 통상 8K TV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화질 선명도 기준치가 50% 이상이어야 하지만, 삼성전자의 QLED 8K는 12%에 불과한다는 논리다. LG의 나노셀 8K TV의 경우 화질선명도가 90%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QLED를 겨냥한 광고도 제작해 방송에 냈다. LG전자의 OLED TV 광고에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흉내낼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우회적으로 삼성을 비판했다. 역대 LG TV 수장 중 "소비자를 호도한다"거나 "규격에 어긋난 잘못된 제품"이라는 돌직구성 표현을 사용해가며 강한 어조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 적은 드물었다.
*LG전자의 올레드 8K TV 광고, 사진=LG전자 유튜브 공식 채널

'8K사건'은 LG전자가 '변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계기였다. 수십년간 상대를 비방하는 발언을 해왔어도 LG가 삼성의 기술력과 관련해 거칠고 직설적인 발언은 적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물론 LG전자도 삼성전자에 일침을 가한 적은 있다. 삼성이 2017년 프리미엄 제품으로 'QLED TV'를 출시했을 당시 'LCD TV인데 마치 OLED TV로 오인될 수 있다'며 작명과정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변화된 건 없었다. 2011년 삼성이 LG의 '올레드' 상표권 출원에 태클을 걸었던 사례와 비교된다. LG전자는 OLED를 발음 그대로 읽은 '올레드' 특허를 냈지만, 특허 상표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무산됐다.

이에 비해 삼성은 LG기술을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해왔다. 한 부회장은 LG의 W-OLED에 대해 번인(화면잔상) 문제를 제기하며 CES 행사마다 "OLED는 영원히 안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LG가 세계 최초의 롤러블(말리는) TV를 출시했을 때도 "경제성이 없다"며 삼성이 한수위라고 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TV수장으로 등용된 2019년은 구 회장이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기업문화를 만들려고 세대교체에 열을 올리던 시기"라며 "구 회장의 공격 DNA가 발현됐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이 이끄는 HE사업본부는 작년 한해 동안 매출이 26.4% 상승했다. 작년 OLED 시장 톱 지위를 굳건히 한 공로로 올초 부서별로 성과급 450~710%의 주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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