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보수 책정법 진단]보수위원회, 꼭 필요할까②경영진 보수 합리화 시점…보수위는 사외이사 구성이 바람직 평가
김위수 기자공개 2022-04-19 07:34:58
[편집자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한다. 관심은 과연 이들이 받는 연봉이 합당한지, 어떻게 산출되는지, 바람직한 보상 시스템은 무엇인지 등에 쏠린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보수 책정 시스템 현황을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3일 12: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징인 가족경영 체제는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었다. 가족경영에서 비롯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한국 기업의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가족경영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목표를 설정하기에 좋고 의사결정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다만 기업경영이 오너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수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돼왔다.
경영진의 보수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 많은 경영진이 오너일가 일원이었던 만큼, 경영진이 단지 오너일가 일원이라는 이유로 성과와 무관하게 연봉을 챙겨가는 도덕적 해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존재했던 것이다.
단순한 꼬투리 잡기 차원은 아니다. 2013년 등기임원 보수 공개 제도 시행을 앞두고 30대 그룹 총수 중 27.8%가 등기임원직을 사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막상 경영진의 연봉은 올라 공분을 산 사례는 최근까지도 많았다.
전문 경영인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이전보다 늘어났지만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여기에 소액주주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되며 기업 이해관계자가 늘어나 레이더망이 촘촘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영진 보수 전반에 대한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오너 프리미엄 존재, 성과와 무관할 가능성"
국내외 학계에서는 오너일가 경영진과 비(非) 오너일가 경영진 간 보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기업의 보수 책정 체계가 합리적인지 진단해보기 위한 차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오너일가 경영진이 일반 경영진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다고 조사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국내 상위 500개 기업 중 2021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를 공개한 23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보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있는 만큼 오너 경영자가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실적 등 성과와 무관하게 높은 연봉이 책정되는 경우를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너 경영진의 높은 보수가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국내 상장기업의 임원보수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가족 임원에 대한 보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으로 예상되며 보수구조에서도 전반적으로 성과와 연동되지 않은 고정급 비중이 높다는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와 등기임원의 보수 배율이 증가할수록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양상이 발견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수위원회, 관건은 독립성
이사회에 설치한 보수위원회가 적정한 임금 책정에 도움이 될까. KCGS는 같은 보고서를 통해 보수위원회 설치 여부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지만, 사외이사가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오너 경영자가 받는 보수 및 직원 대비 보수 배율의 감소가 확인된 것이다.
KCGS는 "합리적인 임원보수 결정에 있어 단순히 보수위원회의 설치 여부가 아닌 독립성 확보 등 실질적인 운용이 보다 중요함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바람직한 보수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의 형태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내이사가 위원회에 있을 경우 그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보수 산정을 위해서는 보수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며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처럼 회사 사정에 밝은 인물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구성될 경우 회사 사정을 100%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인 1명이 보수위원회에 포함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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