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넘버1' SM엔터, P2C에서 돌파구 찾나 [엔터사 옥석가리기]①애매한 사업다각화의 '독'…10년간 매출 4배 키울 때 시총 1.3배 증가
김슬기 기자공개 2022-05-30 13:15:33
[편집자주]
국내 엔터업계에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중단되면서 팬들과 만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 증가로 인해 팬덤 유입이 꾸준했다. 여기에 온라인 공연 등을 진행하면서 전 세계 팬과의 접점을 늘려 나갔다. 여기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으로 신사업도 확장했다. 국내 엔터업체의 엔데믹 이후 사업 전략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명실상부한 국내 엔터산업의 선구자이자 케이팝(K-POP) 열풍을 만든 기업이다.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EXO, 레드벨벳, NCT 127, NCT DREAM, 에스파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했고 20여년간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하지만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로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면서 SM엔터는 2020년 엔터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이브 상장 후 단숨에 시가총액도 역전당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대로 하이브(9조원대)와는 비교 불가일 뿐 아니라 JYP엔터테인먼트(1조9000억원)에도 밀렸다.
물론 SM엔터 산하 상장사들이 많아 일괄 비교는 쉽지 않지만 방대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저평가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SM엔터가 가진 무기는 많다. 특히 아티스트 IP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를 바탕으로 메타버스와 P2C(Play to Create) 생태계 조성을 통해 확장 가능성이 넓다는 평이다.
◇ 2010년대 적극적인 M&A 진행, 실적 불확실성 불렀다
SM엔터는 1995년 이수만 프로듀서가 설립한 곳으로 20여년간 꾸준히 케이팝 비즈니스를 해온 곳이다. SM엔터는 2000년 4월 국내 엔터사 중 유일하게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1990년대 H.O.T, S.E.S,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등을 연타석으로 성공시키면서 신인 발굴, 트레이닝, 기획, 프로듀싱으로 이어지는 아이돌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 등을 론칭했고 소녀시대 인기에 힘입어 SM엔터는 2011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0년 상장 당시만 하더라도 매출액은 100억원을 넘기는 수준이었으나 10년만에 10배로 성장한 것이다. 시장에서의 평가도 상승세였다. 같은 기간 시총은 100억대에서 7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2010년대 들어 SM엔터는 그간 축적해 온 현금성자산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SM엔터 산하의 비음악 사업을 담당하는 SM 컬처앤콘텐츠(C&C), 키이스트, SM라이프디자인그룹, 디어유 등의 계열사는 최근 10년새 편입된 곳이다.
첫 시작은 SM C&C였다. 해당 회사는 1987년 만들어진 인터컨티넨탈여행사를 전신으로 하며 2004년 볼빅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됐던 곳이다. 여러 차례의 합병을 통해 사명이 비티앤아이 여행그룹으로 변경됐고 2012년 5월 SM엔터가 250억원 규모의 구주 및 신주, 신주인수권 등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가져왔다. 이후 SM C&C로 변경됐다.
SM C&C는 2017년 SK플래닛 M&C 부문을 660억원에 인수했고 광고대행업 비중이 가장 큰 회사가 됐다. 또 같은해 3월 엔터사인 미스틱스토리 지분 28%를 64억원에 인수했다. 그해 7월 60억원을 들여 음악, 영상물 제작·유통업체 에브리싱을 만들었고 2019년 소프트웨어 개발사 브라이니클을 인수하면서 디어유로 탈바꿈했다.
2018년에는 배우 배용준 지분 25.12%를 500억원에 인수, 키이스트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키이스트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을 주로 한다. 같은 해 FNC애드컬처(현 SM라이프디자인그룹)의 지분 30.51%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인쇄 부문, 콘텐트 부문, 외식 부문(토마틸로, 청화당), 와인유통부문(모아엘앤비인터내셔널)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사업다각화의 성과는 좋지 못했다. SM C&C는 대규모 M&A 이후 2017년과 2018년 연결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냈고 2019년 흑자 전환한 뒤 2020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키이스트 역시 SM엔터 산하로 편입된 후 적자를 내거나 연간 10억원대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SM라이프디자인그룹의 성과도 미미했다. 결과적으로는 팬 플랫폼인 디어유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 에스파로 완성한 SMCU, P2C로 무한확장할까
SM엔터는 사업다각화를 하는 과정에서 실적 변동성이 커졌고 이는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2011년에서 2021년 연결 매출액은 1430억원에서 7017억원으로 390% 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56억원에서 675억원으로 163%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17.9%에서 9.6%로 낮아졌다.
해당 기간 시가총액은 7500억원대에서 1조7000억원대로 130% 가량 커졌다. 이마저도 지난해 SM엔터의 최대주주인 이 프로듀서가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그간 SM엔터의 잦았던 어닝쇼크와 최대주주와 대규모 특수관계인 거래 등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여전히 M&A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본업에서 SM엔터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SM엔터는 이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해 국내·외에서 소구되는 아이돌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등 기복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최근 에스파를 통해 보여준 아티스트의 세계관 구축 등은 타사가 따라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SM엔터는 특히 보유 IP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잘 구축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2012년 데뷔한 EXO가 시작이었다. 멤버들이 초능력과 기억을 잃어버린 뒤 지구에 불시착해 초능력을 되찾고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는 판타지 영웅 히어로물 서사를 가져왔다. 팬들은 이를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팬픽·웹툰 등 2차 창작물을 생성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세계관은 NCT를 거쳐 2020년 데뷔한 에스파를 통해 완성형이 됐다. 에스파는 실제 멤버 4명과 '광야'라는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아이 에스파(æ-aespa)' 4명까지 총 8명의 멤버가 구성된 그룹으로 SM엔터 내 다른 그룹들의 세계관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유니버스를 확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성수 SM엔터 대표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산업포럼에서 "P2C는 지금까지 창작자가 SM이었다면 이제는 팬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개념"이라며 "전 세계 창작자에게 창작 툴을 제공해 자유롭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생성된 IP를 판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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