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사와 악연 대우조선해양, 이번에는? 8~9월 BCG 컨설팅 결과 나와...2016년 맥킨지 보고서도 '독자생존 불가' 결론
조은아 기자공개 2022-08-22 07:40:49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8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대우조선해양 경영 컨설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늦어도 9월에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이를 참고해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조선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가장 높은 편인데 또 다시 민간 컨설팅사에게 이들의 운명을 맡긴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2016년 나왔던 보고서를 묵살했던 만큼 업계는 이번 보고서의 역할에도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독자생존 불가'...어게인 2016?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7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가 1~2개월 뒤에 나올 것"이라며 "분리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3월 작성된 초안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땐 2016년 보고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 앞서 조선업 컨설팅을 맥킨지에 맡겼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힘들다고 밝혔다. 자금 지원에 나설 그룹도 없고 재무구조도 취약해 살아남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대우조선해양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컨설팅은 기본적인 가정부터 잘못됐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사의 향후 전략과 자구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었다.
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정부는 '참고용'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결국 이 의견은 몇 달 뒤 발표된 정부의 최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빠졌고 정부는 조선 3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2년여 뒤인 2019년 초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각 시도는 3년 뒤인 올 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둘의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이번에도 독자생존 불가라는 최종 보고서가 나온다면 결국 6년 동안 돌고 돌아 제자리인 셈이 된다. 정부가 컨설팅 보고서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2016년의 '이럴 거면 왜했냐'는 비판 역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2013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컨설팅을 맡았다. 당시는 정부가 아닌 대우조선해양이 직접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상선 비중을 전략선종 중심으로 줄이고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맥킨지는 불과 3년 뒤 2016년 컨설팅에서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해 "잔여 계약만 이행한 뒤 모두 철수하라"며 정반대의 결론을 내놨다.
2016년 정부는 조선 외에 철강과 화학에 대한 컨설팅도 글로벌 컨설팅사에 맡겼다. 철강은 BCG, 화학은 베인앤컴퍼니가 맡았다.
BCG는 '후판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후판공장 일부를 폐쇄해야 한다'는 결과물을 내놨다. 철강업계는 "설비를 무조건 줄이다가 자칫 중국 철강사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반발했다. 포스코는 얼마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후판공장 문을 당장 닫아야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권고한 후판 생산 감축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화학을 맡은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팅 역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공급과잉 품목을 몇 개 지정하고 추가 증설 대신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화학업계는 "이미 나온 얘기의 반복이며 원론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공급과잉인 품목을 줄이라면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줄여야 하는지는 업계 자율에 맡겨 실효성조차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BCG는 9억원, 베인앤컴퍼니는 2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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