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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국민차' 상트로 낳은 현대차…터번이 살렸다 [질주하는 해외전략형 차]③북미 실패딛고 인도 성공신화…현지화 노력에 제2의 국민차 '크레타'도 탄생

허인혜 기자공개 2022-08-29 07:38:15

[편집자주]

인도의 국민차 크레타와 미국의 베스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유럽의 해치백 씨드는 현대차와 기아의 작품이다. 글로벌 지역 시장에 맞춰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해외 전략형 차로 불린다. 2000년대 초 전략형 차 개발에 나섰던 현대차그룹은 변방의 자동차 수출국에서 각국 시장에서 최상위권 점유율을 다투는 승자로 올라섰다. 더벨이 해외전략형 차량을 지역별로 조명해보고 현지화 제품·판매 전략 등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3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터번의 높이'가 현지 전략형 차의 키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현대차의 첫 해외 전략형 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상트로'다.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인기를 끌지 못한 경차 아토스에 170억원을 더 들여 인도 현지전략형 차로 바꿨다. 신차 투자금으로는 소박한 금액이었지만 상트로는 인도의 국민차가 됐다.

1990년대초 북미 진출에 실패한 현대차그룹에게 인도는 기회의 땅이 됐다. 대규모 성장이 예고되면서도 투자 비용은 저렴했다. 대규모 현지공장으로 인도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인도는 상트로에 이어 크레타도 국민차 반열에 올리며 화답했다.

◇'고성장·저비용' 브루몽 실패 딛고 쓴 인도 성공기

첫 무대를 인도로 고른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북미에 현지공장으로 진출했다가 4000억원을 까먹은 뼈아픈 실패가 한 몫을 했다. 포니가 미 대륙을 활주하던 때 현대차도 자체 생산 차량으로 미국 시장을 노리려 1989년 캐나다 브루몽에 현지공장을 건설했지만 현지 소비자들의 냉담에 4년만에 문을 닫았다.

인도는 제2의 중국으로 불릴만큼 성장 전망이 높은 곳이다. 1990년대 후반 인도 현지공장을 계획한 당시에는 더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됐다. 자동차 시장 성장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느린 곳인 점도 매력적이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대비 늦어졌던 국내 자동차 기술도 신흥 시장에는 앞섰다.

인건비와 토지비용 등 투자금액도 경쟁력이 있었다. 앞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생산공장을 지은 이유도 그때문이다. 인도 공장 건설비용은 10억달러 수준이다. 홍콩 스미토모은행 등으로부터 2억~3억달러를 빌리는 등 국내외 자금 조달로 건립비용을 마련했다.


인도 공장은 꾸준히 추가자금이 투입됐다. 생산규모는 2003년 연10만대에서 15만대로 확대했다. 한해 1억8000만달러 등을 투자해 2005년까지 25만대까지 늘렸다. 제2공장도 2005년 신설 계획을 잡고 2007년부터 40만대 수준의 생산체계를 갖췄다. 2015년에는 65만대까지 확대됐다. 현대차 인도공장의 누적생산량은 상반기 1000만대를 돌파했다.

◇'아토스'에 170억 더 들인 상트로, 인도 국민차 됐다
2018년 재생산된 현대차 상트로.

첫 생산차가 상트로다. 상트로의 모체는 국내에 먼저 시판한 아토스다. 국내에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아토스가 현지화 모델로 낙점된 이유는 경차라서다. 인도는 당시 800cc의 경차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현대차는 170억원을 들여 아토스의 배기량을 1000cc까지 높였다. 비포장도로가 많은 인도의 환경을 감안해 차체 바닥도 높였다.

또 다른 변화는 실내 차체의 높이다. 터번을 쓰는 사람이 많은 인도에서는 800cc 경차에 올라탈 때 고개를 푹 숙여야했다. 타고 나서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운전대를 잡았다. 상대적으로 차체가 높았던 상트로는 '톨 보이'라는 애칭이 붙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상트로는 1세대 인도 국민차로 불린다. 10만대를 파는 데까지 19개월이 걸렸다. 해외 차종으로는 가장 단 시간내에 달성한 기록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잘 팔렸다. 1차 단종 전인 2014년까지 132만2335대가 주인을 찾았다. 인도 외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까지 합하면 190만대가 도로를 달렸다.

현대차에게는 여러모로 효자 역할을 한 장손이다. 상트로의 성공으로 해외공장 확충에도 불이 붙었다. 상트로가 출격한지 2년 만에 현대차는 인도에 4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공장을 넓혔다. 상트로는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판매 벨트를 공고히하는 역할도 맡았다. 1999년 현대차가 상트로의 판매권을 기아에 넘기면서 생산은 현대가, 판매는 기아가 맡는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현대차의 자신감, 2세대 국민차 고급화…'크레타' 탄생
현대차 2세대 크레타.
인도 국민차의 바톤은 2015년 크레타가 이어 받았다. 경량 차종이라는 점에서는 상트로와 같지만 크레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2020년 2세대가 출시돼 인기를 잇고 있다.

크레타는 현대차의 인도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차다. 크레타를 출시할 때는 인도 내 생산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상황이었다. 인도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과 인도의 국민성, 도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차종으로 탄생했다. 단숨에 '국민차' 반열에 오른 것은 당연하다.

크레타 출시 배경은 우선 인도 현지인들의 소비심리 변화다. 인도 소비자들이 과거 과거 '차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로 경차·생업용 차량을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멋진' 차에 대한 수요까지 생겼다는 것. 또 인도의 25~45세 청년층들의 현대차 선호도도 높다. 현대차의 인도시장 고급화의 첫 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레타는 한 해에 10만대 이상 팔린다. 지난 한해 동안 12만5437대가 새 주인을 만났다. 인도 SUV 모델 판매 1위다. 현대차의 인도 점유율은 17.2%로 2위까지 올랐다. 1981년 설립돼 2003년까지 인도 정부 소유였던 마루키스즈키에 이은 성과다. 일본의 토요타 점유율의 4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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