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경제학]상속세 납부 여력없는 조원태 한진 회장⑩총 600억원 수준, 연간 100억원 납부...사실상 대출에만 의존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14 07:32:54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16:5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재벌 그룹 오너 일가의 특징 중 하나는 '현금'이 없다는 점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식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현금 없는 오너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꼽힌다. 매년 감당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가 100억원으로 많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매년 자금 마련에 급급한 모양새다.2019년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보유했던 주식은 유족들이 법정 상속 비율대로 나눠 받았다. 배우자가 1.5, 3명의 자녀들이 각각 1의 비율로 받았다. 조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을 살펴보면 한진칼 보통주 17.84%, 우선주 2.40%, 대한항공 보통주 0.01%, 우선주 2.40%, ㈜한진 보통주 6.87%, 정석기업 보통주 20.64%, 토파스여행정보 보통주 0.65%, 한진정보통신 보통주 0.65% 등이다.
유족들이 모든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신고한 상속세는 2700억원가량이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해 최고세율 60%가 적용된 금액이다. 전체 상속된 주식의 지분 가치는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상속세 2700억원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몫은 4.5분의 1인 600억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연부연납을 통해 6차례에 걸쳐 내면 한 번에 내야하는 돈은 100억원 정도다. 상속세가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다른 그룹 후계자들과 비교하면 납부 여력은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자금줄로 쓸만한 개인 회사가 없었던 데다 타이밍이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연간 100억원을 마련하는 데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 등 삼남매가 같은 수의 주식을 상속받아 경영권 방어에 급급했던 만큼 지분 매각 카드는 절대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2019년 10월 첫 상속세를 납부했고 지금까지 모두 3차례 납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실상 대출로만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주식 385만6002주의 54%에 이르는 207만5000주를 담보로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농협은행, 우리은행으로부터 모두 527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자율은 3.28~4.52%다. 특히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200억원씩을 빌렸는데 이자율이 각각 4.52%, 4.36%로 높은 편이다. 조 회장은 2000년 7월과 8월 처음 두 은행에서 만기 1년으로 각각 200억원씩을 빌렸는데 지난해와 올해 모두 만기를 1년 단위로 연장했다.
대출 첫해 2.25%였던 이자율은 각각 4.52%. 4.36%로 높아졌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내야하는 이자는 각각 9억400만원, 8억7200만원이다. 나머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에서 나가는 이자를 더하면 모두 22억원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배당은 커녕 보수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칼 대표이사와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데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17억원, 한진칼에서 17억원을 각각 수령했다. 둘을 더해 34억~35억원 사이다. 2020년에는 두 회사에서 31억원을 받았다. 올 상반기 한진칼에서는 8억4900만원, 대한항공에서는 8억6919만원을 받았다. 둘을 더해 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같다. 코로나19로 비상경영 체제가 유지되면서 급여가 인상되지 않았다.
사업보고서상 금액은 몇 년째 비슷하지만 실제로 수령하는 보수는 크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2020년 1월부터 대한항공에서 월 급여의 50%를 반납하고 있다. 여기에 세금까지 고려하면 조 회장이 실제 회사에서 받는 보수는 연간 10억원대 후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보수로는 연간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셈이다.
배당 수익마저 거의 끊겼다. 한진칼은 2019년을 끝으로 2년째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과 대한항공 외에도 ㈜한진 4794주(0.03%), 정석기업 4만7132주(3.83%), 한진정보통신 2015주(0.14%), 토파스여행정보 1153주(0.23%)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배당을 실시한 곳은 3곳밖에 없다. 그나마도 지분율이 워낙 낮아 모두 더해도 2억4000만원에 그쳤다.
조양호 회장이 남긴 퇴직금 역시 상속세 납부에 쓰였다. 퇴직금도 상속 재산 중 하나로 비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도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퇴직금은 400억원인데 조 회장 사망 이후 유족들에게 지급됐다. 세금을 빼면 실제 주어진 돈은 2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1차 상속세 납부분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3월 정석기업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정석기업은 크지는 않지만 꾸준한 배당을 안겼던 곳이다. 지분 매각으로 지분율은 4.59%에서 3.83%로 낮아졌다. 지분 매각을 통해 30억원을 확보했는데 현금 창출 수단인 배당을 포기하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현금이 급하게 필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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