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11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SK온 투자유치에 5000억원 규모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가 결정될 경우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활용, 신속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투자유치가 필요한 SK온이 MBK파트너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 투자조건을 변경할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SK온과 투자유치 참여 규모와 조건 등을 놓고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 MBK파트너스의 투자 규모는 우선 5000억원 수준으로 합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는 블라인드펀드인 ‘2호 스페셜시츄에이션(SS) 펀드’를 활용한 투자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블라인드펀드 중 하나인 2호 SS펀드는 지난해 18억달러(약 2조5100억원) 규모로 최종 결성됐다.

MBK파트너스는 2호 SS펀드만을 활용해 SK온 투자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블라인드펀드는 일반적으로 단일 투자 한도를 전체 펀드 규모의 20%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번 투자가 5000억원 규모로 확정된다면 별도 펀딩 작업 없이 2호 SS펀드를 활용, 투자금 납입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2호 SS펀드와 함께 인수금융을 일부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금융 활용 역시 별도의 펀딩 작업이 필요없는 만큼 투자 집행 속도 면에서는 2호 SS펀드만을 활용하는 방안에 크게 뒤쳐지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자금력을 내세워 투자조건 변경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기존 SK온 투자유치에 참여하기로 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스텔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한투PE 컨소시엄)은 최대 2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프로젝트펀드만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펀딩이 순항하더라도 투자금 모집을 완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이른 시일 안에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 SK온은 공장 증설 등으로 인해 당장 자금이 들어갈 곳이 많다. MBK파트너스가 신속한 투자금 집행을 내세워 투자조건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연 5.5%로 알려진 투자자 보장수익률이 상향될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투PE 컨소시엄이 SK온과 외교상 최혜국(MFN) 대우와 같은 조항을 투자조건에 삽입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SK온은 한투PE 컨소시엄보다 더 나은 투자조건을 다른 투자자에게 제시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에게만 유리하도록 투자조건을 변경할 경우 이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한투PE 컨소시엄과 같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SK온 투자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SK온이 투자조건을 변경할 경우 한투PE 컨소시엄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