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위원장-이복현 원장 한날 간담회 두고 '설왕설래' 금융위 자금 진단 간담회 날 금감원 외환 점검 긴급 회동…양기관 이슈별 이견 '표출' 해석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2-11-02 08:24:06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그룹 회장들간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긴급하게 은행장과 증권사 대표이사(CEO)들을 호출했다. 당초 이 원장은 부산지역 현장 행보를 펼칠 예정이었지만 국가 애도기간 지정으로 급하게 일정을 틀었다.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회사 CEO들을 면담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두곤 금융권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위원장과 금융지주사 회장들간 간담회는 이미 며칠전부터 예고된 사안이다. 금감원은 예정돼 있지 않았던 행사를 비슷한 시간에 급하게 마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일 오전 7시 30분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대형 증권사 CEO들도 참석했다.
이번 회동은 긴급하게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를 전후해 주요 은행장 및 증권사 CEO들에게 일정이 통지됐다. 금감원에선 단기 외환시장 대응을 위해 긴급하게 CEO들을 소집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당초 이 원장은 이날 ‘취약차주 지원 활성화 등을 위한 부산지역 현장 행보’를 할 예정이었다. 부산은행 본점 등을 방문해 지역 금융시스템을 점검하고 취약차주 지원책 등을 검토하는 자리를 갖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가 애도기간 지정으로 주간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신 은행장 및 증권사 CEO 회동일정이 잡혔다.
이날 금감원-은행장 회동은 단기 외환 시장 대응이 주요 이슈다. 최근 강달러 현상으로 국내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긴급하게 CEO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할 만큼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현장에선 이 원장이 주요 은행 및 증권사 CEO들을 호출한 타이밍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원장이 긴급 회동을 소집한 시간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간 간담회와 겹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들 자금 시장 점검을 위해 지난주부터 간담회를 예고했다. 이날 같은 시간에 열린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과 금융지주사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금융지주 회장들은 95조 규모의 시장 안정 기금 마련에 동참하기로 했다.
금융위 금감원 간 동시 간담회를 두고 양 기관의 의견 대립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두 수장은 취임 이후 다양한 이슈에서 견해차를 보인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매도 금지에 대한 입장이다. 최근에는 옛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특별감리를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언급은 하기 어렵다”며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했다.
5일 뒤 국감장에 출석한 이 원장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돼 있는 상태”라며 “어떠한 시장 안정 조처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4년 전 금감원의 삼바 특별감리와 관련해 감사과정에서 지적한 절차상 위법성 여부에 대해 이 원장과 김 위원장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2018년 5월 금감원이 출입기자단에 삼바 조치 사실에 대한 사전통지를 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은 “금감원이 위법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원장은 “위법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금융권에서는 국감 등에서 빚어진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의 공개충돌이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 김 위원장과 검찰 출신 이 원장간 미묘한 의견 대립이 나타난다는 진단이다. 김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 원장은 사법고시 42회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더불어 금융위와 금감원간 오랫동안 풀지 못한 감정의 골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헌 전 원장 시절 불거진 금감원 독립론을 계기로 두 기관은 갈등을 지속해 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 컵에 담겨 있는 물과 기름과 같다"며 "이복현 원장 취임으로 금감원 쪽에 무게중심이 더 쏠리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금융위와 관계가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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