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장 교체 1년]기약 없는 반값 아파트, 사전예약 '희망만'⑤지구계획 변경 승인 '아직'…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국회 통과 미지수
성상우 기자공개 2022-11-17 07:32:49
[편집자주]
선임 과정부터 말 많았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임기의 3분의 1밖에 안 채웠지만 과거 어떤 사장보다 시끌시끌한 1년을 보냈다. 물론 성과도 있었고 미흡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 SH의 중장기적 경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들에서는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임 사장 체제 속에서 1년을 보낸 SH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1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아파트’ 공급은 이미 수 차례 미뤄졌다. 결국 올해 사업을 시행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내년에도 정확히 언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핵심 공약이 재차 미뤄지면서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SH 측은 ‘사전예약’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전청약’과는 다른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절차다. 아직 사업의 가장 기초인 법·제도적 기반조차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수요자들에게 미리 살 집을 골라보라고만 한 모양새다.
◇'반값 아파트' 올해 상반기→하반기→내년으로…계속되는 연기
반값 아파트 논의의 시작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부터 반값 아파트 공급을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할 최우선순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값 아파트는 이미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적이 있지만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자산가치 측면과 분양 뒤 매매거래 가능여부 등 몇 가지 실효성면에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당초 김 사장은 반값 아파트 공급이 상반기 내에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SH가 보유하고 있는 고덕강일지구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대상 단지를 늘려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일정은 하반기로 늦춰졌다. 김 사장은 “상반기 공급 계획을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이번엔 준비가 다 됐다”면서 “하반기 중 모집공고를 내고 공급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신혼희망타운으로 지정돼 있는 고덕강일 3단지의 전용 59㎡ 아파트를 3억~4억원대에 분양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계획은 한번 더 연기해야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아직 갖추기 못했기 때문이다. 연내 공식 분양을 할 수 없게 된 김 사장은 ‘사전예약’이라는 전에 없던 절차를 만들었다. 아직 사업이 추진되기 전이지만 사전 예약을 한 사람의 경우 사업 시작 이후 해당 주택을 계약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취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시행하는 ‘사전청약’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전 청약은 계약금이 수반되지만 사전예약은 별도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예약만 할 수 있다. 이후 공사가 90% 정도 이뤄진 시점에서 예약자가 최종적으로 계약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예약 시점에서 최종 분양가나 계약금 여부 등은 정해진 게 없다. 아직 법적으로 사업 시작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올해가 지나가기 전 반값 아파트 사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힘들게 됐다. 사전예약을 연내 진행할 수 있지만 간이 절차일 뿐 공식적인 사업 시작은 아니다. 김 사장의 반값 아파트 공약은 두 번 미뤄져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토부 지구계획 변경 승인·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언제쯤
SH의 반값 아파트 공급이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의 가장 기초 작업인 법·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셀프 홍보에 치중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주택 공급의 공급 및 단지 조성은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에 따라야한다. 지구계획 안에는 해당 토지를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개발할지 등에 대한 가이드가 담겨있다. 현재 신혼희망타운으로 지정돼 있는 고덕강일 3단지는 지구계획상 반값 아파트의 기본 원리인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 땅이다. 이 때문에 SH는 지구계획 변경을 요청한 뒤 국토부의 승인을 기다려왔지만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계획 변경 승인 관련 절차 진행 상황에 대해 확답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령 개정도 넘어야할 허들이다. 현행 주택법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 토지임대부 주택을 매입하고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시행령 개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토지 임대 기간과 토지임대료 산정을 비롯해 보증보험 여부 등을 위한 근거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정비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자들 사이에서 반값 아파트를 두고 “희망고문만 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김 사장이 처음 반값 아파트 공약을 꺼냈던 당시 신혼부부 및 청년층들 사이에서 비강남권 3억~4억원대, 강남권 5억원대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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