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존의 계절 겨울이 왔다. 부쩍 차가워진 바람에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지만 기업들에게도 이번 겨울은 유독 매섭다. 자금경색 국면 속에 가까워 오는 대출 만기일은 두렵기만 하다. 밑천이 드러난 곳은 이미 백기를 들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지역에 기반을 둔 제조사 A도 최근 주위에서 접하는 소식들에 가슴이 철렁인다. 그간 고객사로 보낼 제품을 함께 만들어왔던 협력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A사 관계자는 "그 수만 해도 꽤 된다"며 "기존에 경영이나 재무 등 내부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곳일수록 최근의 시장 환경 변화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만큼 동료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아쉽다. 어느 정도 수익성과 자금력이 뒷받침된 A사와 달리 협력사들은 급격한 유동성 고갈 상황을 견뎌낼 체력이 부족했다. 이들은 최종 고객사의 2~3차 벤더로 분류되는 곳이다. 게다가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다 보니 평소 자금 순환도 더딘 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미 은행에선 적자가 누적된 중소 제조사의 재무제표만 보고도 손을 내젓는 판국이다. 이처럼 대출을 좀 받을라 쳐도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인데 근래엔 이마저도 대기업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A사 관계자는 "앞서 지자체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초우량 회사채마저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대기업이 금융기관으로 한꺼번에 몰렸다"며 "규모가 작고 영세한 기업은 자연히 더 높은 이자율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40여 년을 한 섹터에서 경쟁해 온 B사는 지난달 모기업의 부도로 생존이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몇 년 전 B사 모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가 자금 회수기간을 앞당겼고 모기업이 최종적으로 상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근거리에서 장기간 함께해 온 이웃 기업을 보는 A사의 마음도 착잡하다.
문제는 이들을 도울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간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여러 지원책이 도입됐으나 실제 현장 구석구석까지 그 온기가 미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표적으로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CBO 등이 꼽히지만 이 역시 덩치 큰 기업들에 밀려난지 오래다.
업계의 바람은 심플하다. 흐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자금이 됐든 제품이 됐든 인력이 됐든 각 요소들이 잘 순환할 수 있게 길을 터달라는 요청이다. 회수 기간이 긴 어음을 담보로 한 대출, 사용 용도를 제한한 정부의 지급 보증 등 여러 방면의 고민이 가능하다. 내실 있는 중소기업들이 추위에 맥없이 쓰러지지 않게 바람막이를 놓아주는 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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