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29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잘 만나는 법 못지않게 잘 헤어지는 법도 중요하다. 미움도 미련도 없어야 한다. 최근 고려아연을 둘러싼 영풍그룹 내 갈등을 보며 느낀다. 좋은 마무리를 가장 잘 보여준 게 LG그룹과 GS그룹이다. 두고두고 아름다운 결별로 회자되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비결이 뭘까.LG그룹은 2004년 GS그룹의 독립을 앞두고 57년간 3대에 걸쳐 불협화음 없이 동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5가지 비결을 직접 공개했다. 다음과 같다.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 엄격한 위계질서, 창업 초기부터 지켜져 온 두 집안의 지분율, 역할 분담의 미학, 오너일가라도 철저한 능력 검증을 거쳐 경영자로 육성하는 시스템.
뻔해 보이는 몇 가지는 치워두더라도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지분율이다. 구씨 65 대 허씨 35. 경남 진주의 거부였던 허만정 GS그룹 창업주는 사돈이 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에게 35%의 비율로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이 지분율은 두 집안이 오랜 동업을 유지한 비결이다. 계열분리 때도 이 비율을 지키는 선에서 남을 곳과 나갈 곳을 정했다. LG화학이나 LG전자 등 손꼽히는 계열사 대부분이 LG그룹에 남았어도 허씨 측에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던, 혹은 없었던 이유다.
밖에서 봤을 때 하나를 더하자면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동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설적이게도 이별할 시기와 그 방법을 정해두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언젠가 헤어지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LG그룹과 GS그룹의 경우 LG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맞물려 분리가 이뤄졌다. 갈등이 생겨서도, 어느 한쪽이 간절히 원해서도 아니었다. 두 집안 모두 이대로 대대손손 가기는 어렵다는 걸 알고 가슴 한쪽에 늘 계열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질 거 지금 헤어지고, 50년어치 정산 끝내고, 각자 살림살이를 한번 싹 뒤엎고 새로 시작하자는 의도였다. 오랜 동행은 그렇게 자연스럽고도 평화롭게 마무리를 맺었다.
영풍그룹은 어떨까. 영풍그룹은 장병희·최기호 명예회장이 1949년 함께 창업한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한다. 장씨 일가는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를 각각 맡아 이끌고 있다.
한때 '우리는 하나'라며 굳건한 동업 관계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하루 건너 하루 지분을 매입하며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돈 잘 버는 고려아연을 한 쪽은 들고나가길 원하고, 다른 한 쪽은 남겨두길 원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사실 아름다운 결별은 물건너간 듯 싶다. 현실적으로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가 이뤄지든 못 이뤄지든 어느 한쪽에겐 상처가 남을 거다. 그 상태로 다시 동업을 이어가는 게 좋을 리 없다. 다시 한 번 헤어짐의 중요성을 새겨본다. 언제, 어떻게 헤어지느냐는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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