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리뷰]'다사다난' 대한항공 하은용 부사장, 무거워진 어깨보유현금 6조 육박, 성공적 재무개선…아시아나 인수 타격 불가피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06 07:36:56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3일 10: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최근 몇 년간 일이 유독 많았다. 그룹 전체가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고 코로나19에 직격탁을 맞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재무적으로도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다가 다시 안정적 수준을 찾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작년에는 현금창출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역시 불안정한 기류를 지나야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재무구조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하은용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2022년은 대한항공의 훼손됐던 기초체력이 제자리를 찾은 해였다. 전 세계가 빗장을 풀면서 여객 실적 회복이 가팔라진 덕분이다. 화물 실적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으나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여객 수요가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작년 3분기 대한항공 연결 매출은 10조21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이상 뛰었다.
실적과 비교해 수익성 회복은 더 가팔랐다. 유류비, 인건비를 제외한 영업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서 영업이익률이 무려 22.7%를 기록했다. 통상 항공사 영업이익률은 10%를 넘기 어려운데 마진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개선된 현금창출력은 유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9월 말 3조9902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서 자본적지출(CAPEX)와 배당금 지급액을 빼도 잉여현금흐름이 3조5757억원이다.
2020년 1조1000억원, 2021년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점도 유동성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9월 말 대한항공의 연결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5조9602억원에 이른다. 2016년 1000%를 넘었던 부채비율 역시 257.8%로 낮아졌다.
재무구조 개선의 키를 잡았던 이는 하은용 부사장이다.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 자금전략실에서 경력을 쌓은 항공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2009년 상무보로 승진해 첫 임원 타이틀을 달고 재무개선프로젝트담당 업무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2012년 ㈜한진으로 넘어가 2013년까지 재무담당 상무를 지낸 뒤 대한항공으로 복귀했다. 재무본부장으로서 CFO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대한항공 내에서 우기홍 사장, 장성현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9년부턴 한진칼 CFO도 겸직하고 있다.
2년 전 발표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은 하 부사장에 엄청난 중책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두 항공사의 결합이 아닌 국내 항공업계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데다 조원태 회장의 의지도 워낙 확고했다.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딜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탄탄한 재무를 하 부사장이 밑바탕으로 깔아야 했다.
이제 재무 안정성이 크게 좋아진 만큼 1차 임무는 마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본게임이 남았다. 고비가 점쳐졌던 기업결합 승인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업계에선 상반기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인수 후 통합계획(PMI)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로 영업을 이어가다가 2024년에 통합될 계획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조원태 회장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어렵다고 해서 외면한다면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위축되고 활동 입지 또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고금리 차입과 다름없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1조2650억원 안고 있다. 연간 이자만 900억원 수준이니 빨리 해소해야 하는 빚이다. 현재 자본잠식율은 64.1%, 게다가 영구채를 부채로 넣는다면 완전 자본잠식이다.
부채비율의 경우 작년 9월 말 연결 기준으로 1만298%를 기록했다. 항공기 리스료가 부채로 잡히는 항공사 특징을 감안해도 위험한 수준이다. 대항한공은 아시아나항공에 경영정상화 자금 1조5000억원을 수혈하기로 했으나 이는 부채비율이 2000%대에 불과했던 2020년의 아시아나항공을 기준으로 잡은 계획이었다. 하 부사장으로선 통합을 앞두고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창출력이 여객사업 회복 덕분에 크게 좋아진 것은 긍정적 부분으로 평가된다.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누적 영업이익이 4825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현금흐름 역시 1조5277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점프한 상태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통합 재무지표 저하가 예상된다”면서도 “대한항공의 이익창출력과 재무완충력을 감안하면 감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사업적으로도 시장지위 강화와 과당경쟁 완화 등을 통해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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