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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을 움직이는 사람들]'8년 공백'에도 존재감 뚜렷한 장세주 회장①'23년 경영수업'으로 현장 이해도 높아…브라질 CSP제철소 등 공과 분명

허인혜 기자공개 2023-01-25 07:37:57

[편집자주]

동국제강은 올해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8년 만에 돌아오는 장세주 회장과 연말 인사로 요직에 오른 4세 장선익 전무 등이 오너가의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격변기를 맞은 동국제강의 주요 인물들을 분석해보고 역할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동국제강의 주주총회에는 아주 중요한 안건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적분할 안건도 무게감이 있지만 그보다 앞서 장세주 회장의 등기임원 '컴백'이 주주총회 표결에 달려있다.

동국제강 내부에서는 장 회장의 복귀가 무탈하게 매듭지어질 것으로 본다. 장 회장이 물러난 사유를 생각해보면 난망할 법도 한데 동국제강은 틀림없는 복귀를 전망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8년 공백에도 장세주 회장의 자리가 공고한 이유는 뭘까.

◇'장 사원'부터 시작한 장세주 회장, 경영수업만 23년

장세주 회장은 동국제강의 3대 회장이다. 2001년 취임했으니 올해로 22년을 채웠지만 회사를 이끈 기간은 14년 가량이다. 201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2016년 11월까지 재판을 치렀고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5년간 취업이 제한돼 경영일선에는 나서지 못했다가 지난해 광복절 사면으로 복귀가 가능해졌다.

장세주 회장은 그룹을 8년이나 떠나있었지만 여전히 동국제강하면 장 회장이 떠오를 만큼 절대적인 인물이다.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 장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장 자리를 대신하며 오너가의 영향력을 유지해왔고, 장 회장도 물밑에서 장 부회장의 경영에 조언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장 회장은 회장에 오르기 전 오랜 세월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장상태 명예회장 아래에서 장장 23년을 차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격을 기르는 데 사용했다.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동국제강의 가풍에 따라 요직으로 입사한 게 아니라 평사원부터 차근히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진다. 4세인 장선익 전무의 경영수업도 똑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1953년 부산 태생으로 연세대학교 이공대를 졸업하고 타우슨주립대학교로 유학해 경제학 학위를 땄다. 197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리, 과장, 차장, 임원, 사장을 거쳤다. 기획관리부 사원, 인천제강소 제강과 대리, 본사, 회계과장, 일본지사 차장 등이다. 1992년 동국제강 인천제강소 소장을 지내고 1995년 전무(기획조정실장)에 올랐다. 1998년 부사장(영업본부장)을 경험하고 1999년 동국제강 사장으로 승진했다.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생 장세욱 부회장과 9년의 나이차이가 나는 터라 장 부회장이 장 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른다는 후문이다. 할아버지가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부친이 장상태 명예회장이다. 장남은 장선익 전무로, 그 아래 승익씨가 있다.

◇공과 뚜렷…'3대의 꿈' 브라질 CSP제철소, 구조조정 진두지휘

장 회장이 경영진으로 복귀하는 건 그가 오너가 인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과오가 있었던 일부 '회장님'들은 내부의 반대든, 외부의 반대든 결국 경영 복귀를 하지 못하고 오너로만 남은 전례가 여럿 있다. 장세주 회장이 경영진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과오가 있을지언정 공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공과는 브라질 CSP제철소 프로젝트부터 시작된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준비해 2007년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부지 착공까지 또 다시 4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다. 공장 착공이 2011년, 가동을 시작한 건 2016년이다. 오랜 기간이 걸렸는 데도 결국 생산까지 이뤄낸 이유는 장경호 창업주의 꿈이 일관제철소 건립이었기 때문이다. 장 회장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대의 꿈', '아버지의 이름으로 짓는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한때는 동국제강의 알토란을 꿈꿨다. 2018년 설립 2년 만에 제철소의 최대 생산치인 300만톤(t)에 근접한 철강 반제품 슬래브를 생산해 냈다. 2016년만 해도 당기순이익이 905억원으로 흑자였다.

하지만 장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완공 이듬해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 마이너스(-)5780억원, 2018년 -5436억원, 2019년 -4801억원, 2020년 -6234억원의 성과를 냈다. 2021년에는 6529억원의 플러스 수익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2021년 말 기준 부채는 3조5424억원이다. 5년간 쌓인 당기손실은 -2조1346억원으로 치솟았다. 결국 지난해 7월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제철소 총 보유 지분 30%를 아르셀로미탈에 매각하기로 했다.

실무진 시절에는 1990년 국내 철강기업 최초로 직류 전기로를 도입했다. 포항제강소 건설도 장 회장의 성과다. 포항제강소 설립은 처음에는 조단위 투자금 탓에 안팎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결국 동국제강의 두 번째 도약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4년 단행한 구조조정도 공로이자 과오로 평가 받는다. 포항 후판1공장, 농기계 제조 자회사 국제종합기계, 모바일 부품 제조 자회사 DK유아이엘 등의 사업을 팔았고 2010년 준공한 페럼타워도 매각해 자금을 채웠다.

◇컬러강판 점유율 늘려야…4세 승계 연착륙 '과제'

장 회장의 과제는 경영인으로서도, 오너로서도 각각 남아있다. 경영인으로서는 동국제강의 먹거리 컬러강판 럭스틸(Luxteel) 점유율 확대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CSP제철소 매각의 배경 중 하나로도 '잘 하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꼽힌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점유율은 20~30%를 오간다. 2020년까지 시장 점유율로 1위였지만 최근 포스코와 KG스틸 등 경쟁자들에게 점유율을 조금씩 내주고 있다.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시장 노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2030년까지 컬러강판 관련 사업 매출을 2조원으로 늘리고, 연산 100만t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재 컬러강판 연산 규모는 85만t 수준이다. 멕시코, 인도, 태국 등 3개국에 3개 거점을 확보했고 멕시코에 신규 코일센터를 추가로 짓고 있다.

브라질 CSP제철소 매각 작업도 마무리까지 절차가 일부 남았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제철소 매각 시점을 두달여 뒤로 미룬 상태다. 브라질 경쟁당국 심사 등의 절차는 해결됐고, 아르셀로미탈의 최종 결정과 대금 납입만 남아있다. 예정대로 매각이 끝나면 3월부터 동국제강과 브라질 CSP제철소의 인연은 끝난다.

오너가로서는 장 전무 승계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장 전무의 낮은 동국제강 지분율(0.83%) 탓에 지배력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인적분할로 지분율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동국홀딩스, 동국제강, 동국씨엠 각각에서 보전되는 만큼 오너가의 지분율도 대폭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장세주 회장(13.94%)과 장세욱 부회장(9.43%)의 합산 지분율만 해도 80%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회장의 경영철학은 '열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철강에서는 우리가 최고여야 한다는 각오가 뿌리깊다는 전언이다. 임직원들에게 "한번 정한 목표는 포기하지 않고 기필코 성취하는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해 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 경험이 풍부해 임직원들에게 편한 인상을 주고자 하지만 한때 전체 임원들의 성적표를 작성해 발표할 만큼 임원진에게는 강한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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