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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을 움직이는 사람들]'알록달록한 강판' 잘 아는 장세욱 부회장②형님 공백 가려준 탄탄한 '형제 경영'…투톱 경영진 자리 굳힐 듯

허인혜 기자공개 2023-01-26 07:41:12

[편집자주]

동국제강은 올해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8년 만에 돌아오는 장세주 회장과 연말 인사로 요직에 오른 4세 장선익 전무 등이 오너가의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격변기를 맞은 동국제강의 주요 인물들을 분석해보고 역할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동국제강 작업복을 함께 입은 지도 20년이 훌쩍 지났다. 두 형제가 경영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으니 '형제의 난' 이야기도 고개를 들 법 하지만 동국제강은 이 이슈에서만큼은 무탈한 세월을 보내왔다. 장 회장의 복귀 소식이 들리는 데도 내홍을 말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장 부회장이 지켜온 '형제 경영' 기조 때문이라는 평가다.

'우애 깊은 아우'이기 전에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의 지난 8년을 이끌어온 대표이기도 하다. 동국제강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해외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컬러강판을 동국제강의 간판 사업 포트폴리오로 구축해온 장본인이 장 부회장이다.

◇장세주 공백기에도 지켜온 '형제 경영' 가풍

장세주 회장이 대외활동에 나서지 못한 세월은 길었지만 오너가의 영향력이 줄거나 사업적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등의 부작용은 없었다. 장 회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는데 왜일까. 동국제강이 다른 기업처럼 장자승계를 고수하기보다 형제경영을 밀어왔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도 장 회장의 단일경영보다 형제경영을 전망해 왔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동국제강에서의 첫 발을 뗐다. 1962년생으로 장상태 동국제강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 10년간 군인으로 복무한 이력이 있다. 이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거쳤다.


장 회장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직원급부터 시작해 경영진으로 올라온 인물이다. 과장, 부장,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역할로는 경영관리부문과 해외지사, 포항제강소, 경영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2014년까지 계열사 유니온스틸의 사장이었다가 2015년 장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대표가 됐다.

장 부회장의 경영은 역설적으로 장세주 회장의 존재감을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을 공식적으로 이끈지도 8년이 지났다. 장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햇수가 14년으로 6년여 길지만 8년이라는 세월이라면 단일 대표로서의 정체성이 더 뚜렷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장 부회장은 '장세주 지우기'에 나서지 않았다. 다른 기업에서 심심치않게 '형제의 난' 이야기가 들리는 와중에도 동국제강은 해당 이슈에서는 큰 설왕설래가 없었다.

장기간 공백에도 그룹에 드리워졌던 장 회장의 그림자는 동국제강의 의도로도 읽힌다. 장 회장은 2015년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미등기임원으로서의 회장 자리는 놓지 않았다. 장세주 회장이 2018년 가석방 이후 틈틈이 회사로 출근해 물밑에서 장 부회장에게 조언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장 부회장이 '형님'의 자리를 인정해온 덕에 장 회장의 공식 복귀도 무리없이 전망된다는 분석이다. 2018년 '장 회장의 복귀는 언제냐'는 질문에 장세욱 부회장이 "공식, 비공식을 따질 것 없이 회사에 출근하면 복귀한 게 아니냐"며 "이미 출근중"이라고 답한 일화가 유명하다.

장 회장과 장 부회장의 관계는 재계의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워낙 우애가 깊다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오는 평가고, 두 사람의 위계를 두고서는 장 회장이 장 부회장을 아끼고, 장 부회장은 장 회장을 존경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컬러강판' 잘 아는 리더…사업성 높였지만 ESG 아쉬운 성과

장 부회장 역시 공로와 과오가 분명한 인물이다. 공적으로는 동국제강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채운 점이 꼽힌다.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Luxteel)'은 2011년 런칭됐지만, 출발은 장 회장 시대에 열렸더라도 키운 건 장 부회장이다.

컬러강판은 장 부회장의 전공분야기도 하다.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되기 전 유니온스틸을 사장으로서 이끌었는데 장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부터 유니온스틸의 컬러강판 사업이 더욱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급'을 내세운 게 적중했다. 럭스틸도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택하기 보다 고급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럭스틸의 생산량은 출범 첫 해인 2011년 6만톤에서 2021년 28만톤으로 5배 성장했다. 동국제강에서의 컬러강판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10%에서 20%로 늘었다. 2020년 부산공장의 컬러강판 라인 증설도 장 부회장의 공로다.

럭스틸의 성장은 역설적으로 재무에 부담을 주던 해외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덕이기도 하다. 브라질 CSP제철소 매각 작업이 대표적이다.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이 아직 회사를 이끌던 2014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구조조정 등의 재무건전성 강화 작업을 거쳤다. 그 과정 속에서 장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의 경영관리 경험이 있었던 장 부회장이 총대를 매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과오로는 우선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ESG 등급이 꼽힌다.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중위권에 머물렀는데 등급은 B+에서 하나 내려온 B다. 사회 부문에서 등급이 하락하며 종합등급도 조정됐다. '근로자 사망사고와 지속적인 안전사고 발생'이 한국ESG기준원이 꼽은 원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3년간 4건의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를 겪었다. 올해 3월 하청업체 근로자 산재 사고, 2021년 창고 근무자 산재 사고와 식자재 납품업자 산재 사고, 2020년 유압기 수리 근로자의 산재 사고 등이다. 장세주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됐고 장 회장이 구속되던 당시 후판사업본부장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승진해 동국제강을 받쳐왔던 김연극 전 대표도 중대재해로 여러차례 고개를 숙였다.

국민연금과 주주총회에서 적어도 5년간 대척관계였다는 점도 부담요소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장세욱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8년, 2020년, 2022년 세 차례 연속이다. 세부기준 30조에 따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가 소홀했다는 판단이다. 2020년에도 같은 의견이었다. 2018년에도 감독의무소홀을 이유로 반대했다.

◇고부가가치 중심 '투톱 경영' 이어질 듯…부드러운 리더십 평가

장세욱 부회장에게 중요한 건 앞으로다. 장세주 회장이 공식적으로 등기임원 회장으로 돌아오면 장 부회장은 다시 경영 일선보다는 한걸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다만 비공식적으로는 장 회장이 2018년부터 동국제강의 전략을 물밑에서 진두지휘해왔다는 점, 장 부회장도 장 회장과의 공조를 숨기지도 껄끄러워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 회장의 공식 취임으로 두 경영진의 역할에 확실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평이다.

경영관리와 전략에 능한 만큼 장 회장과 '투톱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인적분할 후 조직개편 작업에서 경영진으로서 계속 몸담아온 장 부회장의 용병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영업과 전략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2021년 럭스틸의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의 퍼즐을 효율적으로 짜맞춰온 것도 장 부회장이다.
2021년 열린 럭스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장세욱 부회장.

사업적으로는 컬러강판 1인자 자리를 다시 굳히는 데 장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 부회장은 2021년 럭스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컬러강판을 두고 '내 새끼'라고 칭할 만큼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동국제강은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100만톤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DK 컬러 비전 2030을 선포한 지 2년차지만 일부 목표는 채워지고 있다. 멕시코에 설립 중인 신규 코일센터 등이다.

리더십 면에서도 장세주 회장과 보완관계다. 장 부회장은 '형님 리더십'으로 통한다. 강력한 '형님'이 아니라 친형처럼 친근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에 가깝다는 평가다. 유니온스틸을 이끌 때는 더 친근한 리더였다는 후문이다. 임직원들 300명과 모두 저녁 한끼를 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활용해 임직원들과 소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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