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호 키맨 지형도 변화]포스코케미칼 만든 일등공신 민경준 사장은 왜 떠났을까⑥세차례 연임, 주가·실적 견인했음에도 4연임 실패
조은아 기자공개 2023-01-31 07:33:17
[편집자주]
'포스코 회장 잔혹사' 이야기를 꺼낼 시기가 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는 약 1년이 남았지만 정권 교체와 맞물린 전임 회장들의 중도 퇴임 역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경제계 신년회에 이례적으로 불참하고,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포스코 회장직의 연임 행태를 비판하는 등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최 회장은 본인의 남은 임기 1년을 함께할 사장단 인사를 파격 단행했다.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됐던 인물들 중 누군가는 자리를 지켰고, 누군가는 자리를 옮겼다. 아예 짐을 싼 사람도 있다. 최 회장과 포스코의 의중은 무엇일까. 더벨과 THE CFO가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발표된 포스코그룹 임원인사에서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함께 가장 관심을 받았던 인물은 바로 포스코케미칼을 이끈 민경준 사장이다. 민 사장은 지금의 포스코케미칼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임기가 1년밖에 안 되는 포스코그룹에서 무려 세 차례나 연임에 성공한 민 사장이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할지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였다.결과는 퇴진이었다. 포스코그룹 안팎에서는 4년이나 대표를 지낸 만큼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고 보는 시각과 함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민 사장의 퇴진이 의아하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민 사장은 2018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포스코케미칼 대표로 선임됐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연임했다. 포스코그룹 대표이사단 가운데 최 회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지만 4연속 연임 기록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
당초 업계는 민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살펴보면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지만 포스코케미칼은 무풍지대에 있었다. 지난해 1월 14만3500원으로 출발했던 주가는 11월 한때 장중 23만9000원을 찍기도 했다.
실적 역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포스코케미칼의 연간 매출이 3조5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80% 가까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300억원대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 사장은 최 회장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 중 한 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 회장과의 특별한 접점은 없다. 민 사장은 재무통인 최 회장과 달리 주로 현장에서 근무한 생산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금속과 관련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로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한 최 회장과 달리 민 사장은 광양제철소 등 국내 생산현장은 물론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 등 해외법인에서도 오래 근무했다.
민 사장은 최 회장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만큼 현장에 다소 약한 최 회장을 보완해주는 인물로 꼽혔다. 취임 이후로는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했다.
민 사장의 거취가 특히 주목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최 회장이 포스코케미칼 대표를 거쳤다는 데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2월 포스코케미칼 대표로 선임돼 같은 해 6월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내정됐다. 실제 대표를 지낸 시기는 4개월밖에 안 되지만 회장이 되기 전 마지막 자리가 포스코케미칼 대표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민 사장의 퇴진을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4년이나 자리를 지킨 만큼 후진에게 길을 터줄 시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민 사장은 1958년생, 신임 대표이사인 김준형 사장은 1962년생이다.
포스코케미칼이 그룹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데다 성장성도 가장 높은 만큼 한 명에게 계속 대표 자리를 맡기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특히 '측근'에게 핵심 계열사를 오래 맡긴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최 회장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GM 등 해외 파트너십 강화 측면이나 유럽 진출 등 사업의 연속성 등을 볼 때도 더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민 사장의 빈자리를 채운 김준형 사장은 민 사장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압연담당 부소장, 포스코 기술투자본부 신사업실장 등을 지냈다.
2018년부터 포스코ESM을 이끌며 그룹 내 양극재 사업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ESM은 양극재 생산을 담당하던 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초창기 4000톤 규모에 불과했던 양극재 생산능력은 2018년에는 8000톤까지 확대됐다.
이후 포스코케미칼이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한 2019년 4월부터는 포스코케미칼의 에너지소재본부장을 맡아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판매 등의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김 사장 역시 포스코 출신이지만 주로 현장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아 최 회장과의 접점은 없다.
자리를 비웠던 2년 사이 포스코케미칼은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를 이줬다. 주가와 실적 모두 당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앞서 4일 열린 취임식에서 "2년 만에 돌아와 보니 많은 임직원들의 수고를 통해 포스코케미칼이 그룹 성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경쟁력 있는 투자로 지속성장동력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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