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 공모펀드]ETF에 빼앗긴 헤게모니, 직접 상장으로 부활 꿈꾼다①역성장에 위기감 증폭, 운용업계 타당성 검토 등 분주
윤종학 기자공개 2023-03-31 08:16:11
[편집자주]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몇 해전부터 활성화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수요 증가를 반영해 공모펀드의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이른 시일내 구체화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모펀드 상장이 이슈로 떠오른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1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은 장외시장(판매채널)에서 거래되던 뮤추얼펀드의 몰락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강화된 이후 은행, 증권사 등이 펀드 판매에 소극적이고, 이에 더해 직접 거래가 가능한 ETF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어 과거와 같이 판매사에 기대는 구조로는 공모펀드로의 자금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에 운용업계에서는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으로 거래소 상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이 축소되는 중에도 ETF(상장지수펀드)는 거래의 용이성과 운용의 투명성, 낮은 수수료 등을 앞세워 덩치를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상장의 필요성 및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공모펀드의 상장이 가능한지를 살피고 시스템상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한국거래소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서도 업계 의견을 모아 공모펀드 상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운용사 출신인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후 정체된 공모펀드 시장을 부활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데 더해 최근 공모펀드 상장 방안을 언급하며 불씨를 지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모펀드 상장과 관련해 해외사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업계 및 금융당국과의 논의는 내부 조사가 좀 더 진행된 후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상 아직 검토 단계인 셈인데 운용업계에서도 이미 공모펀드 상장 도입과 관련해 긍정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일부 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공모펀드 상장과 관련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상장의 타당성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고, ETF를 활용해 뮤추얼펀드를 상장시키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며 "향후 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상황이 되면 관련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업계 전반이 '공모펀드 상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공모펀드 침체의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탁고의 지속적인 감소 등으로 인한 공모펀드 시장의 위기는 10년 넘게 이어진 화두다.
과거 투자상품의 대명사로 꼽히던 공모펀드는 사모펀드, ELS 등 경쟁상품들이 성장하고 운용성과가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전체 펀드 가입 수요가 줄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강화되며 판매채널마저 비좁아졌다.
이에 금융당국도 매해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도 공모펀드 설정시 고유재산 투자 의무화, 성과연동형 운용 보수 도입, 소규모 펀드 정리 활성화 등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 규모는 2014년부터 200조원 안팎을 유지하다 2021년 312조원까지 커졌다. 외형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ETF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기존 전통 공모펀드 시장은 역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ETF 시장 규모는 17조원에서 78조5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ETF를 제외하면 200조원을 간신히 지켜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모펀드 시장 규모는 283조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0% 가까이 감소하며 자금유출이 가팔라지고 있다. 여기에 법인 자금이 대부분인 MMF(단기금융펀드)를 제외하면 실제 투자상품으로 공모펀드의 입지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MMF 규모는 151조원이었으며 이 중 138조원이 법인자금이었다.
최근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이 더욱 침체되고 있는 요인으로는 판매채널이 꼽힌다. 공모펀드의 판매는 대부분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다. ETF처럼 직접 상장된 상품과 달리 판매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책임소재를 판매사가 떠안게 되자 자연스럽게 소극적으로 변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으로 자산운용사에 역량 강화 등을 요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과거와 달리 판매가 거의 되지 않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며 "일부 은행은 내부적으로 펀드판매를 중단한 곳도 있고 증권사들 중에는 펀드 대신 ETF판매를 KPI(성과지표)로 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가 ETF처럼 직접 상장된다면 지속되는 수탁고 감소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TF의 성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투자자들은 이미 거래 편의성이 갖춰진 상장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모펀드 중에서도 운용성과가 좋은 펀드들을 선별해 상장하거나 테마형 펀드들을 묶어 섹터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펀드 하나 가입하는 데 1시간이 넘는 수고로움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로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을 찾기 어렵다"며 "공모펀드가 상장할 수 있다면 판매채널에 기대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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