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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IB출신, 메자닌 투자 대들보 이성엽 오라이언운용 상무기관 출자 펀드 운용…매년 두자릿수 수익률 달성

이돈섭 기자공개 2023-04-11 08:21:31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라이언자산운용 헤지펀드 운용본부는 2016년 신설된 이후 국내 기관 자금을 유치해 상장·비상장 메자닌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 매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꾸준하게 달성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본부 성과 배경에는 이른바 '3인 운용역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상훈 부사장과 박성호 전무, 이성엽 상무(사진) 등 매니저 3인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경우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것. 그 중 가장 젊은 이 상무는 운용 실력은 물론, 시장 원칙을 고수하며 신뢰를 주는 매니저로 정평이 나 있다.

1980년생인 이 상무는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법학석사와 금융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하이투자증권 IB에서 근무했고 2016년 오라이언운용에 합류, 현재까지 헤지펀드 운용본부에 몸담고 있다. 에코프로와 다원시스 등 상장사 메자닌 투자에 주력하며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성장스토리 : 메자닌 투자에 대한 믿음, IB에서 운용역으로

이 상무가 금융투자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건 16년 전인 200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재학 시절 금융업계에 관심을 갖고 증권사 입사를 꾸준히 준비하다가 졸업 전 CJ그룹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당시 CJ그룹은 CJ투자증권(현 DGB금융그룹 하이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

다양한 금융회사 중 증권사를 선택한 건 역동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CJ투자증권에 입사한 이 상무는 상품개발팀에 배속돼 펀드 리서치 업무를 맡았다. 상품개발팀에서 4년여 간 일하며 국내 펀드 업계 현황을 꿰뚫고 있을 때 즈음 사내 국제금융팀이 신설됐고, 50대 1 공모 경쟁률을 뚫고 조직을 옮겼다.

국제금융팀이 만들어진 건 국내 메자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국내 메자닌 시장 투자자는 대부분 해외 헤지펀드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해외 투자자가 떠났고 그 자리를 국내 투자자가 채워나갔다. 국제금융팀은 ECM팀으로 이름을 바꿔 발행 업무에 주력했다.

이 상무가 운용사로 이직한 계기는 신기술투자조합 결성 시도가 무산되면서다. 2012년 하이투자증권 ECM팀은 국내 한 캐피탈사와 함께 Co-GP 형식으로 1000억원 규모 조합 결성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증권사 조합 GP의 법 저촉 여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붙었다.

결국 조합 결성이 반대에 부딪혀 실패하자 투자 의지가 강했던 당시 이상훈 팀장(현 오라이언운용 부사장)과 박성호 부장(현 오라이언운용 전무)이 이 상무에게 독립을 제안했다. 그간 메자닌 투자 중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딜 소싱과 크레딧 분석만 제대로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하이투자증권 ECM팀 3인방은 회사를 나왔고 동기인 김병기 대표가 운영하는 오라이언운용에 2016년 둥지를 틀었다. 이상훈 부사장과 박성호 전무, 이성엽 상무 3인 체제로 운용되고 있는 오라이언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는 올해로 8년째 처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투자 철학 : 메자닌 투자의 시작과 끝은 '상환가능성'

되돌아보면 오라이언운용 합류 당시 부담감은 거의 없었다. 메자닌 투자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500억원을 예상했던 1호 펀딩이 65억원에 그치면서 충격에 빠졌다.

이 상무는 "당시엔 딜만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패착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트랙레코드의 필요성을 절감했으니 결과적으로 좋은 계기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2018년 코스닥벤처 제도가 도입되고,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도 주어지면서 메자닌 투자는 더 힘을 받았다.

지난달 말 현재 오라이언운용이 청산한 코스닥벤처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20.24%. 펀드 수익률이 꾸준한 데는 투자 요건을 꼼꼼히 따져본 것이 주효했다. 이 상무가 강조한 것은 '상환 가능성'. 피투자 기업은 현금흐름 여력이 좋거나 자금조달 여건을 갖췄거나 자본 잉여금을 충분한 상태여야만 한다.

여기에 10개 종목 이상 분산투자를 실시해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메자닌 발행주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보니 여러가지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고, 꼼꼼하게 검토했다고 하더라도 돌발 변수는 늘 나오기 때문에 변동성을 완전히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골라낸 기업은 전체 시장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여기에 이 부사장과 박 전무를 설득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동양철관 전환사채 투자 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을 펼쳤다. 투자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한 뒤 오라이언운용은 지난달 10억원을 투자했다.

◇트랙레코드1 : 에코프로 교환사채 투자, 1년여 만에 수익률 48%

이 상무는 그간 성과가 탁월했던 펀드 중 하나로 '오라이언 EB 전문투자형 46호'를 꼽았다. 이 펀드는 103억원 수준으로 설정돼 에코프로가 2020년 발행한 교환사채에 투자, 에코프로 2차전지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출범한 에코프로비엠 보통주로 6차례에 걸쳐 순차 교환해 1년 뒤 투자금을 전액 회수했다.

초기 교환가액이 기준가격 대비 10% 할증 발행된 데다 시가하락에 의한 교환가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이 작지 않았지만, 전기차 시장 업황 변동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을 감안해 단게별 엑시트 시점을 계획해 순차적으로 교환권을 행사하면서 누적 수익률을 47.96%로 펀드를 조기 청산했다.

에코프로 투자 건은 이 상무가 과거 하이투자증권 재직 당시 자금 조달을 도운 경험이 몇번 있는 터라 그 인연이 투자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2020년 투자를 검토했을 당시 에코프로의 PER는 무려 40배가 초과할 정도로 고밸류였던 상황. 주변 애널리스트들도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오라이언운용은 에코프로 2차전지 사업이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에 집중돼 있어 니켈 중심 타사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점과 5세대 전지 시장 개화로 양극재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 신규 고객 확보 속도와 원재료 수직계열화 강점 등 요소들을 검토한 결과 투자 매력은 남아있다고 봤다.

이 상무는 "하이투자증권 재직 당시 과거 투자 경험이 있어 잘 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상환에 실패할 리스크도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기업의 캐파 확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지만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까 본부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 증권사 재직 시절 인연으로 다원시스 44% 성과

코스닥 상장기업 다원시스에 투자했던 '오라이언 메자닌 전문투자형 3호'도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다. 다원시스는 이 상무가 하이투자증권 재직 시절 IPO를 주관하고 자금조달을 도왔던 곳이다. 다원시스가 2017년 4월 두 차례에 나눠 총 3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는데 오라이언운용이 이중 40억원을 매입했다.

다원시스는 일반 전원을 고성능 특수 전원으로 바꾸는 전원장치를 개발해 생산한다. 핵융합, 플라즈마,태양광CVD, 철도전원장치 등 제조에 주력한다. 2010년 9월 코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4700억원을 기록중인 곳이다.

당시 다원시스 전환사채 만기는 5년이고 만기 이자율은 0.5%였다. 발행 후 1년 뒤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전환가액은 1만1661원이었다. 발행일이었던 2017년 4월 6일 다원시스의 주가(종가기준) 1만1700원에 비해 소폭 낮게 형성됐다. 주로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투자했다.


다원시스 주가는 2017년 CB 발행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그해 9월 말 9980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2만5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주가가 급등했고 그 이후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며 그해 말 1만5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라이언운용은 이듬해 5월부터 5차례에 걸쳐 엑시트를 실현했다.

투자를 집행하고 1년 8개월이 지난 시점 펀드를 청산, 누적 수익률로 43.71%를 기록했다. 이 상무는 "IB에서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다양한 자금조달을 거치면서 추가 투자를 집행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며 "수익자 수요를 충족하는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향후 계획 : 매니저 신의성실 충실…메자닌 인덱스 꿈꾼다

시장에서 이 상무는 '온화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 경력이 올해로 16년째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 한 곳에 편중하지 않은 채 다양한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매니저로 정평이 나 있다. 오라이언운용 펀드의 꾸준한 성과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는 "금융투자업계가 돈을 오가는 곳이다보니 본인 성과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라이언운용 헤지펀드운용팀은 수익자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직임에 틀림없다"며 "하이투자증권 재직 시절부터 이 상무가 소개하는 딜은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고 말했다.

오라이언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 AUM은 3200억원 정도인데,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자금을 끌어올 생각은 없다. 이 상무는 "고객 자금을 받아 수요에 맞게 잘 운용해 돌려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적정 수준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대박 수익률을 좇진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는 국내 메자닌 투자 인덱스를 만들어 투자 기회를 넓히고 싶다. 미국에는 '컨버터블노트(Convertible Note) 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도 많다. 컨버터블노트는 국내 전환사채와 다른점이 많지만, 벤처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이 상무는 "메자닌 시장은 제도가 촘촘해지면서 투자자에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거꾸로 보면 발행사 입장에서는 유리해진 만큼 앞으로 메자닌 발행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갈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한 장기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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