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존재한다.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지니는 것들이다. KDB산업은행(산은)에 대한 정부의 현물출자 결정도 기회비용의 법칙에 따라 신중해야 한다고 금융업계는 입을 모은다."현물출자를 통해 BIS비율을 개선한다? 글쎄요. 옛날과 달리 우리나라 금융권 전체 자산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1조원 현물출자로 BIS비율을 개선하는 효과는 예전만 못하죠."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주식을 산은에 넘기는 방식의 현물출자는 자본 보강을 위해 흔히 활용된 방식이다. 산은의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현물출자 1조원만으로도 BIS비율이 효과적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산은 자산 규모는 별도로 보나 연결로 보나 300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렇다 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한다고 해도 BIS비율이 0.1%p 개선되는 데 그친다. 연봉 1억원의 가치가 지금보다 20년 전에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 단위 현물출자에도 BIS비율이 낮게 지속되면 산은이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이것이야말로 현물출자의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발행할 때 정부 보증이 있다는 이유로 AAA(트리플에이) 등급을 매긴다. 시장에서는 '정부 보증이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 'BIS비율이 5%라도 괜찮다'는 얘기도 돈다.
문제는 산은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다. 해외 자본시장에서는 정부 보증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BIS비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자금 조달의 지표가 된다. 달러 조달 실패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해 BIS비율이 떨어진 상태에선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 산은이 아니면 달러를 자체 조달할 수 없는 중견기업들에 어려움이 전이될 수 있다.
해외 자금 조달을 위한 BIS비율 하한선은 1차로 12%, 2차로 8%다. 12% 선이 깨지면 달러 조달이 어렵고 그만큼 조달 비용이 치솟는다. 이에 정부가 현물출자 등 재정 지원으로 하한선을 맞춰주는 대신 고배당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BIS비율이 13.4%까지 떨어지자 LH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했다. 같은 시기 배당성향은 35.4%로 시중은행의 배당성향을 웃돌았다. 2020년에는 BIS비율이 16%까지 높아졌고 배당성향은 무려 43%로 나타났다.
현물출자에 따른 산은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전부 정부 몫으로 돌아가는 배당을 줄여야 한다. 특히 국책은행의 주요 기능인 해외 달러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면밀한 BIS비율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 배당을 줄여 BIS비율 하락을 대비한 완충재를 쌓아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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