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비주력 자회사 세아네트웍스의 존재 가치는[세아홀딩스]⑤오너가 영향력 기반…배당·담보 활용 가능성 잔존
이민호 기자공개 2023-05-10 15:22:28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16: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아네트웍스는 특수강 중심인 세아홀딩스 계열의 비주력 자회사이지만 그동안 이어진 일련의 그룹 구조조정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오너가(家)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된 회사가 세아네트웍스다.세아네트웍스가 현금흐름과 자본력이 바탕이 되면서 세아홀딩스 연결 기준 재무건전성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배당 재개뿐 아니라 지분을 담보로 활용한 자금조달 가능성도 열려있다.
◇SI·태양광발전 비주력 자회사…계열사 매출 의존
세아홀딩스는 최근 수년간 비주력 자회사를 처분하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자본재분배를 위한 현금도 확보해왔다. 2021년 5월 세아엔지니어링 매각이나 지난해 2월 세아에프에스·S&G홀딩스·세아에삽 패키지 매각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비주력 자회사임에도 그룹에서 자리를 지킨 계열사가 세아네트웍스다. 세아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과 플랜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2021년 4월 세아엔지니어링을 매각하기 직전에 플랜트사업만 인적분할로 떼어내 세아네트웍스에 흡수합병시켰다.
세아네트웍스는 존재감이 돋보이는 계열사는 아니다. 특수강 중심의 세아홀딩스 계열에서 SI나 태양광발전은 주력사업이 아닌데다 세아홀딩스는 지난해말 세아네트웍스 투자지분 가치(장부금액 기준)를 244억원으로 평가할 만큼 애초 사업규모가 크지 않다. 세아홀딩스의 전체 종속기업 투자지분(1조426억원)의 2.3%에 불과하다.
특히 세아네트웍스는 세아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는 그룹사 SI 업체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난해 세아네트웍스의 국내 특수관계자에 대한 용역매출(해외 특수관계자 제외, 이자수익·기타수익·무형자산처분 제외)은 297억원으로 파악된다. 전체 매출액(611억원)의 48.6%다.
세아씨엠(90억원), 세아제강(65억원), 세아창원특수강(47억원), 세아베스틸(39억원), 세아특수강(36억원) 순으로 매출비중이 높았다. 국내 특수관계자에 대한 용역매출 비중은 2019년 24.0%(242억원), 2020년 27.5%(99억원), 2021년 38.6%(234억원)로 최근 수년간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박의숙 부회장 그룹 영향력 기반 제공…배당·담보 활용성 잔존
그럼에도 세아네트웍스가 현재까지 그룹 내 일정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이유가 바탕이 됐다. 먼저 세아네트웍스 회장을 맡고있는 인물은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이종덕 세아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회장의 부인으로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의 어머니다.
박 부회장은 1992년부터 세아네트웍스 사장을 맡아왔으며 2014년 세아네트웍스 회장으로 승진했다. 세아네트웍스는 오너가(家)의 세아그룹에 대한 지배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비중이 높은 만큼 현금흐름도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세아네트웍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째 플러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달성하면서 같은 시기 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세아네트웍스는 2020년말 부채비율이 90.8%로 꾸준히 100%를 밑돌았다. 지난해말 105.5%까지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높은 편이다. 부채총계의 대부분이 매입채무로 리스부채(25억원)를 제외하면 차입금이 없다. 반면 우수한 현금흐름 덕분에 자본총계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는 세아홀딩스의 연결 기준 재무건전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세아네트웍스는 세아홀딩스 배당수익에도 기여하고 있다. 애초 세아네트웍스는 2013~2016년 4년간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을 만큼 배당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017년과 2018년 각 20억원, 2019년에는 30억원을 지급했으며 특히 2020년에는 380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세아베스틸(63억원)이나 세아특수강(53억원) 등 주력 자회사의 배당지급이 적었던 틈을 메운 것이 세아네트웍스였다. 2020년 10월 라미솔라에 매각한 태양광 발전시설 매각대금 504억원이 배당재원이 됐다.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한 덕분에 세아홀딩스는 2014년 5월 유상증자에 50억원을 책임진 이후 현재까지 세아네트웍스에 자금을 투입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세아홀딩스는 세아네트웍스 사업재편을 최근 완료했다. 2020년 6월 세아네트웍스에서 ITO(IT 아웃소싱)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브이엔티지를 세아홀딩스 자회사로 신설했다. 브이엔티지는 지난해 7월 디어테일사업부문과 루미테일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디어테일을 출범시켰다.
지난해말 기준 세아홀딩스가 세아네트웍스에 제공하고 있는 지급보증은 없다. 세아네트웍스 지분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키고 있지도 않다. 이 때문에 세아홀딩스가 세아네트웍스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세아네트웍스는 2020년(380억원) 이후 2021년과 지난해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 세아네트웍스는 이익잉여금 283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할 수 있는 자본잉여금도 97억원이므로 배당여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유사시 세아네트웍스 지분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키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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