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파킹 논란 SK증권 손실 보상…타 증권사로 확산될까 라임 사태후 선제 보전 분위기…KB증권 동참 여부 관심
황원지 기자공개 2023-06-21 08:13:04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증권이 이른바 ‘채권 파킹’ 논란이 불거진 상품을 가입한 고객에게 손실을 보상해주면서 비슷한 사례가 나올 지 주목된다. 이번에 문제로 지적된 만기 불일치 운용 방식이나 파킹 거래 등이 불법은 아닌 만큼 증권사 측의 보상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고객이 믿고 자금을 맡겼다는 점에서 선제적 보상 차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업계에서는 과거 라임, 옵티머스 사태 당시 판매사들이 줄지어 보상을 진행했던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검찰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일부 판매사가 선제적 보상을 시행하면서 타 판매사도 줄지어 자발적 보상을 진행한 바 있다. 만기 불일치형 운용 상품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이처럼 큰 손실을 낸 적이 없어 이번 사태가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3월 채권형 신탁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보상을 진행했다. 투자자들이 투자자산 평가손실 및 환매 연기에 대한 소송을 시사하자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 규모는 신탁자산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수십건 사례를 합쳐 약 1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문제가 된 상품은 ‘만기 불일치 운용’을 한 채권형 랩 신탁 상품이다. 이는 만기가 길수록 채권의 금리가 높은 점을 이용한 운용 방식이다. 예를 들면 투자자에게 1년 만기 CP에 투자하는 상품을 판매한 후, 금리가 더 높은 3년 만기 CP를 사들여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다. 1년 만기가 도래하면 통상 타 증권사에 2년간 파킹(같은 금리로 돌려받는 조건)하고 다음 고객을 모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러한 관행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슈로 불거졌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금리가 크게 인상,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유동성이 막히면서다. 예상보다 큰 손실에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KB증권에 이어 SK증권이 도마에 올랐다.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된 판매 및 운용 과정은 기술적으로 불법은 아니다. 채권 파킹의 경우 통정거래로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하지만, 일부 예외조항에 해당할 경우 합법이다.
KB증권은 이번에 자전거래로 지적된 건에 대해 ‘일부 수익자의 유동성 공급 요청에 따라’, ‘동일한 수익자의 서로 다른 계좌간 거래를 진행했다’는 점을 들어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SK증권도 만기 매칭 운용방식에 대해 이미 계약 당시 특약사항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불법 여지가 없다면 추후 소송으로 가더라도 손실금액을 보상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증권은 이번 사태에 손실 보상을 진행했다. 환매 과정에서 대처가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는 이유다. SK증권 관계자는 “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즉각 응하지 못한 점, 만기 연장에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 통지가 미흡했던 점 등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합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고객과의 신뢰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보상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인 및 개인고객이 증권사를 믿고 자금을 맡긴 만큼, 리테일 조직의 신뢰를 위해 빠른 보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과거 라임사태 때에도 검찰의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사였던 신영증권이 선제적으로 손실 보상 조치를 결정했다. 일부 판매사 외에 불완전판매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나, 회사 신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방어한 셈이다.
다만 이번 보상이 선례가 될 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만기 불일치 운용 방식으로 이같은 손해가 발생한 건 최근 들어서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해당 상품이 금리 인하기에는 수익을 내고, 금리 인상기에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간 저금리가 이어져 왔던 만큼 최근까지 환매 중단이 될 정도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만기 불일치와 채권 파킹을 혼합한 운용 방식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업계의 관행으로 큰 문제없이 이뤄져 왔다”며 “지난해 그리 급등에 사실상 거의 처음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투자자에게 증권사가 직접 보상을 해준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증권이 문제가 된 상품에 대해 손실을 보상해준 만큼 KB증권도 투자자의 손해가 있을 경우 보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라임사태 당시 신영증권의 보상 결정 후 신한증권 등 타 판매사들도 줄지어 자발적 보상을 진행했다. 금융당국 또한 사태 수습을 위해 판매사들의 보상안 참여를 권하면서 옵티머스 사태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보상이 진행됐다. 이후 이러한 선제적 보상안이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으로, 보상안 여부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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