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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풍향계]증권사 PF 달라진 기조, '시공사 신용도' 최우선 고려'A등급' 이상 업체 참여해야 자금 집행, 대형 정비사업 선호도 점증

전기룡 기자공개 2023-07-12 07:37:47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가 부동산 조직의 내부 지침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자금 집행에 앞서 '책임준공 확약' 유무를 최우선적으로 살펴봤다면 지금은 이와 함께 참여 시공사의 '신용등급'을 보다 중시하기로 했다.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집행 '허들'을 보다 높인 셈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증권사 부동산조직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과정에서 시공사의 신용등급을 최우선 요소로 삼기로 했다. 사업의 성격이나 소재지에 따라 다르지만 신용등급 'A' 이상의 시공사가 참여한 현장이 아니라면 자금 집행이 힘들다.

과거에는 책임준공 확약 여부에 자금 조달 결과가 갈렸다. 책임준공이란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 기한 내에 사용승인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을 의미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책임준공만 약속하면 부동산신탁사, 시공사 등 주체를 가리지 않고 증권사 자금 조달이 순탄하게 이뤄졌다.

증권가 지침의 변화는 달라진 업황 영향이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된 탓에 금융비용이 늘어나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여기에 원자재·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공사비마저 인상된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 중 도산하거나 포기한 시공사들이 상당수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이 책임준공을 맡은 사업장의 사정은 보다 좋지 않다. 부동산신탁사들은 신용공여의 주체가 되기 힘든 중소형 건설사들을 대신해 책임준공 확약을 맺었다. 사업 종주가 당연시되던 시절에는 리스크가 낮았으나 지금 업황에서는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추세다.

증권사 부동산본부도 현 업황을 감안해 시공사가 참여한 사업인 동시에 이들의 신용등급을 최우선적인 잣대로 삼아 자금 집행을 하기로 했다. 높은 신용등급을 전제로 한 신용보강과 함께 공사비 조달 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무리가 없는 재무여력을 갖춘 건설사가 참여한 사업이 아니면 자금 조달이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증권가의 자금 지원 선호도가 대형 시공사들이 참여한 정비사업에 보다 쏠린 상황이다.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일반적으로 책임준공 확약을 체결한다. 여기에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뒷받침되면 내부심의를 통해 무리 없이 자금을 조달해주는 게 가능하다.

한남3구역이 대표적이다. 3조원 규모의 사업비 및 사업촉진비의 대출을 담당할 금융기관을 선정할 당시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 신용등급 'AA-'의 현대건설이 책임준공 및 신용보강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숏리스트를 추릴 당시 7% 이상의 금리를 써낸 증권사들이 대거 고배를 마실 정도였다. 연초 10% 이상의 금리가 예견됐던 것과는 차이가 상당하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 소재의 사업장이라도 신용등급 'A-' 정도의 건설사가 책임준공과 신용보강에 대한 의무를 함께 진다면 대주단을 꾸리는 게 가능하다. 수도권 지역이라면 사업성이나 초기 분양수요 확보 여부 등을 고려해 'BBB' 선에서도 자금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시공사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구조화금융과 비슷한 면이 많다. 당시 대형 증권사들은 대형 펀드에 PF 유동화증권을 담는 방식의 구조화금융을 통해 브릿지론 만기가 일시에 도래한 시공사들을 지원한 바 있다. 이때 레터를 보낼 시공사들을 선정하는 기준이 됐던 게 신용등급 'A' 이상이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책임준공 확약이 자금 조달의 핵심 요소였다면 올해부터는 시공사의 신용등급을 최우선 요소로 삼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물량이 40%가량 줄어들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우량한 사업장들을 선별해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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