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라인업을 외사 제휴와 자체 설계 '투트랙'으로 구축하고 있다. 초반 글로벌 연금 전문 운용사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와 협업 구조로 TDF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내부 역량만 응집시킨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근래 들어 티로프라이스를 통해 운용되는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보다 사내 인력만으로 소화하는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의 수익률이 훨씬 높게 집계되고 있다. 자체 운용하는 TDF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면서 독자 운용 체제에 대한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한국운용 TDF 라인업의 3개월 단순 평균 수익률(지난달 말 기준)은 3.79%로 집계됐다. 1위인 NH아문디자산운용(5.63%), 2위인 KB자산운용(5.46%)보다 2%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6개월과 1년 성과를 따져봐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눈에 띄는 건 TDF 두 축인 TDF알아서펀드와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 시리즈의 수익률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가 주요 빈티지에서 TDF알아서펀드를 압도하고 있다. 본래 TDF알아서펀드가 메인 라인업이었으나 이제 자체 운용 브랜드인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에 오히려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운용의 전체 TDF 라인업에서 3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2060(클래스 평균 약 8%)'이다. 그 뒤를 잇는 게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2055(약 7%)',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2050(약 6%)'다. 동일한 빈티지인 TDF알아서펀드의 경우 5~6% 수준으로 집계됐다. 두 시리즈 모두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6개월 수익률로 범위를 넓혀보면 두 라인업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2050~2060은 16~17%에 육박하고 있으나 TDF알아서펀드는 11% 안팎에 불과하다. 이 하우스의 전체 TDF 상품 중에서 수익률 최하위권의 주축을 이룬 것도 TDF알아서펀드 라인업으로 나타났다. 물론 구조적으로 2020~2030 빈티지의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나 동일 빈티지를 비교해도 TDF알아서펀드의 성적이 유독 저조했다.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2060이 거둔 17% 대의 수익률은 국내 TDF를 통틀어 최상위권이다. 'KB온국민TDF2055'을 비롯해 몇몇 상품만 17%의 고지를 넘어선 상태다. 결과적으로 한국운용의 TDF 평균 수익률이 낮은 건 TDF알아서펀드가 평균값을 끌어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TDF알아서펀드의 경우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티로프라이스가 사실상 운용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운용은 펀드 설정 전 미국 볼티모어 본사를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고, 매월 컨퍼런스 콜을 통해 현지 매니저와 소통하고 있다. 역시 매달 전술적 자산배분을 놓고 티로프라이스와 한국운용의 매니저가 시각을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여기에 자산배분 키포인트와 하위펀드 종목 내역, 리스크 리포트 등을 주기적으로 수령해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주요 자산도 모두 티로프라이스가 운용하는 펀드들이다. 'US Large Cap Equity Fund(USD)', 'T. Rowe Price Funds SICAV - Global Aggre', 'Global Value Equity Fund(USD)', 'Global Focused Growth Equity Fund(USD)', 'European Equity Fund(USD)', 'Global High Income Bond Fund(USD)'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올들어 수익률 성과가 두드러진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의 경우 주요 자산 목록에서 티로프라이스의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 등을 고려해 오히려 SSGA(SPDR)와 블랙록(iShares), 뱅가드 등의 해외수익증권을 담고 있다. KB운용이 뱅가드와 결별 이후에도 뱅가드 상품을 주로 보유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자사의 상품(ACE 국고채10년, ACE 종합채권 등)을 애용하고 있다.

한국운용은 매년 전 세계 투자 자산군을 놓고 10년 이상의 장기자본시장 가정(Capital Market Assumptions)을 수립한다. 그 결과 미국 성장주식과 한국 채권자산 포트폴리오가 장기 위험 대비 수익률이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 헤지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변동성을 낮추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최소의 매매회전율', '최소 거래비용', '장기 복리효과'를 가미하는 방향으로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를 설계했다.

자산관리(WM)업계 관계자는 "한국운용이 TDF 투트랙 전략에 변화를 줄지 미지수"라면서도 "자체 역량만으로 운용되는 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게 유지되는 건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중장기 흐름을 더 지켜봐야하겠으나 부가 비용이 책정되는 제휴 관계에 대한 니즈가 낮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