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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로 보는 치매 시장]게임체인저가 넘어야 할 파고, '틈'을 노리는 경쟁사들②약가·효능·처방범위 등서 여전히 이견… 혁신신약·복합제·대증요법 등 대응 전략 곳곳에

최은수 기자공개 2023-07-20 10:49:57

[편집자주]

2만6000달러의 기적.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아두헬름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를 둔 해외시장의 평가다. 레켐비는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그러나 근본 치료제로서의 위상을 흔들 이슈로는 보기 어렵다. 국내 시장 역시 레켐비를 구심점으로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제 막 열린 치매 시장에 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아두헬름, 그리고 올해 레켐비가 있기 전까지 FDA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은 총 4개다. 다만 이들은 치료의 개념보다는 증상을 지연시키는 용도로 처방되거나 사용돼 왔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발생의 근본 원인을 타깃한다. 지금껏 없던 근본 치료제를 향한 도전기에서 처음으로 성공적 이정표를 세웠다.

레켐비가 '알츠하이머 게임체인저'로 서길 바라는 에자이·바이오젠 앞엔 약가, 효능, 제한된 처방 범위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고 험하다.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혁신신약 후발주자들도 상당하다. 그리고 앞서 기 출시 약물의 변주 등으로 '대증요법' 시장을 지키려는 제약·바이오사들이 본격적으로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레켐비 이전 약물의 시대 '도네페질 중심의 대증요법'으로 요약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아두헬름과 레켐비 외에 FDA에서 허가받은 약물은 총 4종이다. 도네페질을 대표로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 등이 자리한다. 이 가운데 도네페질과 메만틴은 복합제로도 허가받으면서 경도인지장애부터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 두루 처방돼 왔다.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대항 기출시 의약품은 의료 현장에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증요법'에 기대어 처방해 왔다.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도네페질'은 가장 오래도록 사용된 대표 치매 치료제이기도 하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5mg, 10mg, 23mg으로 증량이 가능하고 복약 편의성도 높다.

다만 레켐비는 임상을 통해 앞서 약물들이 입증하지 못했던 알츠하이머병의 비가역적 특성을 공략할 첫 이정표를 만들었다. 기존 출시 약물 역시 레켐비와 마찬가지로 조기에 적절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들과 병의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한다. 이들과 레켐비의 가장 큰 차이는 대증요법을 너머 '근본 치료'로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에 쓰이는 약들은 일상생활 수행과 행동 문제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근본적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조치를 취하는 수준"이라며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 옵션을 시장에 제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착륙까지의 과제 '안전성+비용 대비 효능 어필'

레켐비가 임상 3상에서 입증한 효능은 인지능력감소 진행속도를 위약 대비 27% 늦추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제껏 출시된 의약품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지만 전 세계에 레켐비의 폭발적인 보급을 이끌만큼 매력적인 수치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 현재까지 알려진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치료의 최선은 허가받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인데 레켐비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레켐비의 높은 공급가격은 이같은 시장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근거다. 우선 미국 기준 1년 치 약값만 2만6000달러(약 3300만원)다.

레켐비는 장기복용을 전제로 한다. 수 년 이상 레켐비의 약값 감당을 바라기란 미국 현지에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에 레켐비는 단회 투약(원샷)으로 알츠하이머를 일소하는 형태로 설계된 약물이 아니다. 더불어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타깃해 개발한 만큼 환자들로선 오랜 기간 투약 부담을 져야 한다.

국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 및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2021년 치매환자 1인당 관리비용은 2112만원이다. 직접의료비를 제외한 간병비용, 장기요양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레켐비의 성공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시판 허가를 제출했지만 허가 및 보험 등재 여부는 미지수다.

의료계 관계자는 "부대비용을 제외한 약값만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국내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치료제 보급 및 관리비용에 대봤을 때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라며 "결국은 환자가 선택할 영역인데 연착륙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절한 효능에 부작용만 줄인다면… 남은 시장 노리는 후발주자들

관건은 레켐비가 타깃한 본연의 시장인 초기 및 조기진단 시장 연착륙 여부에 달렸다. 초기 알츠하이머 단계에서부터 레켐비를 처방되면 기존 치료제 대비 효율적으로 질병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대체불가능한 강점이다. 이는 오래간 알츠하이머 근본치료제를 바라던 시장의 기대에 부합한다. 비용 단점도 일부 덮을 만큼 귀한 성과다.

다만 뒤집어 말해 레켐비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약물이 등장하면 언제든 레켐비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사 바이오젠의 주가가 지난 2021년 아두헬름을 출시했을 때완 달리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장은 가깝게는 레켐비의 연착륙을 의심하고, 멀게는 후발주자 및 대체제 등장 가능성에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국내는 10여개사가 여전히 알츠하이머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 중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NK맥스, 아리바이오와 젬백스앤카엘이 꼽힌다. 레켐비에 연착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해질수록 이들 개발사들엔 자금조달이나 임상개발 국면에서 상당부분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보고된 레켐비의 부작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다.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해당 부작용 보고 비율은 직전에 개발한 치료제인 아두카누맙(40%)보다는 나아진 10% 대로 관찰됐다. 그러나 발생률 약 10%는 의료 현장에서 처방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지기엔 적잖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기존 대증요법, 그리고 도네페질+메만틴 복합제 등으로 구성되는 치료 옵션이 여전히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피부에 붙이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도네리온패취(성분명 도네페질)를 출시하면서 도네페질 성분을 앞세운 시장 방어체제를 꾸린 셀트리온제약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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