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빅픽쳐]파운드리 승부는 2나노부터, GAA 선점효과 기대④경쟁사보다 앞서 핀펫→GAA 전환, AI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25 11:39:52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이다. D램 개발실과 파운드리 키맨을 교체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소재 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들 중심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걸었다. 삼성 반도체의 차세대 동력 찾기 현황과 시장 흐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2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양산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왔다. 2나노 공정을 2025~2027년 순차적으로 모바일향,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자동차)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3나노에서 TSMC보다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양산 라인에 적용한 만큼 기술적 승부수를 걸었다. 핀펫(FinFET) 방식을 쓰는 TSMC도 결국 GAA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향후에는 같은 기술 선상에서 경쟁이 시작된다.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선제적으로 협력해 파운드리 고객 풀을 넓히고 있다. 다만 설계·패키징 등에서 TSMC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국내 AI 팹리스들도 삼성보다 TSMC를 선호하는 게 고민이다.
◇3나노 양산공정에 GAA 최초 적용, 수율 제고도 성공적
시스템 반도체 제조를 의뢰받아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글로벌 빅2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경쟁사 TSMC와 점유율 격차가 상당히 크다. TSMC가 약 56%, 삼성전자가 15% 정도다. 20년 넘는 업력 차이(TSMC 30년, 삼성전자 7년)를 감안하면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다르다.
삼성전자는 그간 앞선 기술력 확보로 이를 뛰어 넘으려 했다.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 공략을 위해 GAA를 지난해 6월 3나노 양산에 최초 도입했다. GAA는 공정 미세화에 따른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 핀펫 방식을 넘을 수 있는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로 꼽힌다.

TSMC와 인텔의 경우 핀펫을 쓰고 있으나 2년 뒤인 2나노 미만 공정부터 GAA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GAA를 먼저 첨단공정에 활용함에 따라 초기 수율을 잡는 데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상 2나노 공정부터 TSMC와 삼성전자가 같은 기술기반으로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또 다른 전장은 AI이다.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와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자체 설계 인프라를 제공하면 파운드리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들은 물론 신경망처리장치(NPU) 팹리스 등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역시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TSMC에 칩 생산을 맡겨왔던 글로벌 GPU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곁눈질 보내는 것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3나노 수율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린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TSMC만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AMD는 한 곳에 쏠리지 않고 고루 분배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 하에 삼성전자와 물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MPW 캐파 확대 숙제
다만 국내 AI 팹리스들마저도 삼성 파운드리를 잘 쓰는 편은 아니다. 리벨리온, 딥엑스 등은 삼성 파운드리 5나노 공정 기반 AI 칩을 내놓고 있다. 퓨리오사AI는 내년쯤에야 삼성 파운드리 라인을 사용할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비지원을 받는 팹리스들이 TSMC를 쓰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도 있지만 성능 최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달리 말하면 토종 팹리스들조차 삼성 파운드리를 선뜻 사용하는 것을 망설이는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한 장의 웨이퍼에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만드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와 설계자산(IP)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TSMC보다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업력의 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PW 생산능력(캐파)이 모자란 경우가 많고 일정이 맞지 않으면 결국 TSMC를 쓸 수밖에 없다"며 "일부 업체는 1세대 칩을 삼성 파운드리로 만들다가 현재 개발 중인 칩은 TSMC로 바꾼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부터 최종 고객까지 아우를 종합적인 전략과 인프라가 취약한 점이 지목된다. 가령 디자인하우스처럼 설계도를 고객사 구미에 맞게 디자인하는 역량 역시 중요한다. TSMC가 200여개의 디자인하우스와 커넥션을 갖고 있는 반면 삼성의 파트너사는 9개 정도다.
고성능·저전력 칩셋을 만드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스(AP) 기술 고도화를 위해 시스템 아키텍트 발굴·육성이 필요하다. 반도체를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같은 후공정 역량 제고도 숙제다. 삼성전자가 계속 후공정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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