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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네이버]지분에 기대지 않는 창업자 이해진[소수지분 거버넌스]①3.7%에 자사주로 지배력 보강…성공스토리가 오너십 원천

원충희 기자공개 2025-04-09 08:14:42

[편집자주]

국내 재계에서 창업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오너 대다수가 창업자 가문의 사람들이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의장, 아미코젠의 신용철 전 회장 등 지분율이 낮은 오너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잃을 경우 밀려날 수 있다. 기업 성장과 상속 등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된 오너들은 어떻게 지배력을 보강하고 있을까. theBoard가 기업 총수의 오너십 유지 비결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11시0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이 소식이 세간의 화두가 된 이유는 그가 네이버의 창업자로서 오너의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지분은 기업 성장과정으로 인해 3.77%로 희석된 상태다. 자사주를 감안해도 의결권 지분은 4.12%, 공시대상인 5% 미만이다.

개인회사를 통한 우회 지배력 확보를 하지 않고 있다. 자사주 교환을 통해 우군을 만들긴 했어도 최근 KT와 고려아연 사례를 보면 결정적일 때 편을 들어준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이 의장이 총수로 자리하게 하는 원동력은 그가 일궈온 성공 스토리의 영향이 크다.

◇주주구성만 보면 총수 없는 대기업과 유사

오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적정한 지분율은 얼마일까. 본인이 창업한 회사에서 밀려난 창립자들의 사례를 보면 지분율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인 이수만 전 의장이 경영권 분쟁 당시 보유한 지분은 18.45%, 아미코젠의 창업자인 신용철 전 회장의 지분은 12.6%(특수관계자 포함 13.08%)였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분 33.4% 이상을 안정권으로 볼 수 있다. 이사 해임 등 특별결의 안건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출석주주의 과반을 요구하는 만큼 이를 저지하려면 그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주주총회에서 오너 해임안건이 올라와도 무산시킬 수 있는 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 의장은 보유지분이 3.77%에 불과하다. 초창기 네이버컴을 설립하고 투자유치와 합병, 분할 등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4.31%까지 희석됐다. 2017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해진이 총수로 지정되자 주식 일부를 팔아 3.77%까지 낮아졌다.

작년 말 기준 네이버 주주현황을 보면 국민연금이 8.93%로 1대 주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Fund)가 6.05 %로 2대 주주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앞서 둘이 전부다. 대부분은 5% 미만 소액주주들이다. 이 의장도 그 중 하나다.

지분구조만 보면 KT, 포스코홀딩스, 은행계 금융지주사 등과 비슷한 총수 없는 대기업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최근 이 의장이 이사회에 복귀했을 때 시장의 화두가 되고 '왕의 귀환'이란 말까지 나왔다. 적은 지분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너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회사 '지음', 지배력 확보에 사용하지 않아

통상 지분율이 낮은 오너가 지배력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가 개인회사다. 계열사 일감을 받아 형성한 자금으로 지분을 사거나 기업가치를 높여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와 합병시키는 형태다. 이해진 의장 역시 개인회사 '지음'이 있으나 네이버 계열사들과 거래관계는 물론 지분관계가 없다. 애초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쓰지 않고 있다.

19만~20만원을 오가는 네이버의 주가를 감안하면 3100억원이면 지분 1%, 1조5500억원이면 지분 5%를 확보할 수 있다. 1조원 안팎의 돈으로 이 의장의 지분을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언뜻 보면 지배력이 취약한 듯 보이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행동주의 펀드나 경영권 탈취 시도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창업자의 위상으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자기주식을 지배력 수단으로 삼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주를 지분 교환을 통해 의결권을 되살려 우군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한때 자사주 비중이 10%를 넘었는데 CJ, 신세계, 미래에셋 등과의 주식교환, 임직원 스톡옵션 등으로 지금은 6% 수준으로 내려왔다.

자사주만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우군이 결정적일때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냐는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KT와 지분교환을 통해 우군으로 분류됐지만 외풍으로 CEO 인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선을 그었다. 고려아연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인 자세다. 우군도 엄연히 자사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이 의장이 오너십을 행사할 수 있는 근본적 배경은 그의 성공 스토리와 선을 넘지 않은 경영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IT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 창업과 한게임 합병, NHN 분할, 라인(LINE)을 통한 글로벌 진출 등을 완수하면 성공 스토리를 쌓았다"며 "지금도 그가 여느 재벌들처럼 상속을 위해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만한 분할상장, 합병 등을 추진하지 않는 등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과 주주들이 오너의 위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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