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 빅픽쳐]전·후공정 망라한 그룹 차원 밸류체인 구축①반도체 제조공정 연계된 계열사들 포진, 소재·부품 경쟁력도↑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28 11:28:56
[편집자주]
SK의 반도체 행보가 심상치 않다. SK하이닉스가 다운턴을 맞아 수조원 적자를 냈음에도 일부 분야는 삼성을 앞질렀다. 그룹 차원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웨이퍼, 전력반도체, 칩 설계, 소재, 기판 등을 망라하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해 차세대 기술 준비에 한창이다. 시장 트렌드 변화와 함께 SK그룹이 그리는 반도체 빅피쳐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이라 하면 흔히 SK하이닉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칩 설계부터 제조과정에 쓰이는 화학가스, 각종 전·후공정 계열사들이 폭넓게 깔려있다. 꾸준한 인수합병(M&A)과 분사 등을 통해 그룹 차원의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 진영을 갖춰 세계 시장으로 돌진한다.이는 반도체가 전·후방이 연계된 클러스터 단위로 움직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첨단소재투자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 계열사들이 엮이고 SKC 산하에 전·후공정 관련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경우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팹리스·웨이퍼·화학공정·전력칩 등 다채로운 연합군
반도체는 칩 설계부터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Front End), 칩을 패키징·테스트하는 후공정(Back End)으로 나뉜다. SK그룹은 이 공정들을 총망라한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시작은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다. SK텔레콤 산하의 사피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이다. 여기서 설계된 신경망처리장치(NPU)는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월등한 성능을 선보였다.
팹리스의 의뢰를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분야가 파운드리다. AI 반도체 같은 고부가·고난도 칩은 대만 TSMC 등에서 제조하지만 8인치(직경 200㎜) 웨이퍼 기반의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모바일 전력칩(PMIC), 이미지센서(CIS) 등 중저가 반도체는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 몫이다.
이들의 모회사가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핵심인 SK하이닉스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 특히 AI 등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MB)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에서 글로벌 상위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을 통해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위상을 가졌다.
반도체는 웨이퍼에 극자외선이나 각종 화학가스로 회로를 새기고 처리해 만들어진다. 웨이퍼의 품질이 반도체 성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SK실트론의 영역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세정·증착·식각용 가스는 SK스페셜티가 제공한다. 또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온·고압에 잘 견디는 신소재 전력반도체를 제조하는 SK파워텍(옛 예스파워테크닉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SK㈜의 첨단소재투자센터를 통해 인수 및 관리된다.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경쟁력도 키운다
제조된 반도체 칩은 회로보호, 기판 장착을 위한 패키징과 불량품 여부를 검사하는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도 각종 소재와 부품이 필요하다. SKC가 지난 7일 인수를 결정한 ISC는 반도체 테스트에 쓰이는 소켓을 만드는 곳이다. 패키징을 거친 반도체 칩 세트의 전기적 특성 검사에 사용되는 소모품이다. SKC는 ISC의 지분 중 35.8%를 3475억원에 인수하고 신주에 1750억원을 투자, 지분율을 45%까지 늘리기로 했다.
SKC의 또 다른 자회사인 앱솔릭스는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을 만드는 업체다. 기판은 반도체를 장착하고 회로와 부품을 연결하는 판으로, 기판에 칩 여러 개를 결합하거나 배열하는 패키징 과정에서 성능을 추가로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앱솔릭스는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소재의 글라스 기판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필요면적은 5분의 1 이하로, 전력소비는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재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연평균 13.4% 성장세를 보이며 급부상하는 분야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시장 패권은 패키징 기술력에 달렸고 그만큼 후공정이 중요해졌다"며 "글라스 기판은 그런 점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C가 지난해 11월 SKC솔믹스와 SK텔레시스를 합병시켜 만든 SK엔펄스는 전공정 분야 제품인 CMP패드, 블랭크 마스크를 제조한다. CMP패드는 웨이퍼 표면을 물리적·화학적 반응으로 연마해 평평하게 만드는데 쓰이는 폴리우레탄 계열의 소모성 자재다. 블랭크 마스크의 경우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 사용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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