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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7개월 간 콜드콜 끈기, 크로노24 잭팟 성과 냈다"김민겸 미래에셋벤처 이사 "수수료 도입 약속에 확신"…일부 엑시트로 150억 수익

구혜린 기자공개 2023-08-10 09:37:07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개월 동안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대표이사와 통화를 했다. 그때 얘기를 나누면서 '크로노24'가 결국에는 시장을 아예 장악해서 헤게모니를 가져가면 수수료 도입이라는 중고 플랫폼들의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해 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

김민겸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투자1본부 이사(사진)는 7일 서울 강남구 미래에셋벤처투자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크로노24 투자를 결정한 포인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2017년 6월 크로노24에 첫 투자를 한 이후 2021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약 142억원을 투자했다. 그룹 내 미래에셋캐피탈 자금까지 동원해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에 회수한 투자금은 2017년과 2018년에 투자한 지분(약 60억원)으로, 총 회수금액은 약 214억원이다. 원금 60억원을 회수하고도 약 150억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이 거래를 이끈 인물이 바로 김 이사다. 올해로 10년차 심사역인 그는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더블유게임즈', '원티드랩', '에이피알', 미국 광고 솔루션 기업 '블로코' 등 굵직한 트랙레코드를 쌓은 인물이다. 최근 지분 일부를 매각해 150억원가량의 차익을 얻은 독일 중고 명품 시계 플랫폼 크로노24 투자로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 이사는 △거래 구조 △향후 수익 구조 변화 가능성 △비즈니스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크로나24에 베팅했다.

그가 투자를 결심한 시점인 2017년 크로노24는 이미 크로스보더 거래 비율이 전체 70% 이상, 거래 1건당 객단가 700만원에 이르는 플랫폼이었다. 국가가 다른 셀러와 바이어가 이용자의 70%라는 점과 700만원짜리 매물을 비대면으로 거래할 만큼 커뮤니티 내 신뢰가 쌓여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높은 객단가 대비 연간 매출액은 150억원에 불과했단 점이다. 모두 플랫폼 내 광고로 발생하는 매출이었다.

크로노24는 투자 검토를 하는 김 이사에게 한 가지 확신을 줬다. 수년 내 자체 결제시스템을 심어 수수료 수입을 추가할 수 있단 내용이다. 예상대로 크로노24는 2018년에 결제시스템을 도입, 지난 5년간 수수료 매출을 0원에서 850억원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는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국내 유수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그는 "당시 크로노24는 '우리가 한 1~2년 더 사업을 해서 글로벌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중고 명품 시장 커뮤니티에서 대체제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그때는 이용자들이 우리 결제시스템을 쓰도록 의무화하겠다. 지금 시행하면 셀러나 판매자, 구매자가 다 이탈할 수 있어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지만, 우리가 조만간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할 수준까지 올 거다'라는 예측을 했다"고 회상했다.

거래 대상의 객단가가 높고 부피는 작다는 비즈니스 특성은 확신에 힘을 실어줬다. 김 이사는 "700만원은 중고차 시장이랑 비슷한 수준의 객단가라고 생각한다"며 "수수료를 도입하더라도 객단가가 1~2만원인 플랫폼과 비교하면 회사의 기본적인 관리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중고차와 달리 물건의 부피는 작다"며 "물류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훨씬 더 해외로 진출할 유용성이 높다는 점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명품 시계는 마니아층의 거래가 꾸준하고 감가상각이 적다는 점도 포인트다. 그는 "자동차와 달리 기본적으로 시계를 계속 관리하면 중고 가격은 구매가보다 처음에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계속 유지가 된다"며 "중고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니아층은 컬렉션에 대한 로망이 있다 보니까 중고 시계를 사서 쓰다가 팔기 때문에 거래량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 포인트를 거시적 환경 관점에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점은 크로노24가 콜드콜(거래 관계가 없는 상대와의 전화)로 진행된 딜이란 것이다. 김 이사는 "처음에 이메일을 20번 보내니 한 번 통화하자고 해서 10분 콜을 했는데 투자를 안 받겠다고 했다"며 "당시 크로노24가 투자받을 이유가 없었던 상황이고 '너희랑 관계가 없는데 왜 투자를 받아야 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7개월 동안의 전화를 통해서 설득을 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애정이 많이 가는 딜"이라고 말했다.

김민겸 이사는 해외 투자의 핵심은 '문화 이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초등학교 재학 당시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로선 이런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화는 문자적인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성공) 확률을 올리는 데 있어서 핵심은 사람을 잘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검증하는 게 아니라 친해지면서 '이 사람은 그래도 최대한 노력할 사람이고 도덕적 해이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7개월간 크로노24와 쌓은 관계로 그는 이 확률을 높인 셈이다.

크로노24는 유럽 증시 상장설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이번 엑시트로 확보한 금액보다 더 많은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단 점을 짐작케 한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이번에 매각한 크로노24 지분보다 많은 잔존 지분을 보유 중이다. 크로노24는 2021년 진행한 시리즈C 라운드에서 약 1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버나드 아르노 LVMH 회장의 투자기관인 아글레벤처스, 인사이트파트너스, 스프린츠캐피탈 등이 약 1400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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