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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리뉴얼]삼성 준감위와 이사회 사이, 짚어야 할 세 가지 쟁점준법감시위 "정경유착 우려" VS 결정권 가진 이사회, '싱크탱크' 순기능 중점 검토해야

김혜란 기자공개 2023-08-22 14:04:09

[편집자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2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조직혁신을 진행한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 후 1961년 첫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로 돌아간다. 이와 함께 4대그룹을 복귀시키고 정식 회장 선출 작업을 동시 진행 중이다. 2016년 최순실 사태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뒤 7년 만에 '재계 맏형' 복귀를 꿈꾸는 전경련의 변화상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 문제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건 정경유착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삼성 계열사들의 준법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결론적으로는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준감위의 역할에 대한 혼란,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명분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전경련 복귀까지 다시 짚어야 할 쟁점을 살펴봤다.

◇준감위가 찬성했다?…준법감시기구의 기능

준감위는 지난 18일 임시회의를 진행한 뒤 "위원회로서는 한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새 이름, 한경협)가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며 "만일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라고 발표했다.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준감위가 삼성에 '조건부 가입을 권고했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준감위 측은 "준감위는 전경련 가입 여부를 권고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준감위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계열사들의 준법감시기구다. 매월 정례회의를 열어 이들 계열사의 내부거래와 대외 후원금에 대해 심의를 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이번처럼 임시회의를 열기도 한다.

다만, 만약 삼성이 전경련에 가입하면 대외후원금을 내기 때문에 준감위 심의 대상이다. 준감위 관계자도 "준감위는 'A라는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B라는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준법위무위반 리스크 통지 차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권고를 한 것이지 준감위는 가입을 권고할 권한이 없다"고 재차 말했다.

전경련은 민간경제단체다. 민간경제단체에 회원사로 가입할지 말지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다. 준법위는 전경련 가입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며,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을 경우 의견을 제시할 권한만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준감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경협 가입 여부는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해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의 입장, 이사회의 고민

하지만 삼성 내부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준감위가 책임을 회피했다. 가입을 권고한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알아서 하되 문제가 생기면 탈퇴하라는 것"이라며 "준감위가 '삼성이 전경련 가입을 하되, 문제가 생기면 준감위가 심의하겠다'라는 입장을 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해석한 것처럼 준감위가 전경련 가입에 '찬성'으로 복귀 길을 터준 게 아니라 오히려 이사회에 모든 결정을 넘기면서 삼성의 입장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전경련에 가입한다면 삼성 입장에선 '준감위 결정에 따르겠다'라고 하는 게 가장 깔끔한 모양새였을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외부에 기관을 두고 판단해달라고 의뢰한 건데 (가입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하니)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준감위 입장에선 민감한 문제라 조심스럽겠지만 회사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준감위는 과거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3월 출범한 독립조직이다. 이찬위 준법감시위원장을 포함해 외부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회는 상법상 법적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부터 명확하지 않다. 준감위의 기능이나 역할, 존재가치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전경련에 가입하나…삼성, 명분이 필요하다

전경련 복귀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과거 정경유착 창구역할을 했던 전경련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보여준 게 없어 준감위나 삼성 모두 가입 명분을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경련 가입 문제를 놓고 너무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삼성이 전경련을 탈퇴하던 2017년과 지금은 기업환경이 다르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중국 갈등, 환경 규제 강화, 칩스법,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영향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복잡해졌다. 이런 환경에선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개별 기업이 혼자 대응하기가 어렵다.

삼성 등이 논란 속에서도 전경련 재가입을 검토하는 것은 싱크탱크로 재정비하는 한경협이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책제안을 해주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경협의 순기능에 대해선 너무 도외시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한·미·일 공조체제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네트워크가 강한 전경련이 어느 때보다 힘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준감위가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를 전한 만큼, 삼성 이사회에서 이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겠지만, 싱크탱크로 재출범하는 만큼 이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등이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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