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뉴 비기닝]류진 회장의 데뷔전, 키워드 '정치배제·4대그룹·젊은단체'"김병준 회장 예외 케이스, 인간 이재용 좋아해…회장단 젊게 할 것"
김경태 기자공개 2023-08-22 16:16:23
[편집자주]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설립하던 때의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수장으로 추대했다. 새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며 여러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과거의 위상 회복을 추진하는 한경협의 행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회사 풍산. 재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업이지만 일반에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신동·방산사업 특성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오너 일가 역시 외부 활동에서 전면에 나선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 풍산의 오너 2세 류진 회장. 그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부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신임 회장에 올랐다.류 회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가 사실상 처음으로 한 기자간담회다. 정경유착을 비롯한 민감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주장을 펼쳤다. 류 회장은 정치와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배제할 뜻을 밝히면서도 이전 직업과 관계 없이 사람을 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전경련을 경쟁력 있는 싱크탱크, 젊은 단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병준 전 회장 질의에 "사람을 보는게 중요", 윤리위 설치 통한 쇄신 제시
류 회장의 기자간담회는 전경련 임시총회가 마무리된 뒤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진행됐다. 류 회장은 임시총회장에서 오찬을 가진 뒤 상기된 표정으로 행사장에 입장했다. 그는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나온 질문도 정경유착을 비롯해 쉽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있었고 분위기는 다소 딱딱했다. 질문자가 여러 질의를 하자 "첫번째가 뭐였죠"라고 물으며 "이런 기자회견을 못해봐 처음이라 죄송합니다"라고 말해 순간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도 했다.
우선 올 2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날 오전에 열린 임시총회에서 김 회장이 전경련 고문을 맡는 것으로 정했다. 이는 최근 재계 안팎에서 거론됐던 방안이다. 김 회장이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 전경련이 순수민간단체로 거듭나는 데 어려움으로 지목됐다.
류 회장은 김 회장에 대해 "김 회장은 과거에 정치인이었지만 굉장히 아이디어도 좋고 지혜가 많다"며 "그래서 이게 정치인이다 뭐다 이렇게 (나누는) 것보다 저는 사람을 보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과 관련한 질의가 재차 나오자 한발 물러서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한 질문자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정치인 출신이어도 괜찮은 사람이면 전경련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발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이번에는 예외 케이스"라며 "앞으로 정치인을 고문으로 쓰는 것은 제가 있는 동안에는 없고 앞으로도 없앨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는 그 사람의 전 직업이 중요한게 아니라 본다"며 "조금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을 둘러싼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상근부회장 선임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최근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상근부회장 후보자가 발표될 지 주목을 끌었지만 밝히지 않았다.
류 회장은 거론된 상근부회장 후보자 외에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내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정관개정에 대한 승인이 있은 후 상근부회장과 관련된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류 회장이 전경련이 이전과 달리 정경유착을 단절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밝힌 것은 윤리위원회다. 전경련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위원 선정 등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사항 등 시행 세칙 마련을 진행 중이며 추후에 확정할 계획이다.
류 회장은 이미 윤리위원장을 맡을 전문가는 정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 위원장을 밝히기는 어려우며 총 5명의 위원이 모두 선임되면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발표 시점으로는 다음 달을 제시하며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합류 혼맥 영향 없어, 인간 이재용 좋아해…CSIS 롤모델·젊은 회장단 구성"
류 회장은 간담회에서 4대그룹에 관한 생각을 여과 없이 밝혔다.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회장과 사전 소통에 관한 질문에 혼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고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여식인 노혜경 여사와 결혼했다. 고 노 총리의 차남은 홍라영 전 리움 부관장과 혼인했다. 홍 전 부관장은 이 회장의 이모다.
류 회장은 "혼맥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인간 이재용을 좋아한다"며 "혼맥이 있든 없든 전혀 그런거에 영향 받는게 없다"고 말했다.
풍산이 재계 70권의 기업집단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직설적인 질문도 나왔다. 류 회장은 당황하지 않고 답을 이어갔다. 그는 "큰 재벌이 아니라 중간이어서 (더 작은 기업들과) 연결하는데 더 플러스가 되지 않겠나"라며 "우리 제품은 세계 1위니까 크기는 작지만 모든 면에서 꿀릴게 없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류 회장은 향후 전경련이 벤치마킹해야 할 글로벌 단체로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꼽았다. CSIS는 류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다. 그는 국내에 다른 단체나 연구소와 경쟁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에서만 만들 수 있는 고품질의 보고서를 생산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전경련이 젊은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전부 다 제조업 위주였는데 요즘은 IT나 엔터테인먼트 이런 분야가 확 뜨고 있는데 우리 전경련도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며 "회장단을 앞으로는 조금 더 젊게 다양하게 해서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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