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 대표이사가 됐다. KCC에서 KCC글라스로 적을 옮긴 2020년 8월 이후 3년 만에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임하게 됐다. KCC글라스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가 주력인 유리 사업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지속성장을 위한 신사업 포트폴리오도 뚜렷하지 않다. 오너 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하고 기업가치 우상향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KCC글라스 이사회는 28일 정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기존 대표이사인 김내환 사장과 더불어 각자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 회장이 신사업 추진을 비롯해 영업, 마케팅 등 경영전반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담당한다. 정 회장의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장 관리 등 경영지원 영역은 김 사장의 몫이다.

KCC글라스 측은 정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배경에 대해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대표이사는 아니었지만 등기임원으로 경영활동에 참여해 왔다. 특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이끄는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주도했다. 등기임원으로서 책임경영을 이행해왔는데, 대표이사 취임을 통해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정 회장이 KCC글라스의 최대주주인만큼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일은 경영에 더 각별히 신경 쓰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이전부터 대표이사 취임을 고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최근 KCC글라스를 찾아온 위기가 정 회장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KCC글라스는 현재 수익성 악화 및 경쟁 심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테면 KCC글라스의 수익성은 2021년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2021년 13.6%였던 KCC글라스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에는 3.9%까지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의 강세 등의 요인이 KCC글라스의 수익성을 꺾은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안정화 및 전방 산업 수요 확대로 수익성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시장의 경쟁환경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유리사업의 경우 LX그룹이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하며 시장 점유율 1위였던 KCC글라스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LX하우시스가 건축용 유리 사업을 한국유리공업에 넘기는 등 그룹 유리 산업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지난달 완료했다. 경쟁사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정 회장이 대표이사로 나선 셈이다.

신사업 발굴 역시 정 회장의 과제다. KCC글라스는 현재 유리와 인테리어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완전히 신사업보다는 유관 분야에서 확장할 여지를 찾고 있다.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PI첨단소재 인수전에도 참여했는데, 신사업 확장을 위한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사안이라고 알려졌다.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사업 발굴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KCC글라스의 기업가치 제고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재계에서는 KCC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를 위해 향후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회장간의 지분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정몽진 회장이 KCC글라스의 지분 8.56%를, 정몽익 회장이 KCC의 지분 5.88%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지분교환이 이뤄지기에는 KCC의 시가총액이 1조8528억원, KCC글라스의 시가총액이 6524억원으로 차이가 큰 상황이다. KCC글라스의 주가에 계열분리의 향방이 달린 셈이다. KCC글라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KCC그룹 계열분리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