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농심 vs 삼양식품]신상열의 농심 vs 전병우의 삼양식품, 미래 키워드는 '신사업·글로벌'⑤[오너 3세]구매실장 원자재 수급관리, 전략파트 지주사 관여 '경영수업 속도'
이우찬 기자공개 2023-09-08 07:57:4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4: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세 확장 속에 오너 3세 경영인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이사는 모두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신 상무는 임원 승진 후에는 구매실장으로 농심에서만 근무한다. 반면 전 이사는 삼양식품 이외에 주요 계열사에서 임원을 겸직한다.오너 3세의 경영 참여는 두 기업의 제2 도약 시기와 맞물리며 부각되는 양상이다. 신 회장 체제 이후 농심은 인수합병(M&A) 시장을 적극 두드리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불닭면을 계기로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신사업을 위한 실탄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오너 2세 경영인이 국내 라면 중심 사업을 닦았다면 3세들은 글로벌과 신사업을 키워드로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상열 구매실장 2년, 원자재 수급관리 역점
신동원 농심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둔다. 장남 신 상무는 후계 입지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3월 고 신춘호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손자인 신 상무가 영정 사진을 든 장면은 장손으로서 후계 지위를 대외적으로 공고히 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그해 11월 부장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다.
1993년생의 신 상무는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들어왔다. 이후 경영전략과 기획·예산 등의 업무를 맡았고 대리와 부장을 거쳐 상무로 임원 배지를 달았다.
임원 승진 후 2년째 구매실장을 맡는다. 구매담당은 라면사업에서 중요도가 큰 핵심 보직으로 평가된다. 원재료가 비용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환율, 국제 원자재 시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따른 원재료·에너지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하는 등 갈수록 원가 관리 중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작년 농심은 판가 인상 등으로 대응했고 이는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2020년~2021년 68.3%, 69.3%에서 작년 71.3%로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이 오르면서 수익성도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2022년 6.1%, 4.0%, 3.6%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68.7%로 하락했고 수익성도 개선됐다.
신 상무가 주도하게 될 미래 농심의 방점은 글로벌과 신사업에 찍힌다. 국내 라면시장은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저성장 추세에 있다. 국내 수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르면 2025년 미국 3공장을 착공한다. 미국을 포함해 중국·캐나다·일본·오세아니아 지역을 전략 거점으로 설정하며 신규 지역을 개척하는 등 영토 확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전반을 살펴야 하는 오너가 경영인으로 글로벌 확장 전략 수립에도 공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농심은 신사업의 경우 건기식과 대체육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신 회장은 2021년 7월 부임 후 라면기업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천명한 상황이다. 작년 천호엔케어 딜이 무산됐으나 지속해서 매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확장 가속화와 신사업 장착까지 이뤄지게 되면 신 상무가 이끌게 될 미래 농심은 과거 고 신춘호 명예회장뿐만 아니라 신 회장의 농심과는 다른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병우 삼양식품 이사, 지주사 넘나들며 '전략·기획' 주도
김정수 부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1994년생의 전 이사 쪽으로 후계구도는 잡혀 있다. 전 이사는 지분율 24.2%로 김 부회장(32.0%)에 이어 지주회사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내츄럴스) 2대 주주다. 부친 전인장 회장(15.9%)보다 지분이 많다.
전 이사는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듬해 6월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승진했고 경영전략부문을 거쳐 현재 전략운영본부장을 맡고 있다. 전략운영본부는 전략기획팀, 신사업기획팀, 라면TFT 등을 거느리고 있다. 라면TFT는 삼양라면, 불닭면 이외 라면 신제품을 기획하는 팀이다.
전 이사는 신 상무와 달리 계열 전반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전략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쌓는 것도 산 상무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작년 6월 초 신생 계열사 삼양애니 대표에 선임됐다. 불닭 브랜드 캐릭터 사업을 이끈다. 아마존의 삼양브랜드관 운영도 전 이사가 주도한다. 삼양라운드스퀘어에서는 전략기획부문장으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전 이사의 경영 수업 속도는 2020년부터 빨라졌다. 그해 초 삼양식품 지분을 확대하고 경영진에 합류했다. 전 회장이 대법원에서 횡령 혐의가 최종 유죄로 확정되면서 승계 시계를 앞당겼다. 2020년 3월에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3월 재선임됐다.
전 이사가 미래 이끌게 될 삼양식품도 농심처럼 신사업과 글로벌 쪽으로 역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우선 경영 수업이 본격화된 시점이 불닭면의 글로벌 도약과 맞물린다. 불닭면을 계기로 해외사업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작년 해외투자·라이센스 등 사업을 추가하며 투자형 지주사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불닭면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건기식·바이오 등 신사업에 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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