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0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K이노엔과 MSD의 백신 공동 판매 계약이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다. HK이노엔이 판매 중인 MSD 백신 7종의 연매출액은 약 1700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한다. 계약이 종료될 경우 매출 공백이 불가피하다.

HK이노엔은 MSD 백신 공백을 대비한 여러 무기를 마련해왔다. 남의 상품이 아닌 자체 제품력을 상승시키면서다. 케이캡은 300억원대에서 1000억원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공장 증설을 통한 수액제의 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500억 외형 성장 안겨준 MSD 백신, 올해 계약 만료

HK이노엔은 상장을 준비하던 2020년 11월 MSD와 백신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로 쪼개져 판매했던 백신 7종을 모두 HK이노엔이 맡기로 한 대형 계약이다.

계약엔 연 500억원 매출을 내는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부터 600억원 규모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과 '가다실', 120억원의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과 함께 A형간염 백신 '박타',홍역·풍진 백신 'MMR2', 폐렴구균 백신 '프로디악스23' 등 MSD의 모든 백신 제품이 포함됐다. 2021년 기준 이들 백신의 국내 총매출 규모는 1500억원에 달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HK이노엔에 있어 적절한 외형 확장이 필요한 선택이었다. MSD 백신을 끌어온 덕분에 HK이노엔 매출은 2020년 5153억원에서 2021년 7683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MSD와의 계약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약으로 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판권은 다른 제약사로 넘어간다. HK이노엔은 MSD와 재계약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끝날 경우 당장 내년부터 HK이노엔 전체 매출에서 MSD 백신 매출분이 사라진다. 이 공백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년 기준 7종 매출은 17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K이노엔 전체 매출(8465억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중에서도 가다실9이 1170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MSD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기에 HK이노엔으로써는 계약 종료 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300억→1000억, 자체 신약 케이캡 고공성장…매출공백 우려 덜어

MSD와의 계약 종료는 큰 악재가 될 수 있지만 HK이노엔은 꽤 덤덤한 모습이다. 그동안 자체 제품력을 꾸준히 길러온 데서 생긴 자신감이다.

사실 남의 상품을 판매하는 건 초반 외형 확대에 도움을 주지만, 실속은 그리 크지 않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MSD 백신 7종을 가져오면서 2021년 매출액이 29%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도리어 40% 가까이 하락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수익 확대를 이루려면 자체 제품의 매출을 늘려야 한다.

HK이노엔은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에 사활을 걸었다. 로컬 영업력이 높은 종근당과 손잡고 공격적으로 케이캡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 결과 2019년 출시 첫 해 346억에서 이듬해 81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매출은 905억원이었다. 올해에는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 증설을 통한 수액제제의 성장도 기대할 만한 분야다. HK이노엔은 오송 신공장 준공으로 연간 1억500여백의 수액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공장도 라인 증설을 진행 중이어서 생산능력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송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초수액은 '퇴장 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원가를 보전받는다. 여기에 수익성이 높은 영양수액도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부득이하게 단기간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사와 손도 잡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SGLT-2 억제제 복합제 '시다프비아' 영업을 HK이노엔이 맡기로 했다. 당뇨병 질환 품목을 늘려가는 HK이노엔 입장에서 오리지널 제품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효과도 뚜렷하다. 오리지널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를 토대로 당뇨병 치료제 라인업 전체의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로슈와는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조플루자' 코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조플루자는 5일간 매일 2회씩 복용해야 하는 타미플루와 달리 증상 발현 48시간 내 단 한 번만 복용하면 된다. 복용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HK이노엔 관계자는 "MSD 백신 재계약과 관련해 결정된 부분이 없다"면서 "당뇨병을 포함한 만성질환과 감염 분야에서 새로운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고, 케이캡과 수액제제 등 자체 품목도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