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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로드 투 사우디]든든한 파트너 아람코, 수소 사업도 함께 '탈석유 목표'④HD현대·사우디 모두 2030년 수소 밸류체인 구축 목표… 잇따른 MOU로 협력 강화

강용규 기자공개 2023-11-16 07:28:34

[편집자주]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기회가 넓어지는 가운데 HD현대는 기업집단의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사우디아리비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관계가 유독 끈끈한 모습이다. 사우디는 범현대 기업들에게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이 '기적'을 남긴 특별한 땅이다. HD현대는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우디와 관련한 HD현대 사업들의 전망과 과제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3월25일, HD현대그룹은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분야에서 생산→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에너지산업 밸류체인을 HD현대그룹 내에 구축해 앞으로 다가올 수소경제 시대의 대표적 조선해양·에너지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조선 및 에너지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이 로드맵 실현의 과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관계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HD현대와 사우디 아람코는 수소 분야뿐만 아니라 수소로 가는 중간 단계 연료인 암모니아 분야의 사업 발굴을 위한 협력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 수소 로드맵 전 과정 참여하는 아람코

2019년 9월, 당시 부사장으로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고 있었던 정기선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의 20~30대 젊은 직원들을 모아 ‘미래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정 부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에 나섰다.

조직 결성으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나 발표된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은 미래위원회가 만들어낸 대표적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이 2023년 CES에서 발표한 그룹 대전략 '바다의 대전환(Ocean Transformation)'에서도 수소는 '오션 에너지(Ocean Energy)'의 일각을 담당한다.

수소 로드맵 발표를 약간 앞선 2021년 3월3일, HD현대는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업무협약이 수소 로드맵 발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관련 업계는 바라본다.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생산을 위해 아람코의 LPG를 활용하고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아람코에 공급해 탄소배출 제로 공정을 현실화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LPG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운반하는 선박과 암모니아 선박 개발을 위해 아람코와 협력하기로 했다. 수소 밸류체인의 모든 단계에서 협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10월 정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하는 한국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서 사우디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HD현대오일뱅크와 아람코가 '청정수소 에너지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양사 협력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양국 정부가 '수소 오아시스 이니셔티브'를 체결한 만큼 단순 MOU 이상의 구속력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집단에너지 자회사 HD현대E&F를 통해 블루수소를 발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발전소 건설을 준비 중이며 현대자동차그룹과도 협력해 수소충전소 설치사업을 이동형 수소충전소 분야까지 확장하는 등 수소사업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이제 블루수소의 생산을 본격화하는 것만 남은 가운데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HD현대-사우디, 탈석유 과제 '한배'

"수소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우리 그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이냐가 화두였다. 정유업을 영위하는 현대오일뱅크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먼 훗날 LNG추진선까지 수소추진선으로 대체되는 세상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미래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숙고했고, 그 결과의 하나가 수소 밸류체인 구축이었다."

정기선 부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에서 미래위원회 활동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 바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조선과 에너지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도태될 것이 자명했다.

국가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에서는 이 고민이 더욱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의 주도자이자 24년 동안 사우디 석유장관을 지냈던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 전 장관이 남긴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라는 말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시작된 현 시점에서 한층 무게를 더하고 있다.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궁극적 목표로 여겨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역시 2016년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탈석유 시대의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지목한 바 있다. HD현대와 사우디는 똑같이 2030년을 수소 밸류체인 구축의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HD현대와 사우디는 같은 고민에서 출발해 같은 길을 가는 '한배를 탄 관계'인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임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협력 양해각서를 넘어 아람코가 HD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라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아람코는 HD현대오일뱅크 대주주로서 수익을 분배받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정유 계열사 루베레프(Luberef)의 새머 A. 호케일 대표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서 HD현대오일뱅크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기도 하다. 호케일 이사는 2022년 3월 말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른 이후 HD현대오일뱅크의 모든 이사회에 참석 중이다.

2016년 11월30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 당시 현대중공업 전무)가 사우디 아람코와 합작조선소 건설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으로부터 선물을 전달받고 있다. 합작조선소 협력은 HD현대와 사우디의 협력 관계가 본격적으로 싹을 틔운 시작점이 됐다. (사진=HD현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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