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조용병 전 회장의 은행연합회장 취임이 미칠 여파는⑤고문직 사퇴로 내부 공식 직함 없어졌지만 영향력은 유지
고설봉 기자공개 2023-11-23 08:23:26
[편집자주]
신한금융그룹은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취임을 계기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자회사 수장을 결정하는 자경위가 앞당겨지며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자회사 CEO와 신한지주 경영진, 신한은행 부행장 등은 진옥동 체제에 편승하기 위한 수 싸움에 들어갔다. 더벨은 진옥동 체제 첫 인사를 조망하고 2024년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13: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가장 큰 변수는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이다. 조 전 회장은 은행연합회장 취임과 동시에 신한금융지주 고문에서 물러난다. 신한금융에서 공식 직함이 없어지는 조 전 회장이 인사에 미칠 직접적인 파장은 그만큼 줄었다.다만 여전히 조 전 회장의 영향력이 신한금융에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문이란 직책을 상실하지만 외부에서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의견을 종합하고 개별 은행에 대한 정부의 요구 등을 조율하는 연합회장에 취임하는만큼 발언권이 세질 수 있다.
조 전 회장은 여전히 신한금융그룹 전체에 걸쳐 영향력이 막강하다. 6년여 동안 신한금융 회장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했던만큼 조직 곳곳에 조 전 회장의 색채가 묻어 있다. 현재 신한금융 및 계열사 조직체계와 경영진도 조 전 회장이 구축했다. 진옥동 회장은 취임 뒤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현 경영진 입장에선 조 전 회장과의 관계를 일순간에 놓을 수 없다. 특히 매년 조직개편과 경영진 인사를 조 전 회장이 직접 챙겼던만큼 현 경영진 대부분이 조 전 회장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다. 이 가운데 조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이 신한지주와 계열사 요직에 앉아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주요 경영현장에서 의사결정에도 조 전 회장의 입김이 여전하다. 물리적으로 조 전 회장 때 시작된 주요 프로젝트가 지속해 신한금융 내에서 가동되기 때문이다.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조 전 회장에게 자문을 구할 때도 많다.
금융업 특성상 조 전 회장을 통해 VIP 고객들의 요구가 신한금융에 전달되기도 한다. 은행과 비은행에 걸쳐 조 전 회장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 고객들이 경영진을 거치지 않고 조 전 회장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많다는 후문이다. 이 경우 조 전 회장이 해당 민원을 CEO 및 경영진 등에 전달한다.
조 전 회장이 여전히 신한금융 경영 현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바탕은 고문이란 직책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으로서 직접 경영을 주도하진 않지만 경영진에게 조언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경영에 참고할 의견을 가감없이 제시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다.
조 전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고문에 위촉됐다. 고문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아직 고문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조 전 회장의 발언권이 약화되지 않았다.
고문으로서 조 전 회장의 열정도 남달랐다. 조 전 회장은 주로 퇴직 CEO 및 경영진들이 고문실로 쓰는 신한은행 백년관을 거부했다. 백년관이란 건물이 주는 ‘퇴직자’ 이미지를 과감히 털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조 전 회장이 고문실로 택한 건물은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이었다. 사옥 28층에 고문실을 마련했다.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집기 등을 들여놓았다. 그만큼 고문직 수행에 대한 조 전 회장의 각오가 남달랐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신한투자증권 사옥은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여의도 전진기지의 의미가 있다. 서울 태평로에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본점에 견줘 여의도에 별도 마련된 신한금융 헤드다. 신한투자증권을 필두로 신한자산운용, 신한펀드파트너스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진 회장이 태평로 본점에서 독자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에 견줘 조 전 회장은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에서 고문으로서 영량을 극대화 하고 있었다. 현직 경영진들과 수시로 교류하며 경영에 직간접 관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정기인사에 대한 진 회장의 부담도 커졌다. 조 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진 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100%로 낼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인사에 대해 조 전 회장과 상의하고 계열사 CEO 및 신한지주 경영진 연임 및 신규 선임에 대해서도 조율할 부분이 클 것이란 예상이 컸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이 고문직을 사퇴하고 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변수가 커졌다. 일각에선 신한금융 내 공식적인 직책을 상실하는 만큼 이번 정기인사에 관여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진 회장이 좀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주도적으로 인사를 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은행연합회장이란 자리가 변수다. 여전히 신한은행 등에 영향력을 미칠수 있는 자리에 조 전 회장이 가는만큼 인사 등에 의견을 낼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내부 직책이 없는 만큼 발언의 강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진 회장이 내정자 신분일 때 조 전 회장과 인사에 대해 논의했지만 조 전 회장의 입김이 많이 반영됐다”며 “올해는 진 회장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겠지만 조 전 회장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전 회장이 고문에서 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상황은 진 회장과 의견 조율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계열사 CEO와 지주 경영진 등 몇자에 대해선 조 전 회장이 여전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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