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01일 07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겨울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을 꼽자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아닐까 싶다.포스코는 올해 5년 반 만에 새로운 회장을 뽑는다. 이달 안에 본격적으로 선임 절차가 시작되는 만큼 그룹 안팎의 모든 관심이 차기 회장에 쏠려있다. 최정우 회장은 이미 포스코 최초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다. 임기 완주가 확실시된다. 관건은 재연임 도전 여부다. 최 회장 본인만 알고 있겠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권영수 전 부회장의 경우 올해 내내 정계 진출설과 함께 포스코 이동설에 휩싸였다. 지난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스코로의 이동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과거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LG그룹에서의 마지막 역할은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였다. 포스코의 중심축이 배터리 사업으로 기운 상황에서 포스코 이동설이 마냥 뜬금없지만은 않다.
그가 실제로 포스코 회장에 도전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4년 LG맨, 1957년생으로 최정우 회장과 동갑내기,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의 이른바 갑을관계, 권 전 부회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계 인물까지 관전 포인트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콧대높은 포스코가 외부 출신에게 과연 왕좌를 허락할 것이냐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외부 출신에게 유난히 박한 곳이다. 2000년대 이후 여러 명의 회장이 나왔는데 외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최종 5인에 들었던 어느 외부 인사는 "철강업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비슷한 소유분산 기업으로 꼽히는 KT가 세 차례 외부 출신 후보를 맞았던 것과는 다르다. 그만큼 철강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동시에 외부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현장 중심인 업의 특성상 외부 출신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에 정통한 관계자는 "외부 출신이 오면 당장 노조부터 난리가 날 것"이라는 말로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의외로 해법은 간단하다. 권오준 전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당시의 포스코에 필요한 사람이었다는 점. 철강 본원 경쟁력이 흔들리던 시기엔 전통 철강 전문가 권오준 전 회장이 필요했고 탈(脫)철강이 요구되던 시기엔 철강업에 얽매이지 않았던 최정우 회장이 필요했다.
지금 포스코에 가장 필요한 건 '경영의 연속성'이 아닐까. 새로운 회장들은 선임될 때마다 새 경영기조를 내놓으며 전임 회장 색채 지우기에 힘써왔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음은 물론이다.
최 회장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가 방향을 제시한 이차전지 사업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를 되돌리거나 혹여 속도라도 늦출 땐 그만한 비효율이 없다. 이제 막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인 만큼 앞으로 상당한 의지와 집념이 소요되는 일이기도 하다. 차기 회장의 조건. 이쯤이면 답이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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