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기는 10년마다 반복된다.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체제가 갖춰진 뒤 세계 경제는 10년마다 흔들렸다. 한국 경제도 때마다 홍역을 앓았다.주기설의 시작은 블랙먼데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뉴욕증권시장이 대폭락하면서 홍콩 유럽 등으로 연쇄 폭락이 이어졌다. 다우지수는 하루만에 508포인트 22.61% 하락했다. 한달새에 주요 국가들의 주가지수가 40~60% 빠졌다.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겨우 위기를 잠재웠다.
1997년엔 아시아 외환위기와 IMF 사태가 있었다.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연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한국도 단기 유동성 부족에 디폴트 위기가 닥쳤다. 당시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조건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2008년엔 리먼사태라고 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 미국의 부동산 대출 상품 중 하나인 서브프라임모기지론에 문제가 생기면서 연쇄적으로 모기지 회사들이 부도가 났다.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리먼브라더스까지 파산하며 금융시장에 대 혼란이 왔다. 150년 전통의 대형 금융회사가 일순간에 파산했다.
해결사로 나선 것은 정부였고 금융시스템이었다. 미국 정부는 주요 금융회사들에 대한 보증을 서고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은행들을 합쳐 대형화를 이뤘고 정부 보증까지 더하며 금융 시장 안정을 되찾았다.
다시 10년이 지났다. 2018년엔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그때부터 5년여의 시간이 더 흘렀다. 여전히 시장은 잠잠하다. 디폴트도 없고 대형 은행의 파산도 없다. 부동산 리스크를 그렇게 말하는 데 아직 부도난 대형 건설사는 안 보인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러가지 설명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유동성 주기를 뒤틀리게 했다. 코로나 대응을 하느라 각국 정부는 자금 회수 대신 다시 유동성을 공급했다.
정치 사회적 사건이 경제 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썼다. 중국을 봉쇄하는 경제 전쟁도 시작했다. 외부에 적이 생기면 내부가 단결하는 법이다. 정치 갈등이 경제 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마지막 해석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이다. 특히 주요 국가엔 대형 은행이 건재하다. 미국은 정부보다 돈이 많다는 JP모건이 굳건히 금융 시스템을 지키고 있다. 리먼사태를 지나며 BOA, 웰스파고 등이 대형화에 성공했다. SVB 등 일부 특수 은행의 파산이 있었지만 시스템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 금융시스템은 탄탄하다.
일본은 미쓰비시UFJ와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은행이 건재하다. 이 세 은행의 2022 회계연도 순이익은 24조원(2조4778억엔)에 달했다. 한국도 금융지주들의 체력이 건재하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순이익은 15조원, 올해엔 16조원이 예상된다. 자산 규모와 건전성은 과거 어느 시간보다 안정적이다.
한국에서도 리스크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메꾸는 역할을 금융이 하고 있다. 부동산PF 리스크는 대주단의 만기 연장 합의로 잠재우고 있다. 상생금융이란 이름으로 취약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작업도 시작했다. 레고사태가 터졌을 때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건 은행들이 채안기금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금융인들은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해 책임을 져야 했고 펀드 판매를 잘못 했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일탈을 꿈꾼 몇몇 때문에 수많은 금융인들이 함께 손가락질을 당했다. 종노릇한다는 비판부터 횡재세 논란까지 정치권은 연이어 금융을 때렸다.
금융 본연의 역할은 경제의 피를 돌리게 하고 경제 시스템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하는 일이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시장을 지키는 일이다. 비약해서 말하면 금융의 안정 덕에 2023년도 무사히 지나갔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 수많은 금융인들 덕에 금융 시장이 잘 돌아갔다. 금융인 여러분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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