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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맞은 한온시스템]지지부진한 매각 속도, 선행조건 '기업가치 회복'③현 시총 2021년 고점 대비 3분의 1…내실 강화 및 미래투자에도 주목

강용규 기자공개 2023-12-18 07:21:02

[편집자주]

한온시스템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출렁였던 공급망이 안정을 찾아가는 한편 세계 완성차시장에서는 전기차 전환의 속도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한온시스템은 주요 경영진의 교체와 함께 전략적 방향성까지 바꿨다. 더벨은 말 그대로 변곡점을 마주한 한온시스템의 현재를 조명하면서 미래를 가늠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2021년 초 한온시스템 보유지분 50.5%의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를 주관사로 삼고 인수 후보자들의 물색에 들어갔다. 그러나 2023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다.

최근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매각 추진에 나선 당시보다 크게 낮아져 있어 단시일 내에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한온시스템이 2024년을 내실 다지기의 해로 예고한 만큼 기업가치가 다시 높아진 뒤에야 매각 작업에 의미 있는 진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시총 10조 돌파, 현재는 3조원대 중후반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것은 2014년 12월이다. 당시 지분 50.5% 확보에 2조7500억원을 투입했다. 통상 사모펀드들의 투자 엑시트 주기가 5년 안팎임을 고려하면 적어도 2019년부터 한온시스템은 매각이 사정권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육성과 매각은 더 긴 호흡으로 진행됐다. 2019년 캐나다 차량부품사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부문을 인수하고 완성차시장의 전동화 드라이브에 발맞춰 전기차용 열관리사업에 더욱 힘을 실었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2020년 들어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온시스템에서도 이 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플랫폼향 부품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부터 4조~6조원 사이에서 움직여 왔던 시가총액도 박스권을 벗어나 날아올랐다.

한앤컴퍼니가 매각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2021년 초에는 한온시스템 시가총액이 9조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장 마감 기준 10조원을 넘어선 날도 2일(2월3일, 3월26일) 있었다. 당시 매각 대상 지분의 가치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8조원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실사 지연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및 그에 따른 금리인상 등 악재로 딜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 사이 수익성 하락과 재무구조 악화 추세가 부각되며 한온시스템의 주가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3년 12월 들어 한온시스템의 시총은 3조원대 중~후반을 오가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외형 성장에 치중해 왔던 지금까지의 전략 방향을 2024년부터는 수익성 제고와 이를 통한 재무구조 강화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앤컴퍼니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한온시스템의 내실을 다진 뒤 다시 매각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R&D 투자 확대 추세, 설비투자는 축소 속 '선택과 집중'

사모펀드의 투자 엑시트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온시스템 매각의 가장 큰 동인은 주가라고 볼 수 있다. 주가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으면 한앤컴퍼니도 급하게 매각에 나설 이유가 없다.

주가는 실적과 재무 등 펀더멘털적 요인 이외에도 미래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적지 않게 반영된다. 한온시스템의 경우는 2019년 이후로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 가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2021년 시가총액이 크게 불어났던 전례가 있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의 미래 준비 투자 역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이 보유한 매물로서의 매력으로 히트펌프 등 전기차 열관리용 주요 부품시장에서의 강력한 경쟁력을 꼽는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부품계열사 현대위아를 통해 전기차 열관리사업에 진출하는 등 완성차회사들이 이 분야의 내재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한온시스템도 기술적 경쟁우위를 수성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에는 인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2020년 3371억원에서 2022년 3903억원까지 꾸준히 연구개발비를 늘려 왔으며 올해도 총 4000억원 투입을 예고한 만큼 R&D 투자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3분기까지 3209억원이 연구개발에 쓰였다.

고객사의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투자 역시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의 하나다. 그런데 한온시스템은 2019년 이후 자본적지출(CAPEX) 중 유형자산 확보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전년도의 3850억원 대비 늘어난 4000억원의 투입이 예고됐으나 내년과 내후년에는 3500억원 수준으로 유형자산 투자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세워졌다.

다만 이러한 지출 축소를 '선택과 집중'의 투자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온시스템이 유형자산 투자에서 미주 지역의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 지역은 현대차그룹이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을 짓는 등 완성차회사들의 전기차 관련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히 전동화 부품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 지역에서 한온시스템은 유형자산 투자 비율을 2021년 11%에서 올해 24%까지 높였다. 내년에는 47%, 내후년에는 51%로 비중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테네시 주에 신규 부품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자료=한온시스템 IR 프레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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