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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동원그룹이 잃은 것과 얻은 것

김지효 기자공개 2023-12-26 08:10:0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동원그룹은 유독 ‘인수합병(M&A)’이라는 키워드와 가까웠다. 연초부터 맥도날드, 보령바이오파마 거래에서 원매자로 등장했고 하반기에는 HMM 인수전까지 뛰어들었다.

하지만 클로징까지 이뤄진 거래는 단 하나도 없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서는 단독실사권을 받았고 맥도날드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끝내 발을 뺐다. 한 달 사이 두 건의 거래에서 발을 빼면서 동원그룹을 향한 신뢰는 금이 갔다. M&A업계에서는 향후 M&A딜에서 또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진성 원매자’로 보기 어렵지 않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동원그룹은 올해 3건의 딜에 참여하며 탄탄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매각가가 각각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 맥도날드와 보령바이오파마를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정도의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HMM 인수전에서는 6조원 넘는 자금 조달능력을 입증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를 끌어들인 하림과 달리 FI의 도움 없이 계열사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 마련 계획을 내놓으면서 자금 동원 능력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사업 확장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줬다. 동원그룹이 인수를 검토한 3곳의 기업들의 성격은 외식프랜차이즈, 제약, 해운으로 모두 다르다. 그간 영위해온 사업과 시너지를 낼 만한 곳도 있지만 그간의 행보와 무관한 사업도 있다.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면 열어두고 M&A를 검토하겠다는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동원그룹의 M&A 본능은 역사가 깊다. 시작은 원양어업이었지만 금융업에도 손을 뻗어 현재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탄생시켰다. 과거 동원산업이 참치를 납품했던 '스타키스트'를 인수해 세계 최대 참치캔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현재 동원그룹의 4대 포트폴리오인 수산·식품·포장·물류를 구축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11월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올해는 사실상 이 같은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첫 해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는 M&A시장에서 신사업의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동원그룹이 내년에는 딜클로징까지 이뤄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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