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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전례없는 동맹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시너지 의구심·유증에 OCI홀딩스 주가 하락...'경영권 분쟁' 한미는 주가 급등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18 09:14:12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간 통합은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결정이었다.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사업 강화를, 한미사이언스 오너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니즈를 충족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OCI홀딩스 주가는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과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 현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다. 반대로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경영권 분쟁 조짐에 주가가 치솟았다.

◇OCI홀딩스 주가 하락...시너지 효과 의문·유증으로 지분가치 희석 우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지난 12일 오후 통합 소식을 알린 이후 첫 영업일이었던 15일 OCI홀딩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04% 떨어진 10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주가는 전일 종가보다 2000원가량 오른 11만4700원으로 시작했다. 지난 12일 그룹 간 통합 공시가 발표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OCI홀딩스 주가가 3.67% 오른 점이 반영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동 경영은 호재로 평가받는 듯했다.

15일 OCI홀딩스 주가 흐름

그러나 4분 만에 11만원선이 무너지더니 오전 11시 3분쯤 최저점인 10만400원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부터 가격을 회복해 오후 2시 13분 주가가 10만6200원까지 올랐다가 장마감 직전에 매도 물량이 급증하면서 결국 종가가 10만4600원에 형성됐다.

유례없는 그룹 간의 결합, OCI홀딩스의 제약·바이오 확장 발판 마련이라는 의미에도 OCI홀딩스 주가가 하락한 건 두 그룹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데 기인한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이종 사업 간 시너지 효과 및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약업 CEO와의 공동 경영체제가 단기적으로 OCI 홀딩스 기업가치 개선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OCI홀딩스 목표 주가를 14만원에서 13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OCI와 한미약품의 사업적 시너지가 단기에 발생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OCI그룹이 보유한 현금이 한미약품의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데 대한 부담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최근 언론에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난 OCI가 도울 수 있을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OCI홀딩스의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5619억원이다. 2022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1265억원이었다.

두 그룹이 지분을 섞는 과정에서 OCI홀딩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것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상증자를 하면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가 늘어 주주들의 지분 기차기 희석된다.

◇한미사이언스 주가 급등, 경영권 분쟁 단기 호재로

반면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전 거래일 대비 12.76% 오른 4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장 직후 20.7% 오른 4만6350원에 출발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한때 4만58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OCI홀딩스와 정반대로 움직인 배경엔 경영권 분쟁 조짐이 자리잡고 있다. 주요 주주간 경영권 다툼은 단기간에 주가에 호재다. 대주주가 지분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형제간 지분 다툼이 격화한 당시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20% 이상 치솟았다.

15일 한미사이언스 주가 흐름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번 그룹 통합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13일 SNS에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임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9.91%다. 그룹 통합을 주도한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의 지분은 각각 11.6%, 10.2%다. 양측이 경영권 분쟁을 위해 지분 매입 경쟁에 나선다면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이날 사내망을 통해 "이번 통합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직간접적인 사업 분야의 시너지 극대화를 예상하며 면밀하게 검토하고 결단한 사안"이라며 OCI그룹과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직원들의 동요와 어수선한 사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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