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 리빌딩]AI·전력반도체·이미지센서 육성 '착착'⑥비메모리 포트폴리오 지속 확장…추가 투자 고려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18 08:05:31
[편집자주]
섬유, 정유, 통신 등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해온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선 건 반도체 덕분이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기점으로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키워온 결과다. 그룹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도 반도체다.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소재·부품 내재화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반도체 육성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의 계열사 중 최근 성장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곳들이 있다. 사피온과 SK파워텍이 주인공이다. 양사는 각각 인공지능(AI)과 전기차에 쓰이는 반도체에 특화된 회사다.양사의 존재는 SK그룹 내 반도체 사업 영역을 메모리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미래 핵심 시장을 공략하는 선봉장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초기 단계지만 성장성이 확실한 분야라는 점에서 안팎의 기대가 크다.
◇SK텔레콤-SK하이닉스 시너지 발휘한 'AI 반도체'
사피온은 SK텔레콤에서 출발한 회사다. 앞서 SK텔레콤은 기존 통신 사업과의 연계 및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AI 반도체 개발에 돌입했고 2020년 11월 데이터센터용 제품인 '사피온 X220'을 공개했다. X220은 대만 TSMC의 28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제작됐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이 힘을 모았다.
당시 SK텔레콤은 "향후 AI 반도체와 우리가 보유한 5세대(5G) 이동통신, 클라우드 등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톱 수준의 AI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챗GPT 등 개념이 없던 시기였고 AI 반도체는 가속기 역할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재는 보조를 넘어 AI 서버 내 추론과 연산 작업 등을 주도하기까지 한다.
이듬해 말 SK텔레콤은 사피온 관련 사업부를 계열사로 독립하기로 결정했다. 사피온코리아는 신설법인을 설립해 해당 사업을 넘기고 사피온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기로 했다.
초대 수장인 류수정 대표가 여전히 사피온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등을 맡았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객원·산학교수를 역임하면서 신경망처리장치(NPU)와 프로세스인메모리(PIM) 등 AI 반도체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X220은 미국 방송사 싱클레어, 데이터센터 업체 NHN, AI 학습 플랫폼 회사 호두에이아이랩, 한국 방송사 MBC 등이 활용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정부의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토종 AI 반도체 대표주자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신제품 'X330'을 선보였다. 추론용 NPU로 X220 대비 4배 이상 연산 성능, 2배 이상 전력 효율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TSMC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더불어 X330은 거대 언어 모델(LLM) 지원을 추가해 전반적인 총소유비용(TCO)이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사피온은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함께 서버 장착 시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개방형 신경망 교환(ONNX) 기반 소프트웨어 스택도 지원한다.
류 대표는 "자동차, 보안,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X220 장점을 극대화한 X330으로 AI 서비스 모델 개발 기업 및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폐막한 'CES2024'에서도 사피온은 두드러졌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류 대표 등은 글로벌 고객인 슈퍼마이크로와 만나 X330 판매 확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슈퍼마이크로가 만드는 AI 서버에 X330을 탑재하는 것이 골자다. 추후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협업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사피온과의 시너지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쌓은 고부가 메모리다.
◇전기차 시대 맞이한 SK, 실트론·파워텍 '수직계열화' 기대
SK파워텍은 예스티가 2017년 설립한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전신이다. 예스티는 반도체 장비사로 당시 예스파워테크닉스를 통해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고자 했다.
SiC는 기존 실리콘(Si) 탄소(C)를 섞어 만드는 화합물 반도체다. Si 대비 고온, 고전압 등 극한 환경에서도 전력 변환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등에 투입되는 전력반도체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에서는 2020년 SK실트론이 미 듀폰으로부터 SiC 웨이퍼 부문을 인수했다. 해당 소재를 통해 SiC 반도체를 제작한다.
신규 사업 발굴 및 SK실트론과의 시너지 차원에서 SK㈜는 2021년 예스파워테크닉스 지분 34.61%를 취득한 데 이어 2022년 지분을 95.81%로 늘리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향후 SK그룹의 SiC 반도체 수직계열화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배터리를 납품하는 SK온까지 더해지면 전기차 부품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된다.
지난해 3월에는 사명을 SK파워텍으로 변경했다. 동시에 생산거점을 포항에서 부산으로 옮겼다. 부산은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된 지역이다.
SK파워텍은 지난해 5월부터 SiC 기반 전력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부산으로 이전한 뒤 생산능력은 연산 3만장(6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주요 고객은 태양광, 전기차 등을 다루는 기업들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308억달러(약 41조원)에서 2026년 384억달러(약 51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 SiC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SK파워텍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AI 및 전력반도체 외 SK하이닉스에서 공급하는 이미지센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처리 장치에 전달하는 반도체다. 스마트폰, 차량 등에서 '눈'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소니, 삼성전자, 옴니비전 대비 후발주자지만 1억화소 이상 이미지센서를 출시하는 등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삼성전자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폴더블폰용 이미지센서도 납품하면서 플래그십 모델까지 발을 들인 상황이다. SK하이닉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나 지속해서 성과를 내는 분야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반도체 사업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앞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새 아이템을 발굴해나가면서 사업 다각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내부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 등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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