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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은 지금]오너 4세 시대 개막, '소유-경영' 분리 기조 변화 감지①'사촌경영' 시너지로 경영 안정화 도모, 김건호 사장 중심 승계 구도 구축

정유현 기자공개 2024-01-25 07:26:28

[편집자주]

'분수에 만족해 복을 기르고,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기를 기르고, 낭비를 삼가해 재물을 불린다'는 의미를 담은 '삼양훈'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을 지탱하는 창업 정신의 뿌리다. 도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경영철학을 현대적으로 재정립해 계승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는 삼양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성장 전략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변화'다. 설탕 제조로 시작된 식품 사업을 필두로 한 세기 동안 사업구조를 재편하느라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주력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화학, 의약바이오, 패키징 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변화를 쉬지 않는 삼양그룹은 현재 스페셜티(고기능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짙어지자 세대교체를 통한 '창의적 혁신'을 시도했다. '뉴삼양'의 원년이라 선언한 2024년, 오너 4세인 김건호 사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그동안 유지된 사촌경영 내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에도 변화가 감지된 점이 눈길을 끈다.

◇사촌 형제간 공동 경영 통한 '화합', 장자 중심 체계 '공고'

삼양그룹이 특별한 경영권 분쟁 없이 한 세기 동안 사업 확장에 주력할 수 있는 것은 선대부터 이어진 '사촌경영' 체계 덕분이라고 평가받는다.

삼양그룹의 지배구조는 독특한 편이다. 사촌 형제간 공동 경영을 통해 화합 경영의 틀이 확고히 잡혔다. 큰 틀에서는 가족 경영이지만 그 세부로 들어가 보면 소유와 경영은 분리됐다. 이 가운데서도 철저히 장자 중심의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형제가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고 대권을 자식이 아닌 조카에게 물려주는 선대의 전통을 이어 받아 신뢰를 구축했다. 1998년 고(故) 김상홍 명예회장은 동생 고(故) 김상하 회장에게, 김상하 회장은 2011년 조카인 김윤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줬다. 김상홍 명예회장과 김상하 회장이 각각 정반대의 성격과 장점을 기반으로 '형제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고 3대에서도 회장단이 각각의 전공과 역할을 살려 그룹을 함께 키웠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삼양그룹 지배 구조 최정점에 위치한 삼양홀딩스는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오늘날까지 경영권은 김윤 회장이, 소유권은 김상하 회장의 장남인 김원 부회장(6.15%)이 갖고 있는 구조다.

삼양홀딩스의 2대주주는 김원 부회장의 동생인 김정 부회장(5.61%)이다. 김윤 회장은 4.82%로 3대 주주이며 김윤 회장의 동생인 김량 부회장은 3.8%의 지분을 들고 있다. 이 외에도 스무 명이 넘는 친인척이 지분을 분산해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을 합산해 보면 김원·김정 형제 11.76%, 김윤·김량 형제 8.62%다 계산된다.


삼양그룹에는 삼양홀딩스를 제외하고도 네 곳의 상장사가 더 있다. 바로 삼양사, 삼양패키징, 케이씨아이다, 휴비스다. 삼양사의 최대주주는 삼양홀딩스로 61.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사는 케이씨아이의 지분율은 50.02%, 삼양패키징의 지분율 59.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휴비스는 SK 측과의 합작사로 삼양홀딩스가 25.5%, SK디스커버리가 2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중심으로 살펴보면 삼양홀딩스가 삼양사를 통해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김윤 회장, 김원 부회장, 김량 부회장은 각각의 상장사에 지분을 직접 보유하며 자회사를 챙기는 모습이다. 사촌경영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오너가 4세 중 지분율 톱 김건호 사장 경영 전면에, 세대교체 주역

오너 3세까지는 기존의 전통을 계승했지만 4세대부터는 변화가 감지된다. 경영의 중심 축인 김윤 회장의 자녀들의 지분율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삼양홀딩스의 작년 말 기준 지분율을 살펴보면 김건호 사장이 2.23%, 김남호 씨가 1.49%%를 보유하고 있다. 김윤 회장 측이 경영권과 소유권을 모두 가져가는 흐름으로 해석이 된다. 김량 부회장의 자녀인 김태호씨도 1.73%의 지분을 들고있다.

김 사장은 1999년 할아버지로부터 수증을 통해 1.43%의 지분을 확보한 후 장내매수와 신주인수권행사 등을 통해 지분율을 늘렸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 증자 등을 거치며 한때는 지분율이 2.48% 수준이었고 현재 2.23%까지 내려왔다.

지분율로 단독 선두를 달리며 유력한 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김 사장은 2024년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의 직책은 전략총괄로 그룹의 성장전략과 재무를 컨트롤하는 역할이다. 김 사장을 보좌할 임원진도 젊은 피로 구성됐다. 신규 임원은 총 8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1970년생 이후 출생자로 채워졌다.

정기 인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김 사장은 사장은 2014년 삼양사 입사해 부친 아래서 경영 수업을 차근차근 받아왔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해외팀장, 글로벌성장팀장, 삼양홀딩스 글로벌 성장 피유(PU·Performance Unit)장을 맡았고 2021년 말에는 삼양그룹의 합작회사인 휴비스의 미래전략담당 사장에 선임돼 스타트업 투자도 주도했다.

한때 김상홍 명예회장에서 동생인 김상하 회장으로 그룹의 대권이 승계됐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경영권이 삼촌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입사 약 10년 만에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지주사 경영진으로 합류하며 승계 구도를 굳혔다.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를 준비하는 삼양그룹은 오너가 4세 경영의 막을 열며 글로벌 역량 강화와 스페셜티 사업 강화 작업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에도 김 사장 체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김건호 사장 외에는 회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는 오너가의 자녀들은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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