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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그 후]현대차그룹 떠난 기아 CFO들, 어디로 갔을까구태환 부사장, 덕양산업 사외이사로 6년 근무…한천수 부사장은 에디슨EV 부회장 역임

양도웅 기자공개 2024-01-29 08:18:49

[편집자주]

임기를 마친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다른 기업으로 옮겨 CFO로 쌓은 경험과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해 그야말로 제2의 삶을 사는 CFO들도 적지 않다. THE CFO가 'CFO 이후(Post-CFO)'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15: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 역대 재경본부장(CFO) 가운데 재직 이후 사장에 오르지 못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을 떠난 이는 2명으로 확인된다. 구태환 부사장과 한천수 부사장이다. 두 부사장은 정든 현대차그룹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20년 넘게 현대차그룹에서 쌓은 경험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찾아 나섰다.

먼저 구태환 부사장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CFO를 지냈다. 기아 대주주가 현대차로 바뀐 뒤 두 번째 CFO가 구 부사장이었다. 약 4년간 CFO를 역임한 뒤 사장으로 승진하지는 못했지만 기아에 남아 고문으로 약 3년간 후배들을 위한 자문 역할을 했다.

현대차그룹은 퇴임을 앞둔 일부 임원에게 고문 역할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이상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에서 개인으로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임원에게 이러한 역할과 일정 수준의 급여를 주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구 부사장은 오랜 헌신의 대가를 인정받은 것이다.

구 부사장은 2008년 기아 고문직에서 물러난 이후 2011년 서울메트로 임원후보추천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지방 공기업으로 기아 부회장 출신의 김익환 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이러한 인연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구 부사장은 덕양산업 임원진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덕양산업은 현대차 부사장 출신인 고 윤주원 회장이 창업한 자동차 부품사다. 코스에도 상장했다. 주요 매출처가 현대차와 기아로, 현대차그룹 출신 인사는 사업 운영과 확대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당시 대표도 박용석 전 현대차 이사였다.

덕양산업은 구 부사장 선임 사유에 대해 "회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구 부사장은 한 차례 재선임을 거쳐 2017년까지 6년간 덕양산업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덕양산업이 친환경차 전환과 경영승계라는 안팎의 큰 변화에도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로서 관리·감독 역량을 보였다.


다음으로 한천수 부사장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CFO를 역임했다. 이후 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자문 역할을 하다, 2021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코스닥 업체인 쎄미시스코로 옮겼다.

쎄미시스코에서 한 부사장은 재무와 인사, 기획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근무했다.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도 참여했다. 기아에서 CFO로서 쌓은 경험과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리였다. 마침 회사는 전기차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다만 쎄미시스코는 부침이 많았다. 한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인 2021년 10월 에디슨EV로 이름을 바꾸고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다. 인수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지만 끝내 인수에는 실패했다.

당시 강영권 에디슨EV 대표(전 에디슨모터스 회장)는 쌍용차 인수까지 고려해 완성차 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한 부사장을 영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에디슨EV가 쌍용차 인수에 성공했다면 부회장인 한 부사장은 기아와 현대차그룹에서 얻지 못했던 최고경영자(CEO)로서 활약할 기회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 인수에 실패한 뒤 에디슨EV는 2022년 6월 이름을 다시 스마트솔루션즈로 바꾼다. 한 부사장이 부임한 지 1년도 안 돼 사명을 두 번이나 바꿨다. 이 시기 한 부사장은 스마트솔루션즈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자회사인 이노시스 사내이사 역할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이노시스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난다.

현재 구태환 부사장은 1955년생으로 60대 후반이다. 한천수 부사장은 1959년생으로 60대 중반이다. 많은 기업에서 임원진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기아 CFO를 포함해 20년 넘게 현대차그룹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은 흔치 않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과거 중요 국면 때마다 퇴임 임원을 다시 불러들여 '소방수 역할'을 맡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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