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이사회 의안 워치]삼성물산, 새 먹거리 발굴 '매진'…동유럽 진출 본궤도벤처 펀드 조성 눈길, 김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추진
전기룡 기자공개 2024-03-18 07:50:08
[편집자주]
이사회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다. 경영전략은 물론 재무, 인사 등 회사의 미래를 결정지을 법한 의안들을 다룬다. 각사의 이사회가 한 해 동안 다룬 주요 의안들을 보면 그 회사의 미래 지향점이 어디인지, 또 당장 어디에 경영 방향을 두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 1년간 어떤 의안을 상정했으며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지난해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차원에서 다수의 의안을 의결했다. 비록 사업협약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도 거쳤다. 신사업 육성과 사업 고도화를 위해 삼성벤처투자와 손잡고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출자도 결정했다.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경영위원회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전략적으로 동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추진하고 있던 태양광 발전소 사업도 본격화됐다. 다만 악화된 업황에 대응하는 차원인지 전년에 비해 공동주택사업에 대한 의안은 줄어든 모습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이사회는 지난해 9번 개최돼 31개의 의안을 다뤘다. 이사회에는 사내이사로 고정석 상사부문 사장과 오세철 건설부문 사장, 정해린 리조트부문 사장, 이준서 패션부문 부사장이 참여했다. 사외이사 5인도 이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주요 의안으로는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 공모사업 참여의 건'이 있다. 성남도시개발이 발주처인 이 사업은 공사비 규모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백현지구로 통하는 20만6450㎡ 규모 부지에 전시컨벤션센터를 비롯한 공공지원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민관합동방식으로 이뤄진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 민간참여자가 '50%-1주'씩 지분을 가진다. 삼성물산은 한화와 금호건설, 미래에셋증권, 에스디에이엠씨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에 참여했다. 컨소시엄 대표사는 한화가 맡았다.
결과적으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리츠증권·삼성증권·DL이앤씨·태영건설·씨에스프라퍼티 등)에 밀려 사업협약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의미는 상당하다. 악화된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높은 공모 사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추산된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의 민간이윤율은 4.2%에 그친다.
'벤처투자 펀드 조성의 건'도 눈에 띄는 의안 중 하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SVIC 64·66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지분을 경영참가 목적으로 확보했다. 삼성그룹 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삼성벤처투자가 설립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지분율을 고려한 두 개 펀드의 장부가 합계는 164억원이다.
64호와 66호의 설립목적을 살펴보면 삼성물산의 중장기 사업전략과 맞닿은 면이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라이프사이언스와 에너지, 모듈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64호는 라이프사이언스에, 66호는 건설 미래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예정된 투자 규모는 1조원 정도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경영위원회도 주요 경영사항들을 챙겼다. 경영위원회는 상사·건설·리조트·패션부문을 대표하는 사내이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들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모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5대 건설사 중 사내이사들로만 구성된 소위원회가 존재하는 건 삼성물산뿐이다.
대표적인 의안으로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법인을 설립한 건이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국내 건설사들이 동유럽 진출을 위해 교두보로 삼는 지역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영위하기에도 적합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과 같은 대형 시공사들도 비슷한 시기 동유럽 지역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루마니아 도이체슈티 지역의 화력발전소를 SMR로 교체하고 2029년까지 운영하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본설계를 포함해 설계·조달·시공(EPC) 수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파트너사로는 SMR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뉴스케일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천 태양광 1·2 발전소' 사업도 본격화한다. SPC인 김천에너빅스를 통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김천에너빅스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49%)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40%)과 포스코DX(11%)가 주요 주주다. 삼성물산이 위탁운영계약을 맞은 2008년 이래 회사를 이끌어 왔다.
경영위원회가 공동주택에 대한 의안으로 '송도역세권 공동주택사업 추진의 건'만을 다뤘다는 것은 특이점으로 거론된다. 경영위원회는 2022년 '주택 리모델링사업 지급보증의 건', '주 정비사업 지급보증의 건', '주택 정비사업 사업비 대여의 건' 등을 가결한 바 있다. 위축된 주택 경기로 인해 보수적인 기조가 수립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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