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Art]"미술 비즈니스 비대칭, 해소법은 교육"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코리아 대표 "문화인 청지기 양성 사명"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26 08:17:01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5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젊은 세대가 갤러리 경영, 컬렉팅 등 다방면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한국 미술산업의 새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의 부족분을 채워가고 시장의 비대칭, 양극화 격차를 줄여갈 실용적인 미술경영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 코리아 대표는 22일 더벨과 인터뷰에서 국내 미술업계에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술 씬의 전문화된 정보를 고르게 확산시켜야 하며,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하나의 유니크한 시장을 형성하는 목표를 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이저 갤러리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아트페어 기획 등을 거쳐 미술경영 교육계에 자리잡은 전문가다. 국내외에서 미술 산업 전반을 두루 거친 보기드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의 여정은 보스턴 월넛힐 예술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4년간 시각예술을 전공 후 뉴욕 파슨스디자인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펜실베니아대학교 MFA 석사를 마쳤다. 귀국 후 사단법인 '현대미술관회'에서 교육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현대미술관회는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을 후원, 대중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1970년대에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다. 당시 삼성가 홍라희 여사, 임히주 전 신세계갤러리 고문 등 굵직한 미술 애호가들이 현대미술관회 활동을 통해 국내 컬렉터 양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곳의 경험은 김 대표에게 미술시장 교육의 역할에 대한 소중한 통찰을 제공했다. 김 대표는 "당시 미술계를 움직이는 이들이 교육사업을 시작했고 참여자들이 현재 문화예술계의 패트런(후원자)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후 국제갤러리, 아라리오한국, 아라리베이징 등 주요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경력을 쌓은 그는 서울, 베이징에서 직접 갤러리를 창업하며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갤러리스트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5년부터 영국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 소더비 인스티튜트 한국 초대 대표에 올랐다.
◇ 소더비 인스티튜트 본사 찾아가 요청…한국형 프로그램 개발
김 대표는 4년 전 직접 소더비 인스티튜트 본사에 요청해 한국 사업을 런칭했다. 소더비인스티튜트 코리아는 소더비 본사 산하 런던, 뉴욕 대학원을 제외하면 소더비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한 첫 사례다.
글로벌 경매사 소더비가 설립한 교육 사업체는 현존하는 유일의 글로벌 예술 경영학교로 자리하고 있다. 소더비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는 또다른 경매사 크리스티도 경영 대학원 크리스티에듀케이션을 운영해왔으나 2년 전 석사 과정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 소더비 인스티튜트는 2020년 사업 개시 후 4년여만에 36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미술업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국내 프로그램은 석사과정이 아닌 6주의 단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지난해부터는 '아트&파이낸스' 과정을 기획하며 금융업계 인사들의 관심도 함께 아우르고 있다.
이곳의 교육은 한국형 미술산업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갤러리 비즈니스를 포함해 미술경영의 A부터 Z를 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 소더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그에 맞춰 옥션 비즈니스 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젊은 컬렉터, 미술관, 기업문화재단, 화랑 관계자 등 산업계 미술 애호가들이 모여있다"며 "소더비 명문 교육기관의 장으로서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문화인 청지기들을 양성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 젊은 컬렉터의 유입…미래의 '패트런'
김 대표는 최근 국내 곳곳에서 미술 전시행사가 증가하며 시장에 젊은세대가 유입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중들의 미술적 안목이 높아지고 있으며 젊은 컬렉터들은 향후 점차 더 규모가 큰 컬렉터로 성장하고 컬렉션의 구성의 퀄리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미술시장 내에 여전히 개선, 보완해 나갈 부분들이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1%밖에 되지 못한다"라며 "작가, 큐레이터, 컬렉터 모두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안목 높은 컬렉터들이 결국 작가들을 성장시킨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 아시아권 컬렉터들의 성향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남의 평가, 시선을 신경쓰는 면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외 컬렉터들은 희소성을 기준으로 남이 사지 않는 작품을 추구하며 한번 구매한 작품에 대해선 외부 평가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컬렉터들이 눈보다 귀로 작품을 구매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내 취향에 집중하기보다, 남들이 좋다고 회자되는 작품에 더 가치를 두는 특징이 있으며 이런 타인의 평가가 작품 구입 최종 순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국내 미술계가 해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과거 홍콩, 싱가폴 등 다른 거점 지역의 성장 배경을 되짚어봐야 한다"면서 "섣부른 자만으로 성장 시기를 놓치기보다 부족한 점을 채워가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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