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후폭풍]하나은행, 자율배상 발표 임박… 발빠르게 리스크 최소화⑧DLF 등 과거 재조명…‘이승열·강성묵‘ 직접 관련 없어
고설봉 기자공개 2024-03-27 11:28:05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주 ELS 배상안이 발표되면서 판매사들이 느끼는 압박도 커졌다. 당국이 나서 배상을 권고하는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내부적 부담이 크다. 매번 소비자피해를 배상하면 향후 상품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떠안아야할 유무형적 부담도 상당하다. 장기로 예상되는 배상 기간에 따른 영업력 타격도 불가피하다. ELS 배상안에 따른 판매사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가운데 가장 먼저 배상안을 발표할 채비를 마쳤다.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공식 논의를 펼친다. 과거 DLF와 사모펀드 등 사태에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크게 겪었던 만큼 이번엔 발빠르게 이슈에 대응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지배구조 리스크 측면에서 과거보다 부담이 적은만큼 보수적으로 배상에 접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이승열 하나은행장은 ELS가 집중 판매된 2021년 경영기획그룹장(CFO, 부행장)으로 활동했다. 영업 의사결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손실액 1조원 수준…배상비율 따라 재무리스크 편차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회 홍콩 H지수 ELS 관련 자율배상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이날 새로 꾸려진 이사회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손님 보호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주요 ELS 판매사 가운데 처음으로 배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은행 판매잔액은 400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은행권 판매잔액은 약 24만3000계좌에 걸쳐 약 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등 순으로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판매잔고 대비 손실액은 약 1조1333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손실률 53.5%를 하나은행의 판매잔고에 대입해 추정한 금액이다. 이를 기초로 향후 배상비율 등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배상비율은 아직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 추정손실에 근거한 배상액 총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일반적인 배상비율은 45%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비율 산출을 위한 판매사요인 중 기본배상비율은 최소 20%~최대 40%다. 여기에 판매사가중으로 3~10%를 더한 수치다.
45%를 적용할 경우 하나은행의 배상액은 약 50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불완전판매 현황 및 불건전 영업행위 정도 등 금감원 검사 결과 등에 따라 향후 배상비율은 최소 0%에서 최대 100%까지 변동성이 있다. 또 환매 시점에 따라 손실률이 일부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의 재무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외비용 등으로 배상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순자본 유출에 따른 재무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확한 손실이 확정되지 않고 미래 추정손실에 근거해 선배상에 나서는 만큼 대규모 충당금 적립도 예정돼 있다.
◇리스크 비켜서 있는 CEO들…배상안에 영향 줄까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선지급해야 하는 만큼 자율조정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이 부분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달간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거 DFL과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하나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으면서 선배상에 적극 나섰다. 금감원 제재심이 강도높게 이뤄지면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리스크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함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2020년 3월 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회장을 비롯한 하나은행 경영진에 관리·감독 부실의 책임을 물어 3년간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DLF 및 사모펀드 사태는 하나금융그룹에 지배구조 리스크를 몰고왔다. 당시 함 회장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이을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부상한 상황이었다. 이에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DLF와 사모펀드 이슈에 긴밀히 대응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조금 다르다.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보군으로 부상한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모두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에서 자유롭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주주총회를 거쳐 이 행장과 강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룹을 대표하는 두 CEO가 하나지주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번 ELS 사태는 현 경영진들에 대한 지배구조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 상품이 활발히 판매되던 2021년 하나은행장은 박성호 전 은행장이었다. 당시 이승열 은행장은 경영기획&지원그룹장 활동했다. 이 행장은 2022년 1월 1일 은행장에 취임했다.
금감원이 내부통제 등을 문제삼는다고 해도 직접 이 행장에게 제재가 가해질 소지는 적다. 이 행장은 상품 판매가 활발하던 2021년 CEO로 활동하지 않았고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련 임원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ELS 이슈에서 이 행장 등 핵심 경영진에 대한 지배구조 리스크가 크지 않은 만큼 배상안 발표도 과거처럼 적극적일 필요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은행 및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배상안 발표 등 대응도 원론적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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