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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OLED, 다른 TV' 삼성 용석우 vs LG 박형세 '신경전' LG디스플레이 패널 공유→단가협상 주목, 가전으로 공방 확산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4-03-27 09:22:1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이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양사 경영진은 우회적으로 상대를 견제하면서 대결 구도에 불을 붙였다.

1라운드 품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다. 후발주자 삼성전자가 선두주자 LG전자를 추격하는 모양새다. 각사의 TV 사업을 이끄는 수장이 '자사 우위'를 드러내면서 OLED TV 공방전이 본격화했다. 두 사람은 작년 말 정기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한 이들이다. LG디스플레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부분도 흥미로운 요소다.

◇OLED TV 점유율 격차 축소

박형세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사장)은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쟁사가 OLED TV를 비방하고 안 하겠다고 이야기하다가 들어왔다. 우리한테는 기회 요인"이라며 "(OLED TV 관련) 11년 연속 글로벌 1위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롤러블, 무선, 라이프스타일에 이어 투명 OLED까지 고객 가치 기반 제품도 지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
여기서 말하는 경쟁사는 삼성전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열화 현상(번인) 등을 지적하면서 OLED TV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장(부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OLED TV는 절대 안 한다"고 피력할 정도였다.

당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으로 검은색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저격했다. 두 회사는 광고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상대를 깎아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제소하기도 했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양사 갈등은 삼성전자가 OLED TV 사업을 확대하면서 재발하는 흐름이다. 이달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자체 TV 행사에서 "77인치 이상 초대형 OLED TV 점유율은 (국내 기준으로) 이미 경쟁사를 넘어섰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

이에 LG전자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자료를 근거로 용 사장 발언을 반박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77형 이상 OLED TV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LG전자 75.1%, 삼성전자 15.1%로 집계됐다.

용 사장이 국내로 한정한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전자가 명실상부 OLED TV 시장 1위이긴 하나 삼성전자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OLED TV 점유율(매출 기준)이 2022년 6.1%에서 2023년 22.7%로 3배 이상 늘어난 바 있다. 이 기간 LG전자는 54.3%에서 48.0%로 축소했다.

OLED TV 출시 3년차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올해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LG전자와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신규 프로세서 탑재를 통한 인공지능(AI) 성능 강화를 내세우면서 OLED TV 마케팅에 나선 상태다.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 OLED TV의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비율이 증가하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생산능력(캐파)을 증대하지 않는 가운데 OLED TV 출하량을 늘리려는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패널 주문량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같은 WOLED를 쓰면서 다른 TV를 만드는 상황인데 동일한 협력사를 두고 또 다른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LG전자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가격에 WOLED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도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물밑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가 올해 들어 OLED TV에 다소 힘을 빼고 퀀텀닷나노셀발광다이오드(QNED) TV에 무게를 싣는 '투트랙 전략'을 전개하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LG전자의 QNED TV는 등장부터 삼성전자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QLED라는 이름으로 마케팅 공세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대항마 격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QLED와 QNED는 QD디스플레이 관련 용어와 겹쳐 학계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 브랜드들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 시장이 프리미엄과 가성비 영역으로 양분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OLED, QNED 제품군을 강화하게 됐다. TV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서로의 주력 시장을 노리게 된 양사가 당분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란히 세탁건조기를 출시한 삼성전자(위)와 LG전자

◇2라운드는 세탁기? 'AI가전=삼성', '시초=LG'

TV에 이어 세탁기 등 가전에서도 자존심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주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AI 가전의 시초는 우리가 만들어낸 업(UP) 가전"이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판매량을 홍보하는 등 'AI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강조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달 LG전자 역시 올인원 세탁건조기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선보인 바 있다.

조 CEO는 "세탁기에 대한 제품 경쟁력은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걸 여러분도 다 알 것"이라면서 "시장점유율이나 가격 프리미엄 등을 봐도 고객이 (LG전자에)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주총을 진행한 삼성전자도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온디바이스 AI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스마트폰, 확장현실(XR),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 전반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한 차원 높은 개인화 콘텐츠 확대로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 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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