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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어도어 사태, 쏘스뮤직으로 불똥 튄 이유는⑥2019년 걸그룹 IP 확보 위해 인수, 르세라핌·뉴진스의 '같은 뿌리'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13 10:53:19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 내부에서 걸그룹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멀티 레이블 체제를 시작할 때부터 내부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받았지만 이런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쏘아올린 공이다.

양측의 표면적인 갈등 배경은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지만 원래의 하이브 소속 걸그룹의 대결 구도는 쏘스뮤직의 르세라핌과 어도어의 뉴진스였다. 르세라핌은 2022년 5월, 뉴진스는 같은 해 7월 데뷔했다. 데뷔일이 불과 두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아티스트의 총괄 프로듀서는 물론 콘셉트, 그리고 이들을 보유하고 있는 레이블의 실적까지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도어 사태, 쏘스뮤직에 불똥…‘왜’

9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어도어 경영권 관련 분쟁이 벌어진 이후 쏘스뮤직을 향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도어가 2011년 쏘스뮤직을 물적분할해 만든 기업이라서다.

지금은 쏘스뮤직과 어도어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 쏘스뮤직이 어도어를 물적분할하기 하루 전 하이브가 이미 어도어 지분을 모두 사들여서다. 하이브가 쏘스뮤직과 어도어 지분을 각각 80%씩 보유하고 있을 뿐 쏘스뮤직과 어도어는 사업으로 보든 지분으로 보든 하이브 외에 접점이 없다.

르세라핌 이미지(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하이브가 법인을 새로 만드는 대신 쏘스뮤직을 쪼개서 어도어를 설립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민 대표가 쏘스뮤직과 협업하던 시절, 본인이 구상했던 뉴진스 멤버를 마련한 만큼 이들과 함께 새로운 레이블로 둥지를 옮기는 데 있어서 물적분할 방식이 절차상 용이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이야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브는 2019년 8월 쏘스뮤직 지분 80%를 128억원에 취득했다. BT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걸그룹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하이브는 쏘스뮤직이 ‘여자친구’라는 아이돌 걸그룹을 성공적으로 육성했다고 판단해 쏘스뮤직을 아이돌 걸그룹을 육성하기 위한 본거지로 삼았다.

그리고 2019년 9월 대대적인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을 개최했다. 쏘스뮤직에서 데뷔할 걸그룹 멤버를 뽑는 행사였지만 주도권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당시 CBO(최고브랜드책임자)로 일하고 있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였다.

당시 방 의장은 “민 CBO의 영입은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변화의 대표적 사례”라며 “저와 민 CBO가 신인 걸그룹 데뷔조를 구성하기 위해 진행할 글로벌 오디션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는 하이브가 민 대표를 영입할 때부터 약속했던 조건이기도 하다. 하이브는 2019년 7월 1일 민 대표가 합류했다고 밝히며 새로운 걸그룹의 론칭을 주도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신규 레이블을 설립, 신인을 발굴하고 음악 제작까지 역량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쏘스뮤직의 오디션 포스터 이미지.

당시 개최한 오디션으로 선발된 인물은 뉴진스의 하니다. 뉴진스 멤버인 해린과 다니엘은 2020년 쏘스뮤직과 연습생 계약을 맺었다. 그해 하이브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긴 했지만 신인 걸그룹 론칭 시점을 2021년으로 잡고 있었던 만큼 해린과 다니엘이 쏘스뮤직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뉴진스 혜인은 어도어가 설립된 이후 합류했다. 사실상 민 대표가 없었을 때부터 쏘스뮤직에 있었던 멤버는 뉴진스의 민지뿐인 셈이다.

그러다 2021년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21년 데뷔를 목표로 삼고 있었던 뉴진스는 데뷔가 미뤄지게 됐다.

또다른 변수는 쏘스뮤직에서 방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새 걸그룹이 준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21년 르세라핌 리더 김채원이 이적하는 동시에 사쿠라가 일본 활동을 끝내고 9월 전속계약을 체결, 허윤진과 김가람, 카즈하가 같은 해 쏘스뮤직에 합류했다. 쏘스뮤직 기존 연습생 중에서는 2022년 1월 홍은채가 합류하면서 르세라핌 데뷔조가 확정됐다.

2021년 쏘스뮤직 내부에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목표로 삼고 있는 두 걸그룹이 존재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2021년 11월 쏘스뮤직을 물적분할해 어도어를 설립하고 뉴진스 데뷔조 멤버가 어도어에 소속되도록 구조를 짰다.

그 사이 쏘스뮤직이 하이브에 피인수되기 전까지 보유했던, 그리고 하이브에 인수될 수 있었던 결정적 IP(지식재산권)인 걸그룹 여자친구는 2021년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쏘스뮤직이 르세라핌이라는 단일 IP만 보유하게 된 이유다.

◇뉴진스의 어도어, 쏘스뮤직보다 '두 배 벌었다'

지금 주목받는 또다른 지점은 르세라핌을 키운 쏘스뮤직과 뉴진스의 어도어를 항햔 하이브의 금전적 지원 규모다. 하이브가 쏘스뮤직의 르세라핌, 어도어의 뉴진스가 있기까지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단 쏘스뮤직에 하이브가 들인 돈은 128억원+α다. 하이브는 2019년 8월 쏘스뮤직 지분 80%를 128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가 본격화하자 2020년 말 걸그룹 론칭을 위해 쏘스뮤직에 75억원을 대여해줬다. 이 자금은 어도어가 떨어져 나간 뒤에도 쏘스뮤직에 남아 있다가 2022년 10월 상환됐다.

하이브는 어도어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2021년 11월 설립 당시 154억원을 주고 지분 100%를 사왔다.

이에 따라 2023년은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한 해를 꽉 채워 활동한 첫 해라는 점에서 하이브의 투자 성적표가 나온 해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쏘스뮤직과 어도어 둘다 단일IP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대일 비교나 다름없다.

현재까지 우위를 보이는 곳은 일단 어도어다. 어도어는 지난해 매출 1103억원을 냈지만 쏘스뮤직은 매출 611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도 어도어는 335억원을 벌어들였지만 쏘스뮤직은 120억원을 냈다. 순이익은 어도어가 265억원, 쏘스뮤직이 12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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