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 人사이드]인기 제품이 곧 브랜드, 집객 선봉장 역할 '델리코너'[홈플러스] 류경석 델리사업팀 차장 "가성비는 기본, 맛과 품질 높인 제품 재구매가 핵심"
정유현 기자공개 2024-05-21 07:29:21
[편집자주]
바이어(Buyer)는 유통업계의 꽃이라 불린다. 상품 기획력에 따라 유통가의 매출 지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고물가 한파가 몰아치고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커머스가 불을 지핀 유통가의 '쩐의 전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바이어들을 더벨이 직접 만났다. 바이어의 입을 통해 각 사별 바잉 파워를 살펴보고 실무진의 시각으로 오프라인 강화 전략까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6월. 홈플러스가 자체 PB 상품으로 출시한 '당당치킨'은 온라인 장보기가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왔다. 정해진 조리 시간과 판매량이 한정되며 일종의 '레어템'을 맛보기 위해 고객들은 오픈런도 불사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3만원 시대가 열리자 고물가에 치인 소비자들은 1마리에 6990원 밖에 하지 않는 당당치킨에 열광했다.대형 마트의 델리 코너에서 치킨을 판매하는 것은 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갓 튀겨서 사 먹는 치킨의 맛을 아는 고객들은 튀겨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쉽사리 지갑을 열지도 않는다. 하지만 당당치킨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델리 코너 음식의 방정식을 바꾸기 위한 바이어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였다.
당당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이 매장을 찾고,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 구매로 이어졌다. 델리코너가 집객 효과를 높이는 것을 확인한 홈플러스는 조직 구조에 변화를 줬다. 기존 상품부문 산하에 있던 델리사업팀을 마케팅부문으로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마트의 델리 제품도 브랜드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델리코너 마케팅 부문 산하로 조직 배치, 당당치킨·고백스시 등 브랜드 배출
최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만난 류경석 델리사업팀 차장(바이어·사진)은 델리사업팀의 조직 변화에 대해 "치킨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고 집객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마케팅 조직으로 분류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당당치킨과 고백스시 등 델리 제품마다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마케팅에 힘을 쓴 결과다"고 설명했다.
당당치킨은 '100% 당일조리, 당일 판매'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최근 판매량이 늘고 있는 고백스시는 '고시히카리쌀 100%'로 지은 밥으로 만든 스시라는 뜻이다. 참신한 네이밍을 통해 마트에서 파는 치킨, 스시라는 표현을 넘어 하나의 음식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델리 코너의 주요 음식은 직접 매장에서 조리를 한다. 당당치킨도 직접 매장에서 튀겨서 판매를 한다. 각 매장별로 치킨이 나오는 시간도 다르다. 치킨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매장에 퍼진 냄새 때문에 구매 의사가 없었던 고객들도 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매장에 더 머물게 된다. 다른 카테고리 제품 구매로도 이어진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먹거리 전쟁'을 선포하며 델리 매장을 앞으로 빼는 것도 이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당당치킨은 홈플러스의 메가푸드마켓으로 매장을 리핏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신무기였다. 단순히 가격이 싼 치킨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맛과 품질을 높이고 모든 매장에서 같은 맛을 낼 수 있게 조리 공정을 설계했다. 진열 온도와 방식까지 소비자가 집에서 즐길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신경썼다. 그 결과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로 자리잡았다.
류 차장은 "항상 우리의 경쟁자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까다로운 고객의 입맛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고객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며 "가성비는 기본이고 맛과 품질을 높여 재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델리코너의 핵심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주요 제품을 출시하기 전 대표이사 주재의 품평회를 거친다. 품평회에 오르기까지 바이어들의 치열한 검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기본이다.
류 차장은 "즉시 조리한 제품이 아니라 매장의 진열 상태와 동일한 환경의 제품을 품평회에 올린다"며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해서 2~3시간 이후에 섭취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당당치킨 품평회 당시에도 튀긴 후 2~3시간이 지난 식은 제품이 품평회에 올라가 좋은 점수를 받아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당당치킨은 지난 2월 초 기준 출시 500일만에 700만팩이 판매됐다.
◇델리 카테고리 매출 2년 연속 두 자릿수 신장, 차기 메가아이템 발굴 준비
MZ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도 델리코너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두툼한 살코기에 꾸덕꾸덕한 소스로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제품 닭강정 시리즈를 선보였다.
류 차장은 "과거에는 주요 임원들의 입김이 세서 젊은 사람들의 입맛이 배제된 상품이 나왔다면 기획 단계부터 MZ의 성향을 반영했다"며 "닭강정을 리뉴얼 할 당시 고객 인터뷰도 하고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달라고 했는데 MZ 직원들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이같은 내용이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델리 카테고리 매출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6개월간 홈플러스를 방문한 고객 10명 중 4명은 델리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통해 당당치킨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델리를 찾는 충성 고객이 늘면서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앱 '델리클럽' 가입자 수도 80% 늘었다.
델리코너가 집객 효과를 높이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 개발을 위해 바이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류 차장은 "델리 코너는 치킨과 초밥이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 단계 넘어서 식문화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이 나와야 한다"며 "원자재 개발, 점포 환경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타깃 고객에 맞춘 제품을 내기 위해 시장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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