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DC·IRP 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적립금은 사업자 계좌를 통해서만 운용할 수 있어 위탁 적립금 규모를 키우려면 타 사업자 고객을 어르고 달래 빼 오는 수밖에 없다. 적립금 크기가 불어나야 수익성도 커지기 마련이다. 사업자들은 상품 수익률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타사 고객들을 뺏어오기에 바쁘다.그런데 타사 고객을 뺏어온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월등한 수익률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가입자 대부분이 적립금 운용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 사업자가 아닌 이상 연금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아 사업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도 제한돼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현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되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사업자 연금 채널 접근성을 포함해 금융상품 다양성, 부가 서비스 등 가입자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변수가 많아진다. 최근 만난 한 대형 증권사 연금사업 담당 임원은 "현물이전 정책은 적립금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퇴직연금 계좌 내 펀드를 타 사업자 계좌로 옮기려면 펀드를 환매해 현금화한 뒤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 같은 펀드를 매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물이전이 가능해지면 현금화 과정 없이 펀드 자체를 타사 계좌로 옮길 수 있다. 수익률이 아니더라도 다른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사업자들은 현물이전의 최대 수혜업권은 증권업계가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사업자의 경우 타 금융업권에 비해 취급 상품이 다양한 데다 ETF 실시간 매매 등 거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일각에선 보험과 은행업권은 장기적으로 DB 적립금 전담 기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금 시장은 웬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고서야 수익을 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이 진출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뿐 아니라 현물이전 등 정책 변화를 감안한 조치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같은 펀드를 라인업한 사업자 사이에서만 현물이전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제한조치가 있다는 점을 들어 시장 전체 판도를 흔드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신사업을 추진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다. 브로커리지 강자 키움증권이 연금 시장에서 어떤 존재감을 드러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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